"관세 300%, 인텔 지분 인수"…美 반도체 패권 행보 "눈치 안본다"

트럼프, 인텔 CEO 회동 후 우호적 분위기…지분 인수 가능성
美 정부 직접 지원 시 삼성·TSMC '악재'…기술 경쟁력 관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케네디 센터를 방문한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2025.8.13 ⓒ 로이터=뉴스1 ⓒ News1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미국의 반도체 패권 확보를 위한 행보가 더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품목 관세율이 200~300%가 될 수 있다고 밝혔고 위기에 빠진 인텔을 구하기 위해 정부가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과거 바이든 정부는 칩스법을 통해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한 반면 트럼프 정부는 관세를 무기로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당근(투자 인센티브)을 버리고 채찍을 든 셈이다.

미국 정부가 관세 면제 조건으로 투자 확대를 요구하거나, 인텔과 계약을 강요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트럼프-인텔 CEO 회동 후 美 정부 지분 인수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백악관 면담을 계기로 미국 정부가 인텔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탄 CEO의 중국 관련 투자를 문제 삼아 공개적으로 사임을 요구했다. 하지만 나흘 만인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탄 CEO와 회동한 뒤 "이번 회담은 매우 흥미로운 회의였고, 그(탄 CEO)의 성공과 부상은 놀라운 이야기"라고 태도를 180도 바꿨다.

이 자리에서 탄 CEO는 반도체 산업의 국가·경제 안보 관련 중대성과 반도체 공급망 내 인텔의 역할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반도체 산업의 상징과도 같은 인텔이 최근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위해 인텔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공정 개발 중단·감원' 인텔, 정부 지원 동아줄 될까

인텔은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에 뒤처지고 야심 차게 다시 진출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하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탄 CEO는 15% 이상 인력을 감축하는 구조조정뿐 아니라 독일과 폴란드에 건설하려던 파운드리 팹 프로젝트를 취소했고, 미국 오하이오주에 짓는 최신 팹의 완공 시기도 2030년으로 연기했다. 또 차세대 파운드리 14A(1.4나노미터) 공정도 고객사 확보나 수율 달성에 문제가 생길 경우 개발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인텔 지분을 인수해 직접 지원에 나선다면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인텔은 미 국방부에 공급할 군사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대가로 수조 원의 보조금을 약속받는 등 '칩스법'(반도체 및 과학법)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향후 미국 정부가 다른 기업들에 인텔 파운드리 이용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리포트에서 "미국 입장에서 인텔은 반도체 독립의 핵심적인 요소"라며 "노골적인 미국의 자국기업 지원은 TSMC와 삼성전자(005930)와 같은 경쟁사 입장에서는 부정적이며 중국 제재는 더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역사적으로 반도체 산업에서 톱-다운 중심의 계획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라며 "첨단 분야에서 시장 논리나 기술 전략보다 정치적 이해 관계와 비효율적인 정부의 영향력이 커질 때 기업은 중장기 전략 수립에 악영향을 받는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관세 200~300% 언급…여전한 불확실성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반도체 품목 관세율을 200%, 300% 적용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반도체 제조·연구 시설을 짓는 해외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칩스법'(반도체 및 과학법)을 비판하면서 관세로 미국 생산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에 제조 시설을 짓고 있거나 지을 예정이다. 우리 정부도 관세 협상 과정에서 반도체 관세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아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정부의 최종적인 반도체 관세 발표를 지켜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인텔을 지원하더라도 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전제 조건"이라며 "비싼 비용에도 TSMC에 첨단 공정 고객사 쏠림이 심한 것도 다른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