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케미칼, 2000억 유증…여천NCC, 극적 부도 위기 모면

DL케미칼 2000억 유상증자…DL 1778억 규모 참여
DL "한화, 합당한 지원책 도출 대신 언론 플레이" 비판

디렉스폴리머 전남 여수 공장 전경.(DL케미칼 제공)2023.4.6/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DL그룹이 한화그룹과의 합작사 여천NCC(YNCC)에 대한 긴급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이에 부도 위기에 처한 여천NCC 입장에선 급한 불은 끄게 됐다.

DL케미칼은 11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DL도 같은 날 이사회를 열어 DL케미칼에 대한 1778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를 승인했다. DL케미칼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YNCC를 지원할 방침이다.

여천NCC는 지난 1999년 당시 한화그룹과 DL그룹이 각자 보유한 나프타 분해 공장(NCC)을 통합해 세운 합작 법인이다. 그간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여천NCC와 장기계약을 맺고 안정적으로 기초 유분을 조달해 왔다.

하지만 YNCC는 중국의 계속된 공급과잉과 경기 불황으로 지난 2021년 영업이익 3871억 원을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올해 3월에도 유상증자를 실행해 한화와 DL로부터 2000억 원을 수혈했다.

2분기에도 1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YNCC는 최근 한화와 DL에 3000억 원의 자금 지원을 재차 요청했다. 한화는 1500억 원의 자금 지원을 즉각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DL은 YNCC에 대한 정확한 경영 진단이 우선이라며 갈등을 빚었다.

결국 DL이 YNCC 자금 지원을 결정하며 부도 위기는 피했다. DL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DL케미칼은 한화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TFT를 통해 여천NCC의 경영 상황을 꼼꼼히 분석한 뒤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과 자생력 확보 방안을 도출해 실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여천NCC의 부실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분석과 이에 따른 해결 방안 마련이 가장 급한 문제"라며 "책임 있는 주주라면 회사의 부실 문제를 미봉책으로 방치하기보다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DL은 "아무런 설명과 원인 분석 없이 증자만 남발하는 것은 여천NCC의 정상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자금만 투입하는 것이야말로 책임경영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한화 측을 비판했다.

또 "문제는 원인 분석은 제대로 하지 않고 '묻지마식 증자 요청'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천NCC가 '3월 증자가 진행되면 연말까지 현금흐름 상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했지만, 3개월 만에 또다시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은 당시 보고가 거짓이었거나 경영 부실이 그만큼 심각하게 방치됐다는 주장이다.

DL은 "한화 측의 주장과 같이 아무런 원인 분석 없이 증자만 반복하는 것은 여천NCC 경쟁력에 해악을 끼치는 '묻지마 지원'이며, 이는 공동 대주주로서 무책임한 모럴 해저드이자 배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여천NCC의 자생력 확보와 직결되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인 원료가 공급계약에 대해 한화는 자사 이익 극대화만 주장하고 있다"며 "DL은 여천NCC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단가로 에틸렌을 거래하며 여천NCC의 자생력을 키우고자 했지만, 한화는 여천NCC가 손해 볼 수밖에 없는 가격만을 고수하는 등 자사에 유리한 조건만 고집했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한화의 주장대로 원료가 공급 가격 계약이 진행되면 여천NCC의 부실은 향후에도 지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공동 TFT에서 여천NCC에 대한 합당한 지원책을 도출하는 대신 파트너사를 압박하는 언론 플레이가 과연 여천NCC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