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증가→'산업 공동화' 우려…전문가 해법 "규제 완화"

정부, 기업 규제 전면 재검토 추진…경제계 '환영'
여당, 노란봉투법·2차 상법 개정안 강행…정부와 엇박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성장전략 TF 1차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공동취재) 2025.8.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급한 불은 껐지만 대미 투자 확대에 따른 '산업 공동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미 투자 확대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산업 공동화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역시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규제 완화를 비롯한 재정·세제·금융·인력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경제계는 2차 상법 개정안과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등 규제 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어 정부 계획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美 투자 집중 가능성에 韓 제조업 기반 약화 우려"

7일 경제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주최한 '진화하는 한미 경제동맹, 관세를 넘어 기술 및 산업 협력으로' 좌담회에선 우리나라 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해법으로는 규제 완화 등을 비롯한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제시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하는 구조 속에서 한국 투자가 미국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내 제조업 기반이 약화하는 산업 공동화 우려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한미 간 협상 타결을 전후로 산업 공동화를 경고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온다. '트럼프 관세'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자동차 업계의 경우 해외 현지 생산을 늘리면 국내 생산 감소와 산업 공동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동차뿐 아니라 조선업 등 미국 내 대대적인 투자가 예정된 업종을 중심으로 이런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산업단지 등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지역사회에선 한미 관세 협상 이후 산업 공동화에 대한 대책으로 국내 공장에 대한 투자 의무화 등을 비롯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은 산업 공동화를 극복하기 위해선 규제 완화를 포함한 대대적인 기업에 대한 지원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유 교수는 "제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규제 완화와 노동유연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무역위원장을 지냈던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도 "핵심 기술 분야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 정책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경제계, 2차 상법 개정안·노조법 재논의 희망…여권은 '강행'

또 다른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생각하는 규제 완화의 방향이 다르다는 점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성장전략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에서 "기업을 한국경제 모든 것의 중심에 두고 글로벌 1위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전력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구 부총리는 "우리나라의 갈라파고스 기업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는 한편, 기업 규모별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성장을 위한 기업 활동에 지원이 집중될 수 있도록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배임죄를 비롯한 형벌을 금전벌 등으로 전환해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형사처벌 리스크를 완화하겠다"며 "피해자에게는 실질적인 손해배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경제계는 정부의 규제 완화 입장을 환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입법이 추진 중인 2차 상법 개정안과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한 재논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2차 상법 개정안 등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로 인해 노란봉투법에 대한 의결은 다소 미뤄진 상태다. 민주당은 오는 21~24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경제계는 쟁점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때까지 여론전에 나설 방침이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노조법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 만큼 마지막까지 (설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