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관세 담판 D-3' 워싱턴행…두 가지 이유
美 정·재계 인사들과 오랜 교류…공화 상원 2인자와 인연
대규모 반도체 투자 집행…바이오·중공업도 가능성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29일 전격 미국 워싱턴 출장길에 오르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다음 달 1일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급박하게 진행 중인 한미 관세 협상을 측면 지원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회장이 미국 경제계를 비롯해 정부, 의회의 고위 관계자들과 오랜 시간 교류해 온 만큼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한국의 입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고, 반도체를 비롯한 삼성그룹의 대미 투자 확대로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있는 조선과 바이오 관련된 제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조선과 바이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오후 3시50분쯤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했다.
이 회장은 거의 매년 미국 출장에 나서지만, 이번 출장은 한미 관세 협상이 진행 중인 데다 워싱턴 D.C.라는 행선지 때문에 더 주목받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미국 고객사·협력사 미팅, 신사업 발굴 등 비즈니스뿐 아니라 한미 관세 협상을 지원할 것으로 본다. 이 회장이 오랜 기간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깊은 네트워크를 형성해 온 만큼 공식 협상 외 한국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회장은 이달 9~13일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열린 '앨런&코 미디어 콘퍼런스'에도 참석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 AI CEO 등과도 교류했다. 지난해 9월에는 방한한 미국 연방 상원의원단을 삼성그룹의 영빈관인 승지원에 초청했다. 당시 의원단에 포함된 존 튠 다코타주 상원의원은 현재 상원 공화당 이인자 격인 원내총무다.
또 부회장 시절이던 지난 2021년 11월 미국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과 두루 만난 후 같은 달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발표한 바 있다.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은 최근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체결한 약 23조 원 규모의 공급계약에 따라 테슬라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AI6'를 생산할 곳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현재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을 비롯해 테일러시에 총 370억 달러(약 54조 원)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파운드리 1공장은 완공 시점이 당초 2024년에서 2026년으로 미뤄졌고, 현재 설비 반입이 진행 중이다. 테슬라 공급계약에 따라 1공장 가동 시점이 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기존의 투자 규모 역시 확대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2공장 착공 여부와 시기를 아직 발표하지 않았는데, 이를 비롯한 추가 투자가 관세 협상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과 EU는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대규모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다른 사업 부문에서 대미 투자·협력이 이뤄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장에서 세탁기를 생산 중으로, 상호관세 대응을 위해 다른 제품의 미국 현지 생산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운영 및 건설 중이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중공업 등을 통한 바이오와 조선 분야 협력도 예상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에 협상 카드로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을 제시했고, 관련 협력이 성사될 경우 국내 조선 3사인 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역할이 기대된다.
jup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