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대 기업 여성임원 8% 돌파했지만…사외이사 중심 '착시 효과'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국내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이 6년 만에 두 배 넘게 늘면서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중이 8%를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여성 임원의 상당수가 사외이사 중심으로 증가하는 데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376개 사의 임원 현황(6월 20일자)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임원 1만 5016명 가운데 여성은 1210명으로 8.1%를 차지했다. 2019년 3.8%(505명)에서 6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는 2022년 8월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 영향으로 보인다. 개정안에선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조직을 이끄는 미등기 여성 임원 비율은 2019년 90.5%에서 지속 감소해 올해 71.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신 사외이사 중심 등기임원이 빠르게 늘며 여성 임원 증가를 견인했다. 같은 기간 미등기 여성 임원은 457명에서 866명으로 두 배에 못 미쳤지만, 여성 사외이사는 38명에서 292명으로 7.6배 증가했다.

여성 사내이사 비율은 2019년 20.8%에서 2022년 12.7%로 떨어진 뒤 최근까지 15% 안팎에 머물고 있는데 여성 사외이사 비중은 같은 기간 79.2%에서 올해 84.9%까지 증가했다. 남성 사내이사 비율은 2019년 38.1%로 잠시 낮아졌다가 현재는 50% 내외를 유지하며 사외이사 비중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수준을 보였다.

업종별로는 생활용품(19.5%), 제약(19.0%), 서비스(13.2%), 식음료(13.1%) 등 소비재 업종의 여성 임원 비중이 높았다. 조선·기계·설비(3.3%), 에너지(3.6%), 건설·건자재(3.7%) 등은 여전히 5%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편, 올해 500대 기업 여성 사내이사는 총 34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40%인 14명은 오너 일가 및 친인척 출신으로, 3명을 제외한 11명은 모두 사장(대표이사) 이상 직급이다. 전문경영인 출신 여성 사내이사도 더 많았지만 CEO급은 6명에 불과했다. 올해 새롭게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인사로는 DL이앤씨 이정은 실장, 현대자동차 진은숙 부사장 등이다.

여성 사내이사 연령대는 40대가 14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10명, 60대 6명, 70대 이상 4명 순이었다. 최연소는 한진그룹 차녀 조현민(41) 사장이며, 전문경영인 중에서는 최수연(43) 네이버 대표가 가장 젊다. 최고령은 91세의 하란수 디와이덕양 명예회장이고 전문경영은 최연혜(69) 한국가스공사 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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