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없어 서 있는 화물차 즐비"…석화 불황에 여수 경제도 '휘청'

[벼랑 끝 석유화학]④여수산단 멈추자 협력사·지역상권 줄줄이 위기
수출액·고용인원 등 경제지표 모두 악화…지방소득세 1년새 49% 급감

편집자주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중국의 저가 공세와 산유국인 중동의 진출로 고사 위기에 몰렸다. 생존을 위해 스페셜티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가 있는 대산과 여수의 지역 경제도 바닥이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앞으로 필요한 대책을 짚어봤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2025.06.26/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여수=뉴스1) 금준혁 기자 = 지난 26일 방문한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여수산단)에서 3㎞가량 떨어진 화물차 운전자 휴게시설 내트럭하우스. 주차장 곳곳에 세워 둔 유조차들이 눈에 띄었다. 1994년부터 화물차를 운전했다는 A 씨는 "옛날엔 죽기 살기로 했는데 이젠 일감이 많이 줄어 화물차를 세워놓는다"며 "바쿠(바퀴)가 굴러가야 일이 생기는데 서 있는 차가 꼴 보기 싫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수산단의 불황은 석유화학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수산단의 생산설비가 멈추자 연계된 협력사들과 지역 상권도 위기에 내몰렸다. 여수산단 입주 기업들은 중국발 저가 공세와 글로벌 수요 위축의 영향으로 공정을 줄이고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협력사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훨씬 크다. 40년간 건설기계 장비를 운용해 온 B 씨는 "말도 못해부러…(어려운걸) 와 봐야 알겠나"라고 반문하며 "여수는 석화로 먹고사는데 앞이 보이질 않으니 근로자들도 울산으로 갔고, 거기서도 울산 사람을 먼저 쓰니 노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여수산단 내트럭하우스에 유조차들이 주차돼 있다. 2025.06.26/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여수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여수산단의 올해 1분기 수출액은 70억 1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3.3%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83억 2700만 달러)부터 3분기째 내리막길이다.

여수산단 초창기부터 30년 넘게 화물차를 운전했다는 C 씨도 "(중국에서) 싼 제품이 들어오니 장거리 물량보다는 인근 지역으로 나가는 물량으로 바뀌었다"며 "포항하면 철강처럼 여수도 여기 화학단지가 끝나면 다 끝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찾은 여수산단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공장은 오가는 차량이나 사람이 없어 적막감이 감돌았다. 굴뚝산업의 상징과도 같은 흰 연기는 잘 보이지 않았고 고압 파이프에서 때때로 나는 '뻥' 소리가 전부였다. 업계에서는 여수에 있는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LG화학 여수공장 2025.06.26/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산단이 멈추니 주변 상권도 멈췄다. 여수 산단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무선지구는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무선지구 중대형 상가(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30㎡ 초과)의 공실률은 6.45%다.

여수산단 고용인원은 2022년 2만 6170명에서 2023년 2만 5078명으로 1000명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에도 2만 5044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올해 1분기는 2만 4686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여수시가 징수한 지방소득세는 1175억원으로 전년 대비 48.9%가 감소했다. 여수시는 지난달 고용노동부에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신청했다.

이곳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산단에 일이 없으니 유령거리"라고 토로했다. 점심 시간대였지만 셀프 반찬통에는 갓김치를 비롯해 김치, 애호박 등 반찬이 가득 차 있었다. 손님이 없다 보니 반찬이 줄어들지 않았다.

여수 무선지구의 문을 닫은 상점 2025.06.26/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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