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모바일기기 슬림화 최적 기술 개발"…패러다임 바꾼다

모바일 기판용 '구리 기둥' 개발…기판 크기 최대 20% 줄여
문혁수 대표 "고객 성공 위한 고민…차별적 고객가치 창출"

LG이노텍 직원이 코퍼 포스트(Cu-Post) 기술을 적용한 RF-SiP 기판을 선보이고 있다(LG이노텍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LG이노텍(011070)이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슬림화하는 동시에 성능까지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양산 제품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반도체 기판 크기를 최대 20%까지 줄일 수 있고 발열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LG이노텍은 모바일용 고부가 반도체 기판에 적용되는 '코퍼 포스트(Cu-Post, 구리 기둥)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LG이노텍은 모바일용 반도체 기판의 성능을 고도화하면서 크기는 최소화하는 기술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2021년부터 선제적으로 차세대 모바일용 반도체 기판 기술인 코퍼 포스트를 개발해왔다.

이 기술은 반도체 기판과 메인보드 연결 시 구리 기둥을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방식 대비 더 많은 회로를 반도체 기판에 배치할 수 있으며, 반도체 패키지의 열 방출에도 효과적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코퍼 포스트 기술 확보로 글로벌 RF-SiP(Radio Frequency-System in Package) 기판 1위 입지를 한층 더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리 기둥 활용해 솔더볼 크기·간격 축소

반도체 기판은 반도체 칩, 전력 증폭기, 필터 등 전자부품을 메인보드와 연결하는 제품이다. 납땜용 구슬인 솔더볼(Solder Ball)을 통해 메인보드와 연결돼 전기신호를 주고받는다. 이 솔더볼을 촘촘히 배열할수록 더 많은 회로를 연결할 수 있으며, 이는 스마트폰 성능 향상의 핵심 요소다.

기존에는 반도체 기판에 솔더볼을 직접 부착해 메인보드와 연결했다. 안정적인 접합을 위해 솔더볼 크기도 커야 했고, 구 모양 구조로 인해 넓은 공간을 차지했다. 이 방식으로는 솔더볼 간격을 줄여 회로 집적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LG이노텍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반도체 기판에 솔더볼을 직접 연결하는 대신 구리 기둥을 먼저 세우고 그 위에 솔더볼을 작게 얹었다. LG이노텍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반의 3D 시뮬레이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개발 속도와 완성도를 높였다.

이 기술로 LG이노텍은 솔더볼 간격을 기존 대비 약 20% 줄이는 데 성공했다. 기둥 구조를 통해 솔더볼의 면적과 크기를 최소화했으며, 녹는점이 높은 구리를 사용해 고온 공정에서도 기둥 형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돼 더 촘촘한 배열 설계가 가능해졌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기존과 동일한 성능을 구현하면서도 크기는 최대 20% 작은 반도체 기판을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제조사는 설계 자유도를 높이고 디자인을 슬림화할 수 있다.

스마트폰 고사양 기능에 최적화…발열도 개선

또 해당 기술은 복잡하고 방대한 전기신호를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인공지능(AI) 등 스마트폰의 고사양 기능에 최적화됐다. 스마트폰 발열도 개선할 수 있다. 코퍼 포스트에 사용된 구리는 납 대비 열전도율이 7배 이상 높아 반도체 패키지에서 발생하는 열을 보다 빠르게 외부로 방출한다.

LG이노텍은 코퍼 포스트 기술 관련 특허 40여 건을 확보했고, 이를 모바일용 반도체 기판인 RF-SiP 기판, FC -CSP(Flip Chip-Chip Scale Package) 기판 등에 적용해 시장 우위를 더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이 기술은 단순한 부품 공급 목적이 아니라 고객의 성공을 지원하기 위한 깊은 고민에서 나왔다"며 "혁신 제품으로 기판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차별적 고객가치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LG이노텍은 FC-BGA, RF-SiP 등 고부가 반도체 기판 및 차량용 AP 모듈을 주축으로 2030년까지 반도체용 부품 사업을 연 매출 3조 이상 규모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