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훈풍'…재계, 日과 협력 확대 기대감↑ CPTPP 가입하나

한일 무역 규모 연일 증가…韓 기업 62% '한일 경제 협력 필요'
한일 FTA 체결, 한일 경제연대 등 협력 방안도 제기돼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한일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경제계에서 일본과의 협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양국이 미국의 관세 정책 등 통상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고 첨단산업 분야에서 협력이 강화되면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상 간 셔틀 외교가 재개되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비롯해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장기적으로는 한일 경제 공동체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과거사 문제가 언제든지 양국 관계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한일 무역 규모 증가세…수평적인 협력관계 강화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 정상의 전화 통화와 정상회담이 이어지면서 한국과 일본의 협력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실용 외교를 반기고 있는 재계에선 올해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이 성숙한 협력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24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의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경제계에 많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양국 교류 행사가 많아지고 우호적인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경제 협력이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양국이 기술·인적 교류 등 협력 채널을 다양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고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무역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양국 무역 규모는 1965년 2억 달러(약 2749억 원)에서 지난해 772억 달러(약 106조 원)로 352배 증가했다. 양국 간의 관계도 수평적인 협력관계가 강화하는 추세다. 이전에는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섬유, 화학기계 등을 수입해 의류를 수출하는 등의 수직적 분업 체계였지만 최근에는 반도체, 석유제품, 철강 등 주력 산업 중간재를 중심으로 양국의 교역이 늘고 있다.

우리 경제계에선 앞으로도 양국의 경제 협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56.4%는 국교 정상화 이후 양국 간 경제 협력이 한국 경제 발전을 촉진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국내 기업의 62.4%는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위해 앞으로 한일 경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응답 기업의 88.1%는 '경제 협력을 위해 안정적인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은 현재 가장 필요한 양국 경제 협력 방식으로는 글로벌 통상 이슈에 대한 공동 대응을 꼽았다. 또한 최근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는 첨단산업 분야에서 협력했을 때 큰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봤다.

한일 경제 협력 방안 다양…CPTPP 가입·한일 FTA·한일 경제 연대

최근 양국 간에는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지난 19일 한국 대사관이 일본 도쿄에서 주최한 '한일 국교 정상화 기념 리셉션'에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비롯해 전직 총리 3명이 참석했다. 관방장관, 재무상, 외무상을 비롯해 국방 라인에서도 주요 인사가 총출동했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캐나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이 자리에서 양국의 관계 발전 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또한 양 정상은 셔틀 외교 재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고 경제 등의 분야에서도 상호 국익을 도모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계속 논의할 필요성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양국의 경제 협력 방안으로는 우리나라의 CPTPP 가입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윤석열 정부 당시에도 가입을 추진했지만 농어민의 반발 등으로 중단된 바 있다. CPTPP는 일본 주도로 2018년 새로 출범한 경제협정이다. 현재 일본, 캐나다, 영국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역내 관세 전면 철폐를 원칙으로 한다. 경제계 역시 우리나라의 CPTPP 가입을 촉구하고 있다.

CPTPP 외에 한일 FTA 협정 체결도 경제 협력 방안 중에 하나로 꼽힌다. CPTPP 가입보다는 허들이 조금 높다고 볼 수 있지만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한일 FTA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제안한 한국과 일본의 경제 연대도 협력 방안 중에 하나다. 최 회장은 새로운 성장 모델로 우리나라와 일본이 유럽연합(EU)과 같은 경제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고 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긍정적으로 화답하기도 했다.

물론 한일 관계의 특수성에 따른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역대 정부에서도 정권 초반에는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가 과거사 문제 등으로 악화했던 사례가 다수였기 때문이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최근 국제정세와 통상 질서 재편 속에서 한일 경제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올해는 양국 협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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