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뺑뺑이' 사라졌다…로봇주차 매력에 빠진 방콕[르포上]

엠피시스템, 3톤 차량도 거뜬…공동주택·쇼핑몰 적용 확대
주차공간 찾아 층간 이동 불편 없애…2~3분이면 출차

(방콕=뉴스1) 김종윤 기자 = 지난 5일(현지시간) 방문한 태국 방콕 도심에 위치한 한 최고급 공동주택. 정문으로 들어온 차량은 로봇주차 설루션인 엠피시스템(MP System) 플랫폼 안으로 향했다. 입주민은 차량을 전면 주차로 세워두고 자신이 거주하는 건물동 엘리베이터로 직행했다. 그가 한 일은 엘리베이터 옆에 마련된 기기에 얼굴을 인식시키는 것뿐이었다. 일반적인 아파트에서 흔히 경험하는 지하 주차장을 헤매는 번거로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

도심 과밀화 해결 유일한 대안

글로벌 로봇주차 기업인 셈페르엠(SEMPER M)의 엠피시스템은 주차 로봇과 무인 운반을 결합한 브랜드다. 높이 99㎜의 납작한 주차 로봇이 건물 내 주차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해 촘촘하게 주차를 수행한다.

특히 최대 3톤 중량의 차량도 로봇이 손쉽게 들어 올려 빠르게 이동한다. 승용차·SUV뿐 아니라 길이 540㎜·높이 2300㎜의 밴과 같은 큰 차량도 주차할 수 있다. 다양한 차종이 출입하는 최고급 레지던스, 병원, 대형 쇼핑몰에서 인기를 얻는 비결이다.

셈페르엠은 지난 30년간 로봇주차 한길을 걸어온 기업이다. 그동안 12개국에 진출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꾸준한 연구개발로 △Metro CL △Metro Trolley △Metro Trans △Metro Cylinder △NCL 등 다양한 딜리버리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고객사의 선호도, 대지 면적, 건물 설계 등 각종 변수에 따라 맞춤형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고객사가 주차·출차 속도에 초점을 맞춘다면 Metro CL과 리프트를 결합한다. 리프트는 수직 운동으로 지상 1층에서 지하로 차를 옮기는 역할만 담당한다. Metro CL은 지하에서 리프트로부터 차를 넘겨받아 직선·좌우 운동을 통해 주차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Metro CL과 리프트가 별개로 운동하는 만큼 차량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셈페르엠 관계자는 "고객사의 로봇주차 시스템 선호도는 건물 설계와 형태에 따라 제각각"이라며 "고객사 요구에 맞는 다양한 조합을 제공하는 설루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국 방콕 레지던스에 적용된 엠피시스템
출차까지 '2~3분'이면 충분

엠피시스템의 최대 장점은 고객 동선의 최소화에 있다. 이날 입주민은 1층에 주차 후 얼굴 인식으로 차량 소유자를 알리고 집으로 향했다. 주차 공간을 찾기 위해 허비하는 시간과 동선을 아낄 수 있다.

현장에선 차량 주인이 집으로 향하자 로봇주차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바닥에서 2개의 긴 날이 차량 바퀴를 들어 올렸다. 이후 차량은 주차장 안으로 입고됐다. 실제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 보니 엠피시스템은 수직과 수평으로 이동하며 공간에 차량을 두고 제자리로 복귀했다.

외출할 때도 지상 1층에서 차를 찾는다. 얼굴 인식 절차를 끝내자 대기실에 마련된 모니터 속에선 지하에 주차된 입주민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차가 나오기까지 기다린 시간은 2∼3분 남짓. 지하 층수가 많은 대단지일수록 고객 편의성은 더 부각될 것으로 예상됐다.

입주민을 위한 편의성 제공도 인상적이었다. 아파트에 복귀하는 입주민은 전면 주차했지만 출고 시엔 후면 주차로 차를 받아 빠르게 빠져나갔다. 바닥에 깔린 턴테이블이 지상에서 차량을 180도 회전해 후면 주차 방향으로 돌려놓기 때문이다.

엠피시스템은 태국 내 대형 쇼핑몰과 호텔에도 적용됐다. 방콕의 대형 쇼핑몰인 'Whizdom101'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선 지난 2022년부터 690대 규모의 로봇주차 시스템이 운영 중이다.

Whizdom101 내 지하 1층으로 내려가자 방문객들은 주차 대행 직원에게 차를 맡기고 쇼핑몰 본관 안으로 들어갔다. 차를 넘겨받은 직원은 엠피시스템의 턴테이블 위에 차를 올려놓고 내린 후 바코드를 찍었다. 턴테이블은 차를 90도로 회전한 후 주차장으로 입고했다.

이용자들은 사용 초기 로봇주차의 생소함을 털어내고 편의성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웨이팅룸에서 만난 A씨는 "다른 쇼핑몰에선 층별 빈 주차 위치를 알려주지 않아 직접 차를 운전해야 한다"며 "쇼핑 후 무거운 물건을 들고 이동하지 않아 편리하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