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 포화 눈앞…차세대 원자로 지원 서둘러야"

한경협·김용희 카이스트 교수, 정책 제언 보고서 발표
"SMR 이을 게임체인저…美는 이미 수천억 지원 활발"

안덕근 산자부 장관이 2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하반기 붐업코리아 수출상담회에 참석해 한국수력원자력 부스에서 초소형모듈원전 SMR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2024.10.2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 포화 시점이 5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속 가능한 차세대 원자로에 대한 선제적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에 임시 저장 중인 상황이다.

김용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13일 한국경제인협회 의뢰로 연구한 '차세대 원자로의 기술 동향과 정책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제언했다.

'차세대 원자로'는 기존 원자로 시스템보다 더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지속가능성과 높은 핵확산 저항성을 달성할 수 있는 4세대 원자로다. 한국·중국·일본 등 14개국이 참여한 국제협의체와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 국제포럼(GIF)에서 제안된 개념이다.

차세대 원자로는 현재까지 △소듐냉각고속로(SFR) △납냉각고속로(LFR) △가스냉각고속로(GFR) △용융염로(MSR) △초임계압수냉각로(SCWR) △초고온가스로(VHTR) 6가지 형태로 각국에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소형모듈원자로(SMR)가 주목받는 가운데, 차세대 원자로가 SMR을 이을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학계와 산업계는 보고 있다. 본격적인 상용화 예상 시점은 2030년대로 점쳐지고 있다.

김 교수는 특히 차세대 원자로가 재처리 과정을 거친 후에 사용후핵연료를 재사용할 수 있는 만큼,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와 우라늄 수급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원자로의 기술 동향과 정책 과제' 보고서 발췌(한국경제인협회 제공)

보고서에 따르면 차세대 원자로를 통해 현재 한국에서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 약 1만 9000톤을 재활용하는 것만으로도 국내 전력수요를 최대 350년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사용후핵연료는 연평균 3.1%씩 늘어 2023년 기준 누적 1만9000톤에 달한 상태다.

중대사고 발생 가능성을 기존 원자로보다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점도 차세대 원자로가 주목받는 이유다. 보고서에 따르면 차세대 원자로는 냉각 기능이 상실되는 경로를 원천 차단하기 때문에 연간 중대사고 빈도(CDF)가 1000만 년에 1회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현세대 원자로의 10분의 1 수준이다.

김 교수는 "현세대 원자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태양광의 4분의 1 수준인 것으로 평가되는데, 차세대 원자로의 배출량은 이보다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온실가스 감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이 차세대 원자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실증부지 확보 및 실증로 건설 지원 △공공 기술·설비 개방 및 생태계 조성 △신속한 인허가 및 규제 혁신 등 정책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미 미국·일본·영국·프랑스 등 주요국은 이르게는 2019년부터 차세대 원자로 지원 정책을 시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첨단원자로 실증 프로그램을 통해 2억30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고, 인허가 간소화 패키지를 지원하고 있다.

김 교수는 "주요국들과 달리 한국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관리 절차 및 원칙을 제시하는 방사성 폐기물 관리법안에 대해 여야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원자력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에 대한 선제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