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AMD, 차세대 AI 칩 내놨다…위기의 삼성 HBM에 '기회'

AMD 새 AI 가속기 'MI325X' 출시…엔비디아 추격 고삐
삼성전자 5세대 HBM 탑재될 듯…"시장 경쟁력 확대 기대"

AMD 로고. ⓒ 로이터=뉴스1 ⓒ News1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고전하던 삼성전자 HBM(고대역폭메모리)이 호재를 만났다.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AMD가 최근 차세대 AI(인공지능) 가속기를 공개하면서다.

삼성전자(005930)는 AMD에 HBM을 납품하고 있는 만큼 새 활로를 통해 HBM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한 'HBM 큰손' 미국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까지 통과한다면 반전의 계기도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AMD는 최근 새 AI 가속기 'MI325X'를 공개했다. 연말 양산을 시작해 내년 초 출하 예정이다.

AI 가속기는 AI 학습·추론에 필수적인 반도체 패키지로 그래픽처리장치(GPU)에 HBM을 붙여 만든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고성능 제품이다.

AMD의 신제품은 현재 엔비디아의 주력 AI 가속기인 'H200'과 비교해 1.8배 높은 메모리 용량과 1.3배 더 많은 대역폭을 갖췄다. 엔비디아는 AI 가속기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업계 선두 기업이다.

AMD 새 가속기의 성능이 앞선 건 상대적으로 많은 HBM 탑재량 덕분이다. AMD 제품 하나당 5세대 HBM(HBM3E) 8개가 탑재되는데 이는 엔비디아 H200의 HBM 탑재량(6개)보다 많은 수준이다.

AMD는 향후 차세대 AI 가속기 출시 계획도 내놨다. 내년에는 'MI350', 2026년에는 'MI400'을 잇따라 선보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엔비디아가 내놓을 새 AI 가속기 '블랙웰' 시리즈에 맞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AMD의 이런 행보가 협력 관계인 삼성전자에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MD에 5세대 HBM(HBM3E)을 납품하고 있다. AMD가 가속기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경우 삼성전자 HBM도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훨씬 밑도는 9조1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반도체(DS)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5조2000억~5조4000억 원대로 추정된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000660)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약 7조 원)에 뒤지는 수치다.

실적 부진의 주요 배경은 HBM의 더딘 시장 경쟁력 확보가 꼽힌다. 특히 삼성전자의 HBM3E가 아직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뚫어내지 못한 게 컸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부회장)은 삼성전자가 3분기 부진한 실적을 내자 이례적으로 메시지를 내고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고 사과까지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HBM도 결국 엔비디아 허들을 넘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AI 시장 확대로 엔비디아의 기존·차세대 AI 가속기에 탑재될 HBM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6세대 HBM인 HBM4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AI 칩 고점론이나 공급 과잉론 등 우려가 있었지만 후발주자들이 잇달아 AI 가속기를 출시하면서 여전히 HBM 수요가 견조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도 이런 시기에 HBM 경쟁력을 조속히 확보한다면 국면을 전환하고 위기를 극복할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