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공세도 힘든데…韓제조사 73% "中, 5년 내 기술도 추월"

중국內 완제품 재고율, 작년 11월 1.68%→올해 6월 4.67% 증가
"저가 공세로 피해·가능성" 69.7%…"기술격차 좁혀졌다" 47.3%

중국 완제품 재고율 추이 및 중국 제품의 저가 수출에 따른 경영 실적 영향(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석유화학 제조사 A사는 2~3년 전부터 중국 경쟁기업들이 단가를 크게 낮추면서 경영 위기에 빠졌다. A사는 "중국산 제품 가격이 당사 제품의 70%에 불과해 마진율을 최소 수준으로 내리고 있다"며 "오래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중국의 저가 재고물량 밀어내기 공세로 국내 제조기업 10곳 중 7곳이 피해를 입었거나 피해를 볼 가능성에 처했다는 조사 결과가 6일 나왔다. 또한 국내 기업 73%는 향후 5년 내에 중국기업에 기술 추월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중국산 저가 공세가 국내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완제품 재고율은 지난해 11월 1.68%에서 올해 6월 4.67%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국 내수경기 회복이 더뎌진 상황에서 완제품 재고량 증가로 해외 저가 수출 공세가 더 지속될 수 있다는 게 대한상의 분석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비싼 국내 기업에 직격탄이다. 대한상의가 전국 제조기업 2228곳을 조사한 결과, 중국 제품의 저가 수출로 '매출·수주 등에 영향이 있다'고 답한 곳은 27.6%에 달했다. '현재까진 영향이 없지만, 향후 피해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42.1%였다.

특히 수출기업은 37.6%가 '실적에 영향이 있다'고 답해 내수보다 수출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이차전지 업종의 61.5%가 '이미 경영 실적에 영향이 있다'고 답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섬유·의류 46.4% △화장품 40.6% △철강금속 35.2% △전기장비 32.3% 등도 전업종 평균(27.6%)보다 높았다.

반면 자동차(22.3%), 의료정밀(21.4%), 제약·바이오(18.2%), 비금속광물(16.5%), 식음료(10.7%) 등은 상대적으로 실적 영향이 낮았다.

대한상공회의소 '중국산 저가 공세가 국내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저가 공세로 인한 피해 유형은 '판매단가 하락'이 52.4%로 가장 많았고, '내수시장 거래 감소'가 46.2%로 뒤를 이었다. 이어 △해외 수출시장 판매 감소(23.2%) △중국시장으로의 수출 감소(13.7%) △실적 부진으로 사업 축소 및 중단(10.1%) 순이었다.

중국의 추가적인 저가·물량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고부가 제품 개발 등 품질 향상'이 46.9%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제품 다변화 등 시장저변 확대(32.4%) △신규 수출시장 개척 및 공략(25.1%) △인건비 등 비용 절감(21.0%) 등이었다.

문제는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항할 무기인 기술력조차 수년 내에 중국 기업들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중국 경쟁기업과의 기술력 및 품질경쟁력 차이를 묻는 질문에 '계속 우위에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26.2%에 그쳤다. 반면 '우위에 있으나 기술격차가 축소됐다'는 응답은 47.3%로 두 배 가까이 많았다. '비슷한 수준까지 추격당했다'는 응답은 22.5%, '이미 추월당했다'는 응답은 3.0%였다.

중국기업의 기술력 추월 시점 전망을 묻는 말에는 '4~5년 이내'라고 답한 기업이 39.5%로 가장 많았고, '2~3년 이내'를 꼽은 기업이 28.7%로 뒤를 이었다. '1년 이내'라고 응답한 기업은 5.1%였다. 국내 제조사 10곳 중 7곳이 향후 5년 내 중국기업에 기술 추월을 당할 수 있다고 본 셈이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의 저가공세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정책으로 '국내산업 보호조치 강구'(37.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연구개발(R&D) 지원 확대'(25.1%), '신규시장 개척 지원'(15.9%), '무역금융 지원 확대'(12.5%) 등 요구도 있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