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SK이노 부회장 "가치 인정받으면 SK온 조속히 상장"(종합)

SK온, 하반기 흑자 목표…이석희 사장 "파우치형 기술력, 우리가 최고"
SK이노베이션 주가 부진엔 "죄송"…자회사 매각설엔 "검토 안 해"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SK이노베이션 제공) ⓒ News1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김준 SK이노베이션(096770) 부회장은 SK온의 기업공개(IPO) 계획에 대해 "SK온의 가치를 시장에서 가장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해야 할 것"이라며 "물리적으로 아무리 늦어도 2028년에는 상장해야 하겠지만, 그 이전이라도 시장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면 조속히 IPO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제1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터리 사업 자회사인 SK온의 상장 계획을 묻는 한 주주의 질문에 "상장 시점을 아직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SK온의 성과가 궤도에 오르는 것이 전제조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면서 약속한 IPO 시점이 2026년 말인데, 상황에 따라서 1~2년 정도는 투자자들과 협의해 상장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면서도 SK온의 수익성이 개선되면 2026년 전이라도 상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SK온은 올해 하반기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총 후 이어진 주주와의 대화 시간에 "올해 하반기에는 재고 소진과 함께 전반적인 금리 인하가 예상되고, 전기차(EV) 신규 차량에 대한 (수요가) 더 많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에는 브레이크 이븐(break-even·손익분기)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SK온은 주력인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파우치형 폼팩터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영찬 SK온 최고관리책임자(CAO) 사장은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에 비해 SK온이 기술적으로 열세가 아니냐'는 주주의 질문에 "기술력은 저희가 제일 괜찮은 것 같다"고 대답했다.

최 사장은 그러면서 "SK온은 지난해 미국 가전·정보기술 전시회(CES)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았고, 올해 인터배터리 2024에서도 18분 만에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술(어드밴스드 SF·급속충전)로 상을 받았다"며 "기술은 매우 강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 2024.3.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도 주총 후 기자들과 만나 '최 사장의 말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파우치형은 (경쟁사들에 비해) 우리 회사의 기술력이 가장 좋다. 상도 많이 받지 않았나"라고 동의했다. 다만 '기술력이 앞선 것은 파우치형에 한정된 것이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주총장에선 SK이노베이션의 부진한 주가를 따져 묻는 주주들의 성화에 김준 부회장이 연신 고개를 숙이는 장면도 연출됐다.

한 주주는 "지난해 9월 유상증자를 했는데 주가는 더 내려갔다. 결과적으로 유증에 참여한 주주들을 이용해 회사만 이익을 챙긴 것 아닌가"라며 "경영진들이 경영을 잘하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김준 부회장은 "주가가 저희의 예상과 주주 여러분의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인 부분에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경영진이 잘못한 게 아니냐는 말씀도 깊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강동수 SK이노베이션 전략재무부문장은 "현실적으로 지금 주가가 이차전지 쪽 영향을 많이 받는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기차 시장 수요가 주춤한 상태"라며 "빠르면 올해 하반기, 적어도 내년에는 전기차 시장이 회복되면서 SK온 수익성이 개선되고 SK이노베이션 주가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이 SK온을 제외한 자회사 매각을 검토 중이냐는 질문에는 "검토한 바도, 결정된 바도 없다"며 "SK온이 지난해와 올해 대규모 캐펙스(CAPEX·설비투자) 자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체적으로 대책 마련이 가능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 SK이노베이션은 박상규 총괄사장과 강동수 전략재무부문장을 사내이사로, 장용호 SK㈜ 대표이사를 기타비상무이사로 각각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비롯해 7개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