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세계1위 목표로 달려드는 'PBV 시장'…선봉은 '레이EV'

특정 산업군 대상 주문 제작…2025년엔 PBV전용 모델 출시
내년 실차 공개 등 구체적 계획 제시…"미래 모빌리티도 맞춤형으로"

'과학상자 방식을 응용한 모듈형 인테리어'(기아 제공)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기아(000270)가 새로운 먹거리 중 하나로 PBV(목적기반 모빌리티)을 강하게 밀고 있다. 아직은 택시 사업에서만 적용 중이지만, 오는 8월에는 레이EV(전기차)가 출시되면서 한단계 더 나아갈 전망이다. 기아는 오토랜드 화성 공장을 통해 2025년에는 PBV 전용 모델을 생산할 계획으로, PBV 시장 세계 1위를 목표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5일 인베스터 데이에서 중장기 전략 중 4대 핵심 전략의 하나로 PBV 전략을 내세웠다. 나머지 전략이 △글로벌 판매 △전동화 전략 △신기술 상품 전략 등 기존 전략을 고도화한 것이라면 PBV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내용이다.

PBV는 '맞춤형 차량'으로 정의할 수 있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으로 불리는 전기차 플랫폼 위에 다양한 형태의 차량을 올릴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진 개념이다. 특정 소비층이나 산업군을 대상으로 주문 제작이 가능하다.

기아 등 현대자동차그룹이 PBV를 미래 사업으로 만지작거린 지는 꽤 오래 됐다. 현대차는 2020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 미래 모빌리티 비전으로 PBV를 제시했고, 기아는 같은 해 중장기 전략 '플랜S'에서 PBV 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기아의 청사진에 따르면 현재 PBV 사업은 양산차를 기반으로 한 파생 PBV 수준 단계다. 니로EV를 기반으로 한 니로 플러스는 택시 전용 모델로 지난해부터 판매 중이다. 봉고EV를 활용한 냉동 탑차를 선보이기도 했다.

기아는 인베스터 데이에서 올해 신차 출시 계획도 밝혔는데, 여기에 레이EV 모델도 이름을 올렸다. 8월 출시 예정으로, 공간이 장점인 박스형 경차인 만큼 PBV로 더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기아는 지난해 레이EV를 활용한 PBV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했는데 레이EV 벽면을 '과학상자' 형태로 활용하는 방안과 접이식 카트와 결합해 물류 운송을 편리하게 하는 아이디어 등이 대상을 수상했다.

기아 2023 인베스터데이 프레젠테이션 자료

2025년부터는 PBV 전용 차량들이 출시될 전망이다. 현재 오토랜드 화성 공장에 PBV 전용 공장을 구축 중으로 우선 Mid(미드) PBV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춰 지난해에는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전용 PBV 모델을 공개하고 피드백을 반영 중이다. 국내에서는 쿠팡·CJ대한통운 등과 PBV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기아는 Mid PBV를 시작으로 자율주행이 결합된 PBV, Large(라지) PBV, Small(스몰) PBV 등 풀 라인업 PBV를 구축할 예정이다.

PBV에 맞춘 소프트웨어 역량도 키우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자율주행 PBV 셔틀을 런칭한 포티투닷을 인수했고, SDV(소프트웨어중심 차량) 전문 부서를 설립한 상황이다.

기아는 2030년까지 연간 PBV 10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다. 업계에서는 PBV 시장이 2025년까지 130만대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는 PBV 사업의 파트너십, 실차 공개, 솔루션 시연 등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온갖 상품이 맞춤형으로 가고 있는데, 미래 모빌리티 역시 맞춤형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니즈에 맞게 소량 생산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고,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기반이 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