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는 석화로, 석화는 신사업으로…탈탄소發 '지각변동'

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 9일 첫삽…GS칼텍스 올해 MFC 100% 가동
석화업계는 그린에너지·배터리 소재 진출…주력 사업 전환 가속

GS칼텍스가 창사 이래 최대 투자 금액인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여수공장에 올레핀 생산 시설(이하 MFC시설)을 준공하고 종합에너지기업 도약에 나선다. 사진은 MFC시설 전경.(GS칼텍스 제공)2022.11.11.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전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으로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지각변동이 시작되고 있다. 정유업계는 석유화학 부문 사업에 힘을 주고, 석유화학 업계는 친환경 제품 생산 등 신사업 발굴에 나서면서 업종 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정유업계는 지난해부터 석유화학 부문 사업 확장을 본격화했다. 전기차 보급 확산 등 영향으로 향후 석유 제품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화학 사업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S-OIL)(010950)은 오는 9일 울산에서 초대형 석유화학 사업인 '샤힌(Shaheen) 프로젝트' 기공식을 개최한다.

샤힌 프로젝트는 9조원을 투자해 울산에 세계 최대 규모의 정유·석유화학 스팀 크래커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해당 설비가 2026년 완공되면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납사(나프타)와 부생가스 등 다양한 원료를 투입해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등 석유화학 기초유분을 생산하게 된다.

아직 정밀화학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지만 중간 단계 원료를 생산해 원유 수요처를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에쓰오일의 샤힌프로젝트는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전략이다. 전 세계에 원유를 공급하는 아람코 입장에서 원유 수요 감소에 대비해 대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도 롯데케미칼과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 대산 HPC 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석유화학 사업 확장을 진행 중이다. 3조원을 투자해 설립된 대산공장은 지난해 가동을 시작했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연간 8만5000톤, 프로필렌을 50만톤 생산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 또한 장기적으로 정유업 의존 구조를 탈피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상태다. 2020년 기준 85%인 정유사업 매출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40%대로 축소하고 석유화학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미래 사업 영업이익 비중을 15%에서 7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기초유분 생산에서 더 나아가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을 통해 태양광 패널 소재, 이차전지 소재, 바이오 소재 생산으로 사업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GS칼텍스는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전남 여수 올레핀 생산시설(MFC시설)을 올해부터 본격 가동한다.

GS칼텍스의 MFC 또한 석유화학 사업 확장을 위해 추진한 것으로 연간 에틸렌 75만톤, 폴리에틸렌 50만톤, 프로필렌 41만톤 등을 생산하게 된다.

MFC 시설의 100% 가동이 시작됨에 따라 올해 매출 구조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GS칼텍스는 전망했다.

국내 최대 정유사 SK에너지를 거느린 SK이노베이션(096770)은 일찌감치 배터리 부문 자회사인 SK온을 앞세워 주력 사업을 전환했다.

SK에너지는 전기차 보급 확산에 따라 공공부문 유휴 부지에 연료 전지 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전기차(EV) 충전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투자한 세차 스타트업 '오토스테이' 매장을 확대해 구독 서비스도 추진한다.

이렇게 정유업계가 석유화학 진출을 선언하는 상황에서 기존 석유화학 업체들은 신사업 발굴을 통한 자원순환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원유 정제→석유화학 제품 생산'이라는 기존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SK인천석유화학은 폐타이어 재활용 사업에 진출했다. 폐타이어 열분해 기술을 확보한 스타트업 '엘디카본'과 투자 계약을 맺었다.

이번 투자를 통해 엘디카본은 폐타이어 열분해를 통해 생산된 기름을 SK인천석유화학에 공급한다. SK인천석유화학은 이 열분해유를 공정에 투입해 친환경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아울러 SK인천석유화학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바이오 항공유 개발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도 준비 중이다.

롯데케미칼(011170)은 기존 석유화학 부문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구축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조70000억원을 투입해 배터리 핵심소재 중 음극재에 쓰이는 동박을 생산하는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기로 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세계 4위 동박 기업이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가 완료되면 롯데케미칼은 동박과 함께 전해액 유기용매, 양극박을 생산 능력을 갖춰 배터리 소재 시장 진출에 속도를 올린다는 방침이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