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1년]⑥유럽·중동 홀린 K-방산…'실전 검증' 분단의 역설

역대 최고 수주액 21조원 기록…글로벌 4강 겨냥
빠른 출고·가성비·실전 능력 강점…"유럽·중동 수출 확대될 것"

편집자주 ...이달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려 세계경제에 인플레이션이라는 커다란 파고를 몰고왔으며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 등 전세계 외교지형에 신냉전 체제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군비경쟁에 불을 붙였고 한국 방위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뉴스1은 7차례에 걸쳐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국제정세적 의미와 전망을 짚어보고자 한다.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이 지난해 12월6일(현지시간) 그디니아의 해군기지에 인도된 '한국산 명품무기' K-2 전차와 K-9 자주포의 첫 수출 물량 인수식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마리우시 블라슈차크 국방장관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지난해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세계 경제·산업계는 불안에 떨었지만, 방산업체들은 오히려 호황을 맞았다. 특히 국내 방산은 유수의 방산업체에도 뒤지지 않는 기술력과 가성비, 빠른 출고와 검증된 실전 능력으로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현재 국내 방산업체의 글로벌 점유율은 세계 8위 규모로, 향후 글로벌 4강까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2일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9개월간 주요 성과 10가지를 선정해 발표했다. 'K방산 수출 역대 최고 수주액 21조원 기록'도 리스트에 올랐다. 코앞으로 온 전쟁의 위기에 유럽·중동 국가들은 군비 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렸고, 이에 대한 혜택을 K방산이 상당수 누렸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구 한화디펜스)는 이집트와 폴란드에 각각 2조원, 3조2000억원(24억달러) 규모로 K9 자주포 수출에 성공했다.

K9 자주포는 지난 2001년 한국 방산기업 최초로 터키와 현지생산 공급계약을 체결한 후 8개국, 600여문을 수출했다. 우리 국군 장비를 포함하면 전세계 1700여문이 운용 중으로 세계 자주포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1월 폴란드에 5조원(35억달러) 규모의 다연장로켓 천무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폴란드와 K2 전차 1000대 수출 계약을 성공했다. 전차 완성품을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수출액 규모로는 약 4조5000억원(33억달러)이다.

K2 전차가 대규모 수출에 성공한 것에는 빠른 출고 덕이 컸다.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는 무기 수요가 시급했고, 우리 정부는 우리 국군에 배정해야 할 K2 물량을 조절하면서 폴란드 수출 물량의 출고를 앞당겼다. K2 전차 수출 계약은 8월에 이뤄졌는데, 폴란드로 초도물량이 입하된 것은 12월로 4개월만에 배송이 이뤄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해 8월 폴란드와 FA-50 경공격기 48대 공급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약 30억 달러(3조9060억원) 규모다. 국내 항공기 완제품의 유럽 시장 첫 진출이다. 앞서 KAI는 말레에시아에 FA-50 18대, 1조1000억원 규모의 수출을 지난해 5월 체결하기도 했다.

LIG넥스원은 폴란드 수출 계약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지난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와 2조5970억원 규모의 천궁-II 계약을 성공한 바 있다.

올해도 K방산 수출 호조세는 지속됐다. SNT중공업은 지난달 30일 2억 유로(약 2700억원) 규모의 1500마력 자동변속기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부품은 튀르키예 전차체계업체인 BMC사의 알타이 전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발간한 2022년 세계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국내 방산업체의 최근 5년간(2017~2021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8%로 전세계 8위를 기록했다. 1년 전(2016~2020년) 9위에서 1단계 점프했다. 국기연은 "한국은 2012~2016년보다 무기 수출액이 177% 증가한 성장률 1위 국가"라고 평가했다. 이번 기록에는 호조를 맞았던 지난해 수출 실적이 포함되지 않아, 향후 점유율은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2020년 기준 세계 100대 무기 판매 기업 순위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50위), 한국항공우주산업(KAI·63위), LIG넥스원(73위), (주)한화(85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방산업계의 기술 진입 장벽이 높아 K방산 업체들은 그동안 쉽지 않은 길을 걸어 왔다"며 "이제 다행히 결실을 맺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11월 24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해 FA-50 전투기를 참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11.2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K방산 기업들이 높은 선택을 받는 것은 남북한이 대립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성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당장 실전에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되고 있고, 지속적인 무기 생산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가성비 좋은 무기 체계를 빠르게 수출할 수 있는 것이다.

K2 전차 수출 사례 외에도, FA-50도 이와 같은 경우다. 전투기 성능 면에선 미국의 F-16보다 부족하지만, F-16은 월생산이 4대 뿐인 탓에 출고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가격도 FA-50(대당 4000만달러)보다 2배 가량 비싸다. 대신 FA-50은 F-16과 호환성이 높아 경공격기로 사용하면서도 훈련기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지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K9 자주포가 북한의 선제 공격 후 즉각 응사한 것도 국산 무기의 대표적인 실전 사례로 꼽힌다. 이와는 달리 세계 수출 2위의 러시아산 무기는 길어지는 전쟁에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단기간에 전쟁이 끝날 줄 알았지만, 러시아산 무기의 실전 능력 부족으로 전쟁이 장기화됐다는 지적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천궁-II에 관심을 보이는 중인데, 당초 러시아산 무기 S-400에서 천궁으로 관심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올해 방산 수출 목표로 지난해 기록인 170억달러(약 21조원) 규모를 넘어서겠다고 설정했다. 올해는 K2 전차를 두고 UAE 수출이 논의 중이고, 노르웨이도 독일제 레오파르트 L2A4 전차를 대체하기 위해 K2 전차를 고민 중이다. 베스트셀링 무기인 K9 자주포는 에스토니아·루마니아 등 여러 유럽 국가들이 수입을 고려하고 있다. FA-50은 말레이시아 외에도 필리핀·이집트 등에서 고민하는 상황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유럽 각국은 방위 예산의 규모를 대폭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한국과 유럽은 모두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어 상호운용성 기반을 갖춰 협력 잠재력이 크다. 이미 대규모 수출 계약을 한 폴란드 외에도 다른 유럽 국가와 협력을 적극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산발적인 테러가 일어나는 중동은 미국의 영향력이 줄고 있어 중동에서도 방산 수출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