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피해 눈덩이…레미콘 '올스톱'-일부 주유소 '기름 바닥'(종합)
정유사들 화물연대 파업 대응 '분주'…전국 레미콘 공장 '셧다운'
철강제품 야적장 수북 "12월1일 마지노선"…완성차 '로드탁송'
- 권혜정 기자, 구교운 기자, 김민성 기자, 이형진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구교운 김민성 이형진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이 닷새째를 맞은 28일 레미콘, 철강, 완성차 등 산업계 곳곳에서 운송차질이 심화되며 산업계 피해 규모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다. 시멘트 공급 차질로 전국 레미콘 공장은 이날 올스톱됐으며 일부 주요소에서는 기름이 바닥을 드러내는 '기름 대란'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산업계에 따르면 레미콘업체들이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를 공급받지 못하면서 이날 공장 가동을 대부분 중단했다. 유진기업의 경우 화물연대 파업 둘째날인 25일 전국 24개 공장 가동률이 당초 계획의 20% 수준으로 낮아졌다. 28일부터는 수도권 17개 공장의 가동이 중단됐고 지역 7개 공장만 일부 물량을 출하하고 있다.
삼표는 전국 17개 공장이 25일까지 정상 가동됐으나 이날부터는 시멘트 부족으로 모두 레미콘 생산을 중단한다. 아주는 이보다 앞서 지난 25일 오후부터 서울, 경기, 인천 등 지역 7개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지역 거점 중소 레미콘업체들도 이와 비슷한 사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콘 공장들은 사일로(원통형 창고)에 통상 2~3일치의 시멘트를 저장해두고 레미콘을 생산한다. 그런데 업무일 기준으로 파업이 3일을 넘기면서 재고가 바닥나 문을 닫는 공장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레미콘업계에선 시멘트 운반 특수차량인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가 운송을 멈추면 시멘트를 공급받을 방법이 없다. 시멘트는 열차, 선박으로도 운반이 되지만 이는 중간유통기지까지만 가능하다. BCT가 유통기지에서 레미콘 공장 등 최종 수요지까지 운반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레미콘 생산·공급이 중단되면 전국 건설현장의 레미콘 타설도 중단되며 건설현장도 멈춰설 수밖에 없다.
전국 3000여대의 BCT 중 1000대가량이 화물연대 소속인데 나머지 차주들도 파업에 동조하거나 운송을 포기해 시멘트 출하는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시멘트 성수기에 진행되는 이번 파업으로 시멘트 출하량은 평소의 10% 이하로 뚝 떨어진 상황이다. 출하율이 첫날 5%(1만톤), 둘째날(25일)엔 10%(2만톤), 셋째날(26일)엔 9%(9000톤)에 머물렀다. 이에 따른 시멘트업계의 누적 피해액은 464억원으로 추산된다.
공장을 멈추기 시작한 레미콘업계와 달리 시멘트업계는 아직 공장을 정상 가동하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평균 10일치의 시멘트 저장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레미콘 공장과 마찬가지로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지난 6월 총파업과 달리 정유사 차량을 운행하는 조합원이 파업에 대거 동참하면서 주유소에도 파장이 미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접수된 주유소 피해는 없지만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저유소 입구를 막아 공급이 늦어지거나 판매량이 많거나 저장고가 작은 일부 주유소들에선 제품 부족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 등 일부 주유소의 경우 기름 탱크를 채울 수송 차량이 며칠째 들어오지 않아 기름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화물연대 소속이 아닌 탱크로리 등 가용 가능한 대체 수송차량을 투입해 이들 영업소에 우선 공급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재고 소진 속도가 빠른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를 운영하는 한국도로공사도 주 거래처 외에 다른 거래처를 확보하고 대체 수송 수단을 동원해 주유소 유류 재고가 바닥나지 않도록 힘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석유제품을 포함한 위험물 운반 탱크로리(지난해 기준)는 전국에 총 6200여대이며 그중 70%가 화물연대 소속이다. 석유제품 소비가 많은 서울의 경우 90%에 달한다.
업계는 대체수송 수단 투입과 같은 방안이 임시방편인 만큼 화물연대 파업이 다음주까지 이어지며 장기화되면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면 난방유인 등유 수요가 증가돼 시민들도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주유소별로 차이는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곧 본격적인 추위도 예고된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체 수송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에서는 11월 출하 예정 물량의 절반도 보내지 못하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날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철도·해상 운송만 진행하고 있어 11월 철강재 출하계획 중 47%의 물량만 출하된 것으로 파악됐다. 철강 업계는 출하하지 못한 철강재를 야적장 부지 등에 쌓아놓으며 버티고 있다. 이마저도 일주일 이상 파업이 이어지면 적재 공간이 부족해 일부 공장의 가동 중단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지난 24일 총파업 실시 이후 지금까지 철강 제품 대부분을 출하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에선 하루 평균 5만톤의 출하 차질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주말(26~27일)엔 출하를 진행하지 않아 현재까지 나흘 분량이 공장 내부에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제품 등이 반출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야적장 부지와 공장 내 제품 보관창고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버티고 있다. 일부 물량은 해송(선박)이나 철송(철도)으로 운송 중이지만 육송 비중이 워낙 큰 탓에 기존 계획대로 출하를 진행하기엔 역부족다. 그나마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초강력 태풍 '힌남노'로 공장 전체가 침수되는 피해로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제품 출하량은 적은 편이다.
업계에선 파업 기간에 긴급 배차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거나 상품 조기 출하를 통해 야적·재고 물량을 최대한 비워놓았지만 출하가 막힌 채 일주일 이상 버티는 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철강업계는 피해 최소화 '마지노선'을 총파업 시작 일주일째인 12월 1일로 잡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부품 조달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완성차 탁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신차 탁송에 사용하는 카캐리어 운전원 대다수가 화물연대 파업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등에서는 배송센터 직원이 인근 출고센터까지 직접 차를 몰아서 이동하는 '로드탁송'을 진행하고 있다. 기아 광주공장에서는 일급 15만원으로 800명의 '탁송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어업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금호타이어는 지난주에 이어 현재도 출하를 전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호타이어의 일평균 출하량은 약 8만개다. 한국타이어의 이날 공장별 입출고 물량은 평소 대비 40~50% 수준이다. 지난주의 30~40% 수준보다는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물류에 차질을 빚는 중이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전 9시부로 육상화물운송분야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최상위 수준인 심각 단계가 발령됨에 따라 정부의 대응체계가 범정부 차원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로 강화되며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경찰청, 국방부,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함께 범정부 종합 비상대책을 시행하게 된다.
jung9079@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