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사 '에틸렌' 팔아도 남는 게 없다…손익분기점 300달러 깨져
1분기 스프레드 톤당 276달러로 2년만에 최저 수준
당분간 실적 악화 전망 …4월들어 스프레드 반등 조짐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올해 1분기(1~3월) 에틸렌의 수익성 지표인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 차이)가 손익 분기점인 톤당 3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국제 유가 상승 여파로 치솟은 나프타 가격 인상분이 에틸렌에 반영되지 않았다. 당분간 원가 부담에 따른 석화업계 실적 부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에틸렌과 나프타의 톤당 평균 가격은 각각 1153달러, 877달러로 나타났다. 두 가격의 차이(스프레드)는 276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해 175달러 낮아졌다. 또한 2020년 1분기(281달러) 이후 2년 만에 3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은 나프타 열분해(NCC) 과정을 통해 얻는다. 플라스틱·비닐·건축자재·접착제·페인트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대표 기초 유분이다. 나프타는 에틸렌의 원가 70%가량을 차지한다. 한국은 에틸렌 생산량 세계 4위로 LG화학·롯데케미칼·여천NCC 등이 생산·판매한다.
에틸렌의 수익성 스프레드 기준점은 톤당 300∼350달러다. 올해 1분기 에틸렌 스프레드는 수익 분기점 이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생한 나프타 원가 상승이 에틸렌 판매 가격에 빠르게 반영되지 않아서다. 에틸렌의 올해 1분기 가격은 1년 전(1010달러)과 비교해 14.1% 상승했다. 반면 나프타는 같은 기간 559달러에서 877달러로 무려 56.8% 급등했다.
현재 즉각적인 에틸렌 판매 가격 인상은 어려운 구조다. 석유화학 기업과 고객사는 에틸렌 장기 판매 계약을 맺고 있는 데다 가격 인상을 위해선 협의가 필요하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에 무작정 가격인상을 요구하면 경쟁사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며 "경쟁사 역시 원가 부담을 느끼고 있어 2분기부터 가격인상이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틸렌은 나프타 열분해 과정에서 나오는 기초유분 중 가장 많은 31%를 차지하는 만큼 스프레드는 NCC를 보유한 석유화학 기업의 전체적인 수익성과 직결된다. 에틸렌 스프레드가 400달러 이상을 유지한 지난해 LG화학 기초소재 분야의 영업이익은 4조820억원으로 전년(1조9560억원)의 2배가량으로 늘었다. 롯데케미칼의 올레핀 부문 영업이익도 2020년 1580억원에서 지난해 7970억원으로 5배로 늘었다.
증권사들은 원가 부담을 이유로 올해 1분기 석유화학사의 영업이익이 전년 수준을 밑돌 것으로 봤다. 한화투자증권은 LG화학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35.7% 감소한 54320억원으로 추정했다. SK증권은 롯데케미칼의 올레핀 부문이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달 들어 에틸렌의 스프레드는 회복하고 있다. 나프타 시세가 톤당 1000달러로 정점을 찍고 800달러대로 내려왔다. 에틸렌의 가격은 1300달러까지 반등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각사가 보유한 에틸렌 생산 능력과 고객사가 천차만별이라 획일적인 기준으로 판단하긴 어렵다"며 "나프타를 선구매로 들여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안정 효과를 얻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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