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권익확충' 통합연맹 출범 임박…항공업계 '기대반 우려반'

국적항공사 7개 조종사노조, 연맹 창설·가입 찬반투표
필수공익사업장 해제·항공사 통폐합 등 과제 산적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김포 본사 앞에서 지난 2016년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와 아시아나항공 노조 등 항공협회의 소속 노조원들이 열린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항공노동자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2016.3.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국적항공사 소속 조종사들이 하나로 결집한다. 국내 7개 조종사 노동조합의 단일 연맹체 구축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항공업계는 이들의 파급력에 주목하고 있다.

조종사 노조 단일연맹이 출범하면 최우선적으로 필수공익사업장 해제를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항공산업 통폐합이 한창인 만큼 조종사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활동도 예상되는 가운데, 출범 초기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 △아시아나 열린조종사 노조 △에어부산 조종사 노조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제주항공 조종사 노조 △진에어 노동조합 등 7개 노조 소속 조종사들은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 연맹' 창립 및 가입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이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가 전날(21일)부터 투표에 돌입했고,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등도 이날부터 투표에 돌입한다. 앞서 지난해 연맹 창립 준비위원회에는 8개 조종사노조가 참여했는데, 2개로 나뉘어 있던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하나로 통합돼 7개 노조가 연맹 창설을 주도하게 됐다.

연맹 창립 및 각 사별 조종사노조의 가입에 관한 투표는 오는 26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조종사들의 권익을 위해 뭉치는 만큼 찬반투표는 무난히 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맹 창설이 확정된 이후에는 지도부 구성 작업이 시작된다. 선거전을 거쳐 이달 말쯤 연맹 위원장 등 선출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맹 창설 및 지도부 구성, 조직 편제작업 등이 마무리되면 조종사노동조합 연맹은 본격적인 대정부 활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 협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해제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대한민국 조종사노동조합 연맹 창립 준비위원회 위원장단은 지난해 창립 결의대회에서 "양대 항공사의 독과점 시대가 끝나고 수많은 저비용항공사(LCC)와 외국항공사들이 우리나라에 취항 중인 현 시점에서 항공운송사업은 더 이상 필수공익사업장이 아니다"며 "정부는 조종사의 노동기본권을 심각히 훼손하는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을 즉시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아울러 항공산업의 주무기관인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처우 및 제재 개선 등에서도 결집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조종사 및 객실승무원, 정비사 등 업계 종사자들에게 적용하는 처벌이 지나치게 과중한데다 과징금 위주의 항공안전정책도 후진적이라고 보고 있다.

연맹은 이같은 활동을 토대로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대한의사협회(의협)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조종사 권익수호 단체로 위상을 끌어올리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조합원들이지난 2016년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앞에서 진행한 결의대회 모습. 2016.12.3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조종사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통합 단체의 탄생을 바라보는 항공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조종사들이 총대를 메고 나서 항공안전 규정, 그중에서도 촉박한 운항 일정에 따른 정비·운항브리핑·휴식 시간 확충 등 개선을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를 통해 항공업계 종사자 전반의 처우가 함께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반면 일부 직종의 권익 확충이 타 직종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官)과 각 항공사 입장에서는 조종사들이 뭉쳐 한목소리를 내는것이 달갑지 않다. 산발적으로 연대해온 조종사들이 연맹의 틀 안에서 응집할 경우 협상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필수공익사업장 유지·해체 문제를 두고 마찰이 불가피한 만큼 연맹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연맹이 출범하더라도 초기 적지 않은 내부진통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각 항공사 근무환경이 다른 만큼 내부 조율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임단협 등 노사협상은 각 개별 조종사 노조에서 진행하지만, 항공업계 통폐합이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이에 따른 영향이 연맹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조원이 많아 최대 지분을 가지게 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양사의 자회사 LCC까지 통합이 추진되는 만큼 사별 상이한 조종사들의 처우를 놓고서도 다소 잡음은 불가피하다. 특히 통합시 기재 단일화·단순화를 통한 정비·운항 효율성 개선 작업에 나설 것이 유력해 기종별 조종사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간 기장-부기장 승급시 연차, 비행시간 등의 규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불협화음이 불거질 경우 연맹이 출범부터 운영상 난맥에 빠질 수도 있다. 이밖에 법정관리에 돌입한 이스타항공 소속 조종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과제도 쉽지 않은 사안이다.

LCC 소속 한 기장은 "조종사들의 권익을 대변한다는 측면에서 연맹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가장 수가 많은 대한항공 소속 기장들의 입김이 클 수밖에 없는데 이를 얼마나 잡음 없이 이끌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첫 지도부가 내부 조율을 얼마나 잘 이뤄내느냐에 따라 활동 동력이 좌우되지 않겠느냐"며 "각 사별 이해관계, 이전투구에서 벗어나 조종사 전반의 처우개선과 권익향상을 위한 단체로 꼭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