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하면 오히려 손해…원가보상제의 덫

[K방산 과제는③]방산 옥죄는 지체상금 "법으로 풀자"

해병대원들 훈련 모습(기사와는 무관) ⓒ News1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방산업계에서 먼저 손질이 필요한 제도로는 방산원가보상제가 꼽힌다. 기업이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어야 연구개발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는데 방산 육성 차원에서 마련한 원가보상제가 오히려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독이 되고 있어서다.

2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현행 방산 원가는 업체에서 실제로 발생한 비용자료를 제출하면 정부가 검증해 보상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른바 원가보상제로 통상 매출 총이익률이 10% 안팎으로 제한돼 있다.

업체가 무기를 생산했을 때 들어가는 원가에 일정 이윤을 더해 납품단가를 책정하는 방식인데 이 제도가 기업 수익성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이 무기 개발·생산 비용을 절감한 만큼 수익도 줄어서다. 도리어 비용을 늘리는 게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된다. 업체 입장에서는 이윤을 많이 받아 가고자 원가를 높게 책정하려 하고, 정부가 이를 조정하려 하면서 갈등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방산원가보상제도는 새로운 첨단 무기 등을 개발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이미 개발 능력과 생산 노하우 등을 지닌 기업에 적용하면 역효과다. 개발·양산에 성공한 무기라면 비용절감 노력을 안해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채우석 방위산업학회 회장은 "현행 제도하에서 방산 기업들로선 원가를 절감하는 게 손해인데 할 유인이 없다"며 "정부가 이 문제에서만이라도 손을 떼면 업체들이 이윤을 남기며 연구개발은 물론 재투자도 활발하게 되고, 결국 해외 시장에서도 싸울 수 있는 가격경쟁력도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지체상금은 수주한 일감보다 더 많은 벌금을 물어야 할 정도의 징벌적 제재 역할을 하며 방산업계를 장기간 괴롭혀 왔다.

지체상금이란 계약 당사자가 예정된 납기를 지키지 못했을 때 내야 하는 일종의 벌금이다. 2017년 말 정부가 지체상금 비율을 기존 0.15%에서 0.075%(1일 당)으로 인하하긴 했으나 대부분 벌금은 법 개정전 프로젝트에서 발생하고 있다.

무기개발이 첫 단계에서 성능요구조건을 만족할 확률은 5%에 불과하다. 몇 차례 실패는 불가피하다. 그런데 개발·양산이 조금이라도 지연되면 지체상금부터 부과하며 방산업체에 책임을 전가한다.

실제 K-11 복합소총을 만드는 S&T모티브는 정부의 설계 변경 탓에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30억원의 지체상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이 첨단기술 개발의 어려움을 고려해 지체상금을 면제해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방산업계는 이같은 한계를 법으로 풀어야한다고 지적한다. 내년 시행이 예정된 방위산업발전지원법의 시행령을 제정 중인데 여기에 제재 예외 조항을 합리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실수행이 인정되면 입찰제한 및 지체상금을 면제할 수 있는 조항을 넣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위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대대적인 규제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방산 부문을 단순 획득조달 구조에서 산업육성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haezung22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