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 외치면서 '가족 경영'하는 반도건설…속내는
권홍사 회장·장남 지주사 지분 99.67% 보유…아내·차녀도 계열사 대표
앞뒤 다른 행보 지적…반도건설 "한진그룹 경영개선 위한 것"
- 조재현 기자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이에 맞서는 이른바 '3자 연합'이 지배·재무구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표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
3자 연합의 한 축인 반도건설이 가족 중심의 폐쇄적 경영을 하고 있다는 점과 관련, 일각에서는 이들이 상장기업인 한진칼의 지배구조 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자금력' 반도그룹, 3자 연합 핵심 떠오르나…연일 지분 확대
6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지난 1월 한진칼 지분 매입 목적을 기존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하며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다. 이후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며 단일 주주로는 사모펀드 KCGI(17.68%), 조 회장의 우군으로 알려진 델타항공(13.98%)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지분(13.30%)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반도건설은 3자 연합과 관련한 대외적인 활동에는 나서고 있지 않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면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조 회장 진영과 지속적인 지분율 싸움이 필요한데, KCGI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비해 자금 동원 측면에서 여유가 있어서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반도건설이 3자 연합의 핵심 주체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 권홍사 회장 및 장남, 지주사 지분 99.67% 보유…아내·차녀도 계열사 대표
이런 상황에서 대표적 가족기업인 반도그룹이 한진칼의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하는 것이 합당하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반도그룹 지주회사는 반도홀딩스다. 반도홀딩스를 통해 그룹 주력사인 반도건설, 반도종합건설 등을 지배하는 수직계열화 체제를 갖췄다. 반도홀딩스 지분은 권 회장이 69.61%, 장남인 권재현 반도건설 상무가 30.06%를 쥐고 있다. 이들의 지분 합계는 99.67%에 이른다.
수익성이 높은 계열사도 부인과 사위, 차녀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권 회장은 아파트 브랜드 '반도유보라'의 이름을 장녀의 이름 '보라'에서 따올 정도로 가족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 회장 아내인 유성애씨는 반도레저 대표이사, 차녀인 권보영 반도건설 실장은 더 유니콘(옛 반도주택) 대표이사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보라씨의 남편인 신동철씨는 부동산 관리 회사 퍼시픽산업(옛 반도공영) 대표이사 외에 반도건설 전무, 하모니컨트리클럽 대표이사 등 다양한 직함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퍼시픽산업은 권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가 2009년 이후 신씨에게 지분을 넘겼다. 보라씨는 경영에 전면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어머니가 대표로 있는 반도레저 등기임원으로만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도건설은 한진그룹의 위기 상황이 현 경영진에 의해 개선될 수 없다며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계열사가 비상장 법인이라 계열사 간 자금차입이나 용역 거래 등이 즉시 공개되지 않는 폐쇄적 경영 환경을 갖춘 기업이 주장하기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 장남, 2대주주 등극 후 배당 실시…'차등배당' 악용 비판도
또한 일련의 승계 과정을 비추어볼 때 타 기업에 전문경영인 도입을 주장하기엔 다소 명분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2015년 반도홀딩스 감사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권 상무는 2015년 당시 반도홀딩스 지분 30.06%(70만주)를 취득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지분 마련에 필요했던 25억원은 반도홀딩스로부터 빌렸다.
2008년 지주회사 전환 후 주주배당을 하지 않았던 반도홀딩스는 권 상무가 지분을 획득한 2015년 주식 1주당 5만8000원(액면가 5000원)의 중간배당을 했다. 하지만 권 회장이 소액주주를 위한 차등배당 제도를 활용, 권 상무에게 배당권리를 양보하면서 권 상무의 배당액은 406억원에 달했다. 권 상무는 이를 통해 회사로부터 빌린 돈과 이자를 손쉽게 상환할 수 있었다. 그는 2016년과 2017년에도 각각 140억원, 93억원을 배당받았다.
차등배당은 대주주가 소액주주에게 배당권리 일부를 양보 또는 포기, 소액주주가 더욱 많은 배당을 받게 하려는 취지인데, 권 회장은 사실상 주주가 2명밖에 없는 상황에서 배당권리를 양보했다. 당시 이를 두고 대주주의 증여 목적으로 잘못 사용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 권홍사 회장 지분 확대 의중은?…"승계작업 위한 사업 확장 아냐"
한진칼에 대한 지분 투자를 승계작업을 위한 사업 확장 차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진그룹이 최근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매각 작업에 나선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제주 서귀포시 파라다이스 호텔 토지 등 유휴자산은 반도그룹으로서는 구미가 당기는 분야였다. 실제 반도건설은 3자 연합을 결성하기 전 한진그룹 측에 송현동 및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 개발 및 경영권을 요구했다는 게 한진칼 측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반도건설 측은 전문경영인 도입 제안은 오로지 한진그룹의 경영정상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현 경영진 체제로는 그룹의 경영상의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전문경영인을 도입, 주주가치를 높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지분 확대 및 투자목적 변경에 대해서도 "주주로서 보다 적극적인 권리행사를 위한 것이며 사업 확장 등의 목적이 아니다"면서 "한진칼의 주장처럼 부지 개발 및 경영권을 요구한 사실도 없다"고 덧붙였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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