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웅 삼성SDI 부사장 "전기차 배터리 가격 111달러 목표"

코발트값 폭등 리스크…완성차·소재업체와의 파트너십 강조

정세웅 삼성SDI 부사장이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더 배터리 컨퍼런스 2018에서 'e-Mobility 시대의 도래와 배터리 업계의 역할'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8.10.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배터리 가격을 kWh(킬로와트아워)당 111달러까지 낮추는 목표를 제시했다. 코발트 등 핵심재료 가격 폭등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적 행보도 시사했다.

정세웅 삼성SDI 부사장은 11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18' 기조연설에서 "가솔린차 대비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전기차 대중화의 가장 큰 과제"라며 "배터리 가격을 kWh당 111달러에 맞춰야 전기차가 보조금 없이도 내연기관차와 동일한 경제성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배터리 가격은 1kwh당 150~200달러 수준이다. 2009년 kWh당 평균 1200달러에서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2020년을 원년으로 보는 전기차 르네상스는 배터리의 기술발전과 가격 하락에 힘입어 빨라질 전망이다. 이를 위한 가장 큰 변곡점은 배터리 가격이다.

배터리 가격이 낮아지는 속도에 따라 전기차 대중화 시점도 달라진다. 순수전기차(EV)의 경우 전체 제조원가의 약 33%를 배터리가 차지하고 있다. 각국의 가솔린 가격과 전기요금, 보조금 정책, 전기차 충전 인프라 규모 등이 달라 단정하긴 힘들지만, 내연기관 차 대비 경제성 확보는 전기차 시장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전기차의 1회 충전시 주행거리도 '꿈의 500㎞ 주행'을 앞당기는 것이 목표다. 현재 가솔린 차량의 1회 주유시 주행거리는 700km, 전기차는 300km 수준이다. 아직 전기차의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가솔린 차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에선 2020~2025년 사이에 가장 먼저 '500km'를 달성하는 업체가 패권을 쥘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재료인 코발트 가격 상승으로 올해 업계가 수익성 하락이라는 뼈아픈 경험을 했기 때문에, 원재료 확보를 위한 조인트벤처(JV) 설립 등의 행보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원가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정도로, 특히 코발트 등 양극활물질 가격은 재료비 가운데 40%를 차지한다. 배터리 원가와 투자, 개발 프로세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다.

핵심재료인 코발트 가격은 지난 3월 톤당 9만5000달러로 최고점을 찍으며 전 세계 배터리업체에 큰 시름을 안겼다. 업체들은 '코발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완성차업체나 광산 개발업체들과 손잡고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추세다. 다만 최근엔 코발트값이 톤당 5만5000달러 이하로 하락하며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

정 부사장은 "완성차업체나 소재업체와의 전략적 협력이 매우 중요해졌다"며 "주요 원소재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광산에 직접 투자하는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삼성SDI는 2000개에 육박하는 품질 체크포인트를 모니터링하며 안정적인 품질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품질관리는 단순히 배터리 제조공정에 그쳐서는 안되고 공급되는 소재와 부품,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모두 동일하고 안정적인 프로세스로 관리돼야 한다"고 했다.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전시된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제품.ⓒ News1

한편,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은 올해 430억달러에서 2025년 160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부사장은 "현재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4%를 차지하고 있는 전기차 비중은 2025년 16%까지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124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은 CATL과 BYD의 성장세가 매섭지만, 미국과 유럽 완성차업체들이 삼성SDI와 LG화학 등 기술력이 입증된 국내 업체를 선호하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국내 기업들의 대형 수주 전망은 매우 밝은 상황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친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전기차 개발 및 생산을 앞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업계에서는 삼성SDI의 향후 3년간 전기차 배터리의 매출액이 연평균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설비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삼성SDI의 중대형 배터리 생산능력은 올해 15GWh에서 2020년 35GWh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see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