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전기차 보조금 추경예산서 제외, 친환경車 정책 '엇박자'

사전예약 800명 넥쏘 못받을 판, 울산시 등 지자체 노력도 허사
근시안적 사고 비판 "일자리에 창출에도 역효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열린 회의에서 청년 일자리 확대 등을 위한 4조원 내외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의결한다(뉴스1DB)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기획재정부가 5일 발표한 추가경정 예산에서 수소전기차 보조금은 쏙 빠졌다.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등 친환경 정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대기 정화효과까지 있는 수소전기차는 추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장 미세먼지 저감도 문제지만 차세대 자동차 산업 육성이 제도 장벽에 가로막힐 경우 일자리 창출 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울산시 등 지자체 노력 물거품 "말 따로 제도 따로인 정부 정책"

올해 책정된 정부의 수소전기차 국고보조금은 대당 2250만원이다. 총 금액은 36억원가량으로 158대에 보조금을 지원하면 예산이 바닥난다. 지난해 이월된 금액을 더해도 구매보조금 지원이 가능한 수소전기차는 240여대에 불과하다.

지난달 19일 진행된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는 사전계약 첫날에만 총 733대의 예약실적을 보였다. 지금까지 넥쏘 구매를 신청한 예약건수는 1000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달리는 공기정화기인 차세대 친환경차 수요는 충분한데 보조금 정책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며 보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지자체 보조금은 서울 1250만원, 울산 1150만원 등 대당 1000만~1250만원 수준이다. 수소전기차는 국고 및 지자체 보조금을 1:1로 묶어 지급한다.

지자체가 미세먼지 저감을 목적으로 보조금 추가 편성의지를 보여도 정부가 추경예산을 반영하지 않으면 집행이 불가능한 구조다.

실제 울산시는 올해 하반기 100여대의 수소전기차 추가 보조금을 편성하려 했으나 이번 추경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면 계획은 무산된다. 현재 예산대로라면 사전예약에 나선 800여명도 차세대 수소전기를 구매하기 어렵다.

◇ 日·獨에 둬처지는 한국 "신사업 발굴 기회 막으면 일자리도 없다"

수소전기차는 구동 원리상 기존 대기를 정화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수소 화학반응을 이끌어내려면 고순도의 산소가 필요한데 수소차에는 이를 위한 미세먼지 여과 시스템이 장착된다.

현대자동차의 넥쏘는 도심 공기를 빨아들여 초미세먼지(PM2.5 이하)를 제거할 수 있다. 3단계로 구성된 공기정화 과정을 거치면 디젤차 2대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를 없앴을 수 있을 정도다.

이는 성인 43명이 마실 수 있는 양으로 넥쏘 1000대가 1시간만 운행해도 성인 4만9000명이 필요한 공기가 정화된다.

추경안에 전기차 보조금을 반영한 정부가 수소전기차만 제외하자 친환경 정책 의지가 있는지에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무공해 에너지를 사용해 공기정화가 가능한 수소전기차 보급 즉 최선은 놔두고 변죽만 두드리는 결과가 될 수 있어서다.

만약 수소전기차 보조금을 제외한 게 현대차 특혜를 우려한 조치라면 근시안적 사고라는 비판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국내 기술로 글로벌 수준의 수소전기차 양산이 가능한 기업은 현대차가 유일하긴 하다. 그러나 민간 기업이 홀로 수소차 대중화를 이끌어내는 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본과 독일 등은 수소전기차 인프라를 정책적으로 확대하며 민·관이 함께 수소차 대중화를 서두르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긴밀한 협조 체계가 필요한데 관련 정부 부처는 미온적인 태도만 취하고 있다.

지난 2월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 자동차 보급을 늘리고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조금 더 앞서 갈 수 있도록 국가가 모든 노력을 다해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게 됐다"고 밝힌 문재인 대통령 정책방향과도 어긋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수소전기차 양산에 나섰는데 정착 정책은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 장벽으로 국내 부품업체들이 신성장동력 사업 확보 기회를 잃는다면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도 어렵다는 점을 간과한 근시안적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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