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파고드는 수입차…조세 불균형도 한 몫

[수입차 성장의 명암下] 국산차 역차별 세금제도 손질해야

그래픽=최진모 디자이너

(서울=뉴스1) 임해중 조재현 기자 = 국내에서 외국산 승용차의 연간 판매량이 20만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2010년 9%선을 기록했던 수입차의 국내 승용차 시장 점유율도 올들어 18%대로 급등했다.

수입차 브랜드들이 내수점유율을 끌어올린 배경은 가격 문턱을 낮추고 20~30대 직장인과 젊은 층을 공략한 전략이 먹힌 덕이다. 최근 몇년간 법인이 구매한 수입차가 크게 늘었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개인 구입 수입차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했다.

수입차는 1995년 BMW가 우리나라에 첫 현지법인을 설립하면서 내수에서 본격 판매되기 시작했다. 당시 '외제차'로 불리던 수입차는 워낙 고가여서 기업 회장이나 부유층이 점유하는 일종의 명품으로 여겨졌다. 실제 2000년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 가격은 옵션에 따라 6400만원에서 9000만원 안팎을 오갔다.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은 7000만원 수준이었는데 국산 최상위 고급차인 그랜저 가격의 3배 이상을 웃돌았다. 가격 차이가 크다보니 일반 소비자의 수입차 구매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 구매문턱 낮아지자 젊은층도 수입차 구매, 2000년대 중반 판매 탄력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이같은 분위기는 2000년 중반에 이르러 반전됐다. 수입차 판매는 2004년 이후부터 판매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는데 직장인과 젊은 세대가 새로운 수요층으로 부상했다.

실제 2007년 내수에서 판매된 수입차 5만3390대 중 20∼29세의 구매 비중은 전년 대비 59.6% 확대된 1618대를 기록했다. 30세에서 39세 사이의 구매 비중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은 11%(5851대)를 차지했다.

이 연령대에서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났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젊은 직장인들이 수입차 구매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소득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수입차 브랜드들이 가격 인상을 전략적으로 최소화했고 대중성을 어느정도 갖추면서 구매 수요가 확대됐다.

2000년 3배 이상 차이가 났던 그랜저와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의 가격은 현재 2배 이하로 좁혀졌다. 20년전 평균 7000만원 정도에 판매됐던 이들 수입차는 현재 비슷한 가격에 팔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30세에서 49세 이하 연령대의 수입차 구매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42.9%까지 확대됐다. 10년 전 수입차 구매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법인 비중(35.2%)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여전히 국내 완성차와 비교해 비싸긴 하지만 구매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국내 완성차와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며 국산 고급차의 상위 대체재로 자리매김 했다. 새로운 대체재가 생기면 기존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축소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 자동차세 과세 기준은 60년대 그대로 "조세 불평등 심화"

그래픽=최진모 디자이너ⓒ News1

수입차 시장이 성장하며 혼다와 닛산 등 일본 대중차 브랜드도 속속 한국에 진출했다. 수입차 브랜드의 위협적인 성장은 각 기업간 품질·서비스 경쟁의 도화선이 됐다. 소비자들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도 긍정적이지만 자동차 시장의 전체적인 품질 개선을 이끌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다만 세금 등 관련제도가 수입차 브랜드 성장에 따른 내수 시장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문제로 지목된다. 불투명한 수입차 가격에 대한 제도 개선 요구도 나온다.

1960년대 제정된 현행 지방세법은 자동차세(비영업용 차량)를 1000㏄, 1600㏄ 이하 및 1600㏄ 초과로 나눈 뒤 ㏄당 각각 80원, 140원, 200원을 매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교육세 명목으로 1.3을 곱한 뒤 연차 경감률을 반영하면 차주가 납부해야 하는 최종 자동차세가 된다.

이 경우 배기량 1997cc의 SM6(2995만원)는 51만9220만원의 자동차세를 내야한다. 차량가격 6600만원가량의 수입차에 부과되는 51만8700원보다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더 많다. 현행 과세기준이 비싼 수입차보다 중·저가 차량의 세금이 더 많이 나오는 조세 불평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세기준 손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수입차 내수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행 제도를 계속 유지하면 조세 불평등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어서다. 환경 관련 지방세인 자동차세의 환경세적 성격이 약화됐다는 점도 과세기준 개편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 고무줄 가격 "가격 투명화 시급"

가격 투명화도 수입차 대중화 추세에 맞춰 풀어야할 숙제로 꼽힌다. 수입차 판매가격은 통관가격에 부가가치세와 수입사(임포터) 및 딜러사의 마진을 붙여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임포터와 딜러사가 마진을 과도하게 붙여도 따로 제재할 방법이 없어 수입차 가격이 뻥튀기 되는 경우가 있다.

통관가격과 판매가격 사이에는 프로모션 비용과 브랜드 프리미엄 등 각종 항목의 중간 가격도 붙는다. 워낙 가격결정 구조가 불투명해 수입차 업체들이 고무줄 마진을 적용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반면 정해진 출고가(개별소비세 포함)를 기준으로 부가가치세 10%를 더해 판매가격이 정해지는 국내 완성차의 가격 결정구조는 상대적으로 투명하다고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브랜드가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판매량을 공격적으로 늘렸지만 가격결정 구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이는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는 만큼 가격 투명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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