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3세 조원태 사장, 1년 성적표는…절반의 성공

실적·재무건전성 개선…노사갈등 봉합 등 숙제도 있어

올해 3월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제55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뉴스1DB)ⓒ News1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조양호 회장의 장남으로 한진家의 3세 경영자로 주목받았던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지 곧 1년을 맞이한다. 실적과 재무건선성이 개선된 반면, 노사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아 조 사장의 1년은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가 나온다.

조 사장은 올 1월 취임 직후 인천∼바르셀로나 직항 개설 등 장거리 노선을 강화했다. 고유가와 중국 당국의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대응한 노선 경쟁력 강화 노력의 일환으로, 안정적인 실적유지로 이어졌다. 대한·델타항공 조인트벤처 구성 실무를 지휘하며 올해 3월 계약 성사를 이끌어낸 점도 조 사장의 경영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조종사 노조와의 2016년 임단협 교섭 등 조 사장 앞에 놓인 숙제 역시 만만하지는 않다. 실적선방, 재무건전성 개선, 델타항공과의 빅딜 성사에도 ‘절반의 성공’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배경이다. 장기적으로는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승계를 위한 자금조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 여객·화물사업에서 실무, 취임 후 재무구조 개선 성과

13일 사장 취임 340여일째를 맞은 조원태 사장은 여객사업과 경영전략 본부에 근무하며 실무를 익혔다. 200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자재부 총괄팀장(2007년), 여객사업 본부장(2009년), 화물사업 본부장(2013년)을 거친 여객·화물사업 전문가다.

2014년 경영전략 및 영업부문 총괄부사장을 맡으며 경영수업을 차근차근 받았다. 7년간 대한항공 수장 자리를 맡았던 지창훈 사장이 올 1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조원태 사장 체제가 등장했다. 대한항공의 3세 경영이 시작된 것이다.

조 사장은 취임과 함께 그룹 주력부문인 항공사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한 일환으로 인천~스페인 바르셀로나 직항 노선 취항을 적극 추진했다. 해당 노선은 올해 4월 취항 이후 평균 82% 수준의 탑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수익성이 우수한 장거리 노선의 안정적인 운영은 실적 안정으로 이어졌다. 대한항공은 중국발 사드 보복 여파를 딛고 2분기 17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8.5% 확대된 수치다.

3분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2.7% 감소한 355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긴 했지만 환차손, 고유가 리스크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덕분에 자금조달에 연이어 성공하며 재무건전성도 크게 개선됐다. 대한항공은 올해 6월 글로벌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3370억원(30년 만기) 규모의 영구채 발행에 성공했다.

지난달에는 회사채 발행으로 2400억원(공모 1600억원, 사모 800억원)을 추가로 조달했다. 자금 유입으로 지난해 말 1273%(별도)를 기록했던 부채비율은 720%까지 떨어졌다.

◇ 대한·델타항공 조인트벤처 실무 지휘, 계약성사 이끌어

2010년부터 협의가 진행된 대한·델타항공간 조인트벤처 구성까지 완료되면 조 사장 체제는 안정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협의의 물꼬는 조양호 회장이 텄지만 이에 따른 과실은 조 사장이 가져가게 된다. 물론 조 사장은 실무를 이끌며 조인트벤처 구성에 깊게 관여해왔다.

항공사간 조인트벤처는 합작 회사 설립이 아닌 이와 유사한 수준의 동맹 관계를 말한다. 항공 동맹보다 한 단계 높은 제휴로 모든 좌석을 공동 판매하고 운영 수익도 나누게 된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태평양 노선에서 하나의 회사처럼 협력할 계획이다. 미주 250여개 도시(델타항공)와 아시아 80여개 도시(대한항공)를 연결하면 대한항공은 사실상 미주 내륙을 관통하는 신규노선을 확보할 수 있다.

계약조건 등 구체적인 협의를 지휘했던 조 사장은 3월 빅딜 성사를 이끌어내며 경영능력을 검증 받았다. 미국 교통부는 이를 승인한 상태로 우리나라 국토교통부 인가만 받으면 조인트벤처가 구성된다.

◇ 임금협상 지연 등 풀어야할 숙제도

이같은 성과에도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에는 조 사장이 풀어야할 숙제가 쉽지만은 않다는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일단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조종사 노조와의 갈등 봉합이 우선 해결해야할 과제다. 대한항공은 임금인상 수준에 대한 이견으로 2년 동안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임금 3.2% 인상(2016년)을 제안했지만 노조는 7% 인상을 요구하며 팽팽한 힘겨루기가 계속됐다.

경영권 승계의 열쇠인 지주회사 한진칼의 보유 지분율이 낮다는 점도 조 사장에게는 부담이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지분의 29.96%(보통주)를 보유한 한진칼이 계열사를 거느리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3분기 기준 한진칼의 최대주주는 지분 17.84%를 보유한 조양호 회장이다. 조 사장의 보유 지분은 2.34%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려면 부친인 조 회장 지분을 넘겨받아야 한다. 조 회장의 한진칼 보유 지분 가치는 전날 종가 기준 1852억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조양호 회장이 청사진을 그리면 조 사장은 실무를 추진하는 방식의 경영수업에 집중하고 장기적으로 지분승계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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