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혁신기업만이라도 차등의결권 도입 검토 필요"
한경연, 성장기반 닦기도 전에 경영권 불안정 방지해야
美 실리콘밸리도 차등의결권 도입 확산 주목해야
- 이헌일 기자
(서울=뉴스1) 이헌일 기자 = 혁신기업을 안정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이들 기업에 대해서만이라도 차등의결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장기반을 닦기도 전에 주주들의 공격으로 경영권이 흔들리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3일 발표한 '혁신기업과 기업지배구조 트렌드' 보고서에서 최근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의 지배구조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1주 1의결권'이 아닌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또 주주행동주의 확대와 여성이사 비율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연은 "기업의 지배구조는 규모와 특성, 업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의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미국 혁신기업들의 지배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 중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의 비중은 지난 2010년 5% 미만이었지만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11.3%까지 높아졌다. 특히 구글과 페이스북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차등의결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 창업주들에게 1주당 10배의 의결권을 부여했고 페이스북은 보통주를 두 종류로 나눠 이중 하나에 10배의 의결권을 부여한다.
박현성 한경연 연구원은 "현재 한국은 1주 1의결권 원칙에 따라 차등의결권 도입이 불가능하다"며 "장기비전을 설립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할 필요가 있는 혁신기업에 한해 도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에 대한 주주행동주의 공격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이전까지 기업에 대한 주주의 공격은 주로 S&P100(스탠다드앤푸어스가 산업별 밸런스 등을 감안해 꼽은 100대 기업)에 속한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실리콘밸리 기업도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 중 주주행동주의 공격을 받은 기업은 73.3%를 나타내 S&P100 기업(77%)에 육박했다. 지난 2010년만 해도 S&P100 기업 중 공격을 받은 기업은 70%를 상회한 반면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은 50% 미만을 나타냈다.
박 연구원은 "최근 아시아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이 증가하는 가운데 우리도 이에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며 "특히 창업자의 지분율이 낮은 IT 혁신기업의 경우 차등의결권 도입과 같은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여성이사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의 여성이사 비율은 지난 1996년 2.1%에서 지난해 14.1%로 7배 가량 상승했다. 반면 한국은 '2017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성 이사회 임원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의 여성임원비율이 2.4%에 그쳐 아태지역 20개국 중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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