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전자, R&D 스피드 높인다…산하 연구소 종기원으로 통합

3단계 R&D 프로세스 30년만에 수술, 이재용 부회장 실용노선 반영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삼성전자가 3단계 연구개발(R&D) 프로세스를 2단계로 축소한다. 3단계 프로세스가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들과 경쟁하기에 너무 느리고 비효율적이라고 판단, '선행연구-사업화'의 2단계로 개편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각 사업부문 산하 연구소를 종합기술원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종합기술원 소속 연구원은 현재 1000여명 수준인데 개편결과에 따라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 소속 전세계 R&D 인력은 총 6만명 규모로 산하 연구소는 36개다.

18일 삼성전자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종합기술원-각 사업부 연구소-사업부내 연구개발팀 등 3단계인 연구개발(R&D) 프로세스를 2단계로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2분기까지 개편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3단계를 거치다보니 신기술이 사업화되기까지 시간이 너무 지체되고 과제수행에 혼선이 온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각 단계별로 담당인력이 다르다보니 기술을 받고 익힌후에나 실무부서로 넘기는 과정에서 비효율이 상당했다.

2단계로 줄이는 방안으로 삼성전자는 반도체연구소, DMC연구소, 생활가전 연구소 등 각 부문 산하의 연구소 조직을 종합기술원과 통합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종합기술원이 선행 연구를 담당하고 각 사업부 개발팀이 이를 상용화하는 일을 맡게 된다.

종기원은 최근 산하 연구기관을 통합하는 등 조직을 개편했다. 종기원은 생명과학연구소, 전자소재연구소 등 산하 연구기관을 모두 통합하며 칸막이를 없앴다. 중복 연구를 줄여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분야별 융복합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사업부문 별 연구소까지 통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삼성전자 36개 산하 연구소중 몇개가 종기원으로 흡수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연구개발 프로세스의 틀을 바꾸는 것은 30년 만의 일이다. 이병철 선대 회장이 '10년 후 먹거리를 준비한다'며 1987년 삼성종합기술원(모태 삼성그룹 중앙연구소)을 세웠으며 이후 삼성의 연구개발은 3단계 프로세스로 운영돼왔다.

종합기술원은 미래 성장엔진에 필요한 핵심 요소 기술을 선행 개발하고 각 부문 연구소는 3~5년 후의 미래 유망 중장기 기술 개발을 맡았다. 사업부 개발팀은 1~2년 내 시장에 선보일 상품화 기술을 개발하는 혁신을 담당했다.

R&D 조직의 대대적 개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용주의' 노선이 반영됐다. 이 부회장은 IBM과 구글, 페이스북 등 유연한 IT 공룡들의 조직문화를 삼성에 이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ICT 환경에서 3단계 연구조직을 두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앞으로 살아남으려면 스피디하게 신기술을 사업으로 적용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삼성전자의 R&D 투자비는 14조8488억원이다. 이는 매출액 대비 7.4%에 해당한다. 지난해 우리 정부의 R&D 예산이 19조원이었다.

see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