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결재로 몇시간째 대기한다면…' 업무방식부터 바꿔라

[신년기획-워크이노베이션]출퇴근제 변경, 업무혁신을 이룬 한국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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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송희 기자 =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낮다. 일하는 시간은 길지만 낭비하는 시간이 많다. 창의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는 대신 보고와 결재 대기에 시간을 쓴다. 해결책을 생각해보면 쉽다. 효율적으로 근무하는 시스템, 제도와 문화를 배우면 된다. 단순 제도 도입을 넘어서 문화가 정착되도록 시간과 의지를 갖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게 필수다.

주요 기업들은 이미 다양한 형태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실험을 벌이고 있다. 자율출퇴근제부터 사무실의 개조 등 다양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 아직 효과가 크지 않은 것도 있고 큰 효과를 내는 부분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리더를 비롯해 구성원들이 공유해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74제에서 창의 근무까지

일하는 방식에 대해 가장 먼저 고민을 하고 실험을 한 기업은 삼성전자라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1993년 신경영 선언 이후 아침 7시 출근, 4시 퇴근제를 도입한 바 있다. 아침 출근 시간의 정체를 피하고 집중 근무를 한 뒤 일찍 퇴근해 자기 계발 시간을 갖도록 유도한 시스템이다. 물론 일괄 적용이란 점에서 초기엔 부작용도 있었다. 해외 바이어와 거래를 하는 영업 관련 업무는 저녁 늦은 시간 일을 처리할 일이 많은데 조기 출근에 피로가 누적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74제는 후에 자율 출퇴근제로 바뀌었다. 이제는 일종의 문화로 정착하면서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창의근무 시스템으로 손꼽힌다.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자율출퇴근제를 도입,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 사이 임직원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하루 8시간을 근무할 수 있다. 일률적인 출퇴근 시간 적용에서 벗어나 임직원들이 육아 등 개인 사정과 시간 활용 계획에 따라 업무 집중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자율출퇴근제에 대한 젊은 직원들의 평가는 매우 좋다. 3살과 4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무선사업부 강모 대리는 아침 시간을 활용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난 뒤 여유롭게 출근할 수 있다.

무선사업부 김모 선임은 신제품 론칭으로 밤 12시까지 근무한 뒤 다음날 오후 1시 출근을 선택했다. 예전 같으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침 출근에 힘써야 했지만 이제는 숙면을 취한 뒤 여유롭게 출근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해외 마케팅 담당자인 유모 사원은 시차가 있는 국가 바이어와 콘퍼런스콜을 할 경우 저녁에 업무를 본 뒤 다른 동료보다 3~4시간 늦게 출근해 업무를 본다.

물론 부서장들은 부하직원의 출퇴근이 들쑥날쑥인 것에 불만이 있다. 제도를 도입해도 리더들이 활용을 기피하면 제대로 정착되기 힘들다. 삼성은 부서장이 자율출퇴근제에 대해 문제를 삼을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이를 관리하고 있다. 자율출퇴근제는 차츰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도입한 워크 이노베이션 사례는 많다. 삼성전자는 서초사옥 19층에 모바일 오피스존을 마련해 두고 서울에 출장 온 지방 사업장 직원들이 차질 없이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업장마다 스마트워크센터를 두고 있다. 각 사업장의 인프라를 개선,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만들고 있으며 대신 협업과 휴식 공간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은 ‘삼성 디지털 시티’, 기흥 사업장은 ‘삼성 나노 시티’로 이름을 바꾼 뒤 다양한 체육시설과 바비큐 시설까지 갖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순히 제도를 도입하고 시스템을 갖춘 것 외에 직원들이 실질적으로 업무에 집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LG,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생산시스템부터 변화

LG디스플레이는 'A2D'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 현장의 업무 처리속도를 배가했다. A2D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업무혁신을 의미한다. A2D 활동은 임직원이 하고 있는 일 중에 불필요한 일을 제거하고 꼭 필요한 일을 효과적으로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최고정보책임자 산하의 활동으로 시스템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A2D는 말 그대로 일하는 방식에 디지털을 도입한 것이다. 각자가 알아서 일하던 방식을 '표준화'했고 '전산화'해 모든 부서에서 자료와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축적된 표준화 방식 속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찾아 업무 처리 속도를 크게 높였다.

생산라인에선 손으로 기입하던 일이 하나 둘 디지털 입력으로 바뀌었고 인터페이스를 공유해 작업의 연속성을 높였다. 전산으로 처리 가능한 일들은 표준화하면서 꼭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할 시간을 주고 업무 강도와 양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1년부터 2년간 아래에서부터 A2D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받도록 했다. 수만개의 아이디어가 쏟아져 그중 좋은 제안은 채택하고 해당 직원에겐 포상도 했다. 2013년부터 임원들이 리더십을 갖고 톱다운 방식으로 중점 과제를 정한 뒤 이를 실천하도록 하고 있다. 구성원간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필요성을 느끼도록 한 뒤 이를 효율적으로 전파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LG디스플레이는 A2D 활동을 통해 개선된 사례 중 극히 일부만 공개했다. 경쟁업체에 아이디어가 노출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A2D를 통해 연구원들이 제품을 주문하고 나르는 수작업을 시스템으로 가능토록 했고 디스플레이 마스크 주문 과정도 바코드로 바꿨다. 모바일 오피스 도입과 QR코드로 물품을 확인하는 업무 등도 A2D를 통해 개선한 작업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아이디어가 실행되고 있지만 기밀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언급을 피했다.

LG디스플레이에 이어 LG화학 등 다른 계열사들도 A2D 프로그램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KT·유한킴벌리…워크이노베이션 선도기업

국내 기업 가운데 유한킴벌리는 스마트워크를 도입해 활용도를 높인 기업으로 유명하다. 유한킴벌리는 변동좌석제를 도입해 개인 사무실, 책상을 없앴다. 아침에 출근하면 각자 사물함에서 노트북을 꺼내 필요한 자리에 앉는다. 아예 집과 가까운 곳에 만들어진 스마트워크센터로 출근해도 되고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단 스마트워크센터 근무 일수엔 제한을 뒀다. 임원실은 아예 없앴고 호칭도 '님'으로 통일하는 등 수평적 구조를 띠도록 했다.

포스코는 스마트워크플레이스(SWP)란 이름으로 워크 이노베이션 실험을 벌이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소통과 협업이 수월하도록 시스템을 갖춘 게 가장 눈에 띈다. 직원들이 각 프로필을 입력하면 프로필상 정보를 바탕으로 업무 영역을 확대하거나 협업이 가능토록 했다. 회의를 소집하려면 해당 인물에 클릭을 하면 되고 결재도 온라인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사무실 내 좌석 배치도 자유롭게 해 협업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KT는 스마트워킹 전담 부서까지 운영하며 일하는 방식에 대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재택 및 원격 근무 센터를 운영하고 선택근무 시간제를 도입하는 등 일하는 스타일과 시간의 유연성을 확보했다. 지속적으로 조직 진단도 병행해 일하는 방식에 대한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mk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