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국정감사에 기업인 좀 그만불러라"

허창수 전경련 회장 등 기업인 무더기 증인 채택
기업인 증인 신청 해마다 비중 늘어
기업인 증인 신청에 신중 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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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허창수 GS그룹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조준호 LG 사장, 김충호 현대차 사장..."

주요 그룹 CEO들이 국회에 출동한다. 오는 14일부터 11월 2일까지 20일간 진행되는 19대 국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 탓이다.

국정감사는 국정 운영을 점검하고 정부정책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다. 최근 국정감사는 이같은 정책 감사란 취지를 벗어나 기업 감사로 기울고 있다. 해마다 기업인 증인 채택 비중이 늘어나 기업활동에 차질까지 생긴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제계는 무분별한 기업인 채택이 기업활동에 차질을 준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정감사에 기업인 증인 채택을 신중하고 기업인 증인 채택을 제한하는 입법도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경영자총연합회(이하 경총)은 6일 성명을 통해 "국회는 정책감사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기업인의 증인채택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열린 19대 국회 국정감사에 채택된 기업인과 민간단체 대표는 145명에 달했다. 2011년 국정감사 당시 채택된 기업인 증인 61명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일반 증인 대비 기업단체의 증인 채택 비율도 2011년 55.4%에서 지난해 71.7%로 늘었다.

올해 채택 예정인 기업인 증인수도 이보다 늘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경제 민주화 간접 고용 산업 재해 등 다양한 이슈가 많기 때문이다.

국회 상임위 별로 채택된 기업인 증인은 벌써 백여명을 넘었다. 정무위에서 이미 59명의 기업인을 증인으로 불렀고 국토위는 54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지경위 기재위 환노위 복지위 등 다른 상임위원회까지 기업인 증인을 대거 채택하면 예년보다 많은 기업인이 국회 증인 참석을 위해 경영활동에 차질을 빚게 된다.

정무위 국토위 등이 채택한 증인의 면면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많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는 조달청 입찰 담합 문제 때문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삼성전자는 해당 사항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한 바 있으며 사실과 다른 사실을 유포한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법원에서 사실관계를 다루면 될 일을 굳이 국회에서 다루려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일감몰아주기 혐의로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과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 이정호 롯데피에스넷 대표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담합과 불공정 거래 혐의등으론 김충호 현대차 사장, 박봉균 SK에너지 대표,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대표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담합이나 불공정거래, 일감몰아주기 등은 CEO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문제다. 담합이나 불공정거래는 중한 경제 범죄에 해당한다. 이를 입증하는 것은 사실관계에 입각해 수개월간 정교한 조사와 검증을 거쳐야 할 일이다. 2~3주간 진행되는 국정감사에서 얼마나 새로운 사실을 밝혀낼지 미지수다.

경총은 "국정감사는 국회와 정부 간의 견제와 균형원리를 실현하는 대정부 통제 수단으로서 그 대상은 국가기관이 되는 것이 원칙이다"며 "역대 국정감사는 대규모 기업인 증인채택으로 기업감사라는 오명을 받아왔으나 이제는 국감의 관행도 획기적으로 바뀔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도한 정치공세를 자제하고 정책감사라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며 "2013년 국정감사는 진정한 정책국감, 민생국감이 시작되는 원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무엇보다 "기업인에 대한 증인신청은 보다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며 "보다 정확한 사실관계의 파악이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기업인 증인 채택은 예외적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기업 대표들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될 경우 경영에 전념할 수 없어 경쟁력 하락이 우려되고 증인으로 출석해 죄인취급 당하는 모습은 반기업정서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더욱이 이같은 상황이 국제적으로 알려질 경우 해외 수주나 계약 시 불이익을 당하거나 대외 신인도 타격 등 유무형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xpe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