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램지도 반했다"…엔지니어가 만든 서산 감태, K푸드 총아로

[퍼스트클럽]엔지니어의 '무모한 도전'…전 세계에 서산 명물 알리다
퇴직금으로 공장 짓고 유명 쉐프에 편지…"글로벌 브랜드로"

송주현 기린컴퍼니 대표가 14일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장시온 기자

"엔지니어 출신이라 마케팅은 아무것도 몰랐어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남는 시간마다 유명 레스토랑에 샘플을 뿌리고 다녔죠. 언젠가부터 미슐랭 셰프들한테서 먼저 연락이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조만간 에드워드 리, 고든 램지 레스토랑과도 콜라보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공대를 나왔다. 졸업 후엔 '엔지니어'의 길을 걸었다. 글로벌 모바일업체 모토로라에서 휴대전화 소프트웨어 개발에 십수년 매진했다. 그렇게 여성 개발자로서 예정된 길을 살아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를 맞이한 모토로라가 한국에서 철수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미국 시카고의 모토로라 본사에서 개발과 연구를 계속하지 않겠느냐는 회사측 제의가 있었지만 숙고 끝에 회사를 떠났다.

고향인 서산으로 내려와 아버지가 평생을 일궈오신 '감태'를 트렌디하고 고급스러운 식재료로 키워보자는 꿈을 품었다. '김'이 대표적인 반찬이던 시절, 감태의 매력을 알리고 나아가 세계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아보자는 목표였다.

수산물 브랜드 '바다숲'을 운영하는 기린컴퍼니 송주현 대표의 창업은 35세이던 지난 2012년 그렇게 시작됐다.

"아버지는 감태를 재래시장에 200장씩 쌓아두고 파셨어요. 그동안 감태는 파래같은 해초 취급을 받았어요. 감태를 김처럼 구워서 반찬으로 먹을 수 있도록 처음 고안한 분이 아버지에요. 특허도 여러개 따 두셨죠. 저는 이 감태를 국민반찬으로, 나아가 글로벌 K푸드로 키워보고 싶었어요."

송 대표는 아버지에게 "공장을 짓자"고 제안했다. 감태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딸의 말에 아버지는 콧방귀를 뀌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답게 송 대표는 퇴직금을 공장에 몽땅 투자하고 김 굽는 기계에 감태를 굽기 시작했다.

엔지니어 출신인 송 대표는 마케팅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그는 남는 시간마다 유명 레스토랑에 제품 샘플을 들고 찾아갔다. 바다숲의 해외 진출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방 별미'를 '글로벌 식재료'로
송주현 기린컴퍼니 대표가 14일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권현진 기자

바다숲의 대표 상품인 감태는 옅은 단맛과 쌉쌀함이 어우러진 해조류다. 까다로운 성장 조건, 생산 과정, 보관 환경을 갖춰야만 신선하고 깨끗한 감태를 선보일 수 있다.

감태는 손이 많이 들어가는 식재료다. 한겨울 갯벌에서 부드러운 부분만 손으로 직접 뜯어내 물과 염분과 뻘을 씻어내야 하고, 물 써레질을 거쳐 햇볕과 바닷바람에 말려야 한다.

보관 방법도 까다롭다. 직사광선을 받으면 이틀만 지나도 색이 변해 맛이 없어지고, 쉽게 부스러져 먹기도 불편했다. 송 대표가 처음부터 국내보다는 해외, 양보다는 질에 힘을 쏟은 이유다.

대중적이지 않아 일부 지방에서만 알려져 있던 감태를 송 대표는 전국을 넘어 해외 호텔과 미슐랭 셰프들이 찾는 식재료로 만든 'K-푸드'의 주역으로 이름을 알렸다. 30년간 감태를 연구하고 개발해 온 아버지의 뚝심을 이어받아 철저한 품질관리와 다양한 제품개발로 시장을 개척해 나갔다.

말린 감태를 구워서 먹기 편한 형태로 판매를 시작한 후, 갯벌에 널려 있던 감태는 우리 식탁에 올라 귀한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특유의 감태 제조 방법은 발명 특허까지 받았다.

바다숲의 감태는 유명 쉐프들에게 선택받고 있다. 최근 에드워드 리가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새로운 레스토랑을 열면서 "스폐셜하다"고 소개한 제품이 바로 바다숲 제품이었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고든 램지의 한 레스토랑에서도 러브콜이 왔다. 송 대표는 "레스토랑 헤드쉐프가 먼저 '테스팅을 해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며 "현재 메뉴 테스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꼽은 '소상공인 모범사례'…"외부 투자로 스케일업"
송주현 기린컴퍼니 대표가 14일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권현진 기자

송 대표는 "한 번 저희 제품을 쓰기 시작한 곳은 7년, 8년 계속 쓰신다"며 "셰프들이 원하는 특별한 요구사항을 들어주며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며 신뢰 관계를 쌓았고, 그 셰프들이 다른 나라로 진출하며 자연스레 바다숲도 그 나라로 진출하고 있다"고 했다.

원재료 감태 하나로 송 대표는 밥에 싸 먹는 구운 감태와 생감태, 한입 구운감태, 뿌려 먹는 감태 후레이크, 감태 캬라멜, 감태수연면, 감태감칠국수 밀키트까지 수십 개 제품군을 만들었다. 취향에 맞춘 다양한 제품군으로 바다숲 제품은 일반 소비자들과의 거리도 좁히고 있다.

송 대표의 성장기는 정부가 꼽은 '소상공인 성장 모범사례'가 됐다. 송 대표는 지난해 '2024년 스타콘 페스타 대상'에서 중기부 장관상을 받았고, 올해 9월 '강한 소상공인 로컬 분야'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앞으로의 목표로 '스케일업'을 꼽았다. 그동안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성장시킨 바다숲을 한 단계 성장시키기 위해 외부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 송 대표는 "회사를 키우는 데 자본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생산라인 확대를 위해 투자 유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