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수제맥주 '첫사랑'의 '놀라운 향' 이렇게 만들죠"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맥주 원가 70%가 '홉'"
"내년 상반기 '제2 브루어리' 가동…연간 6000톤 생산 목표"
-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지난 3일 오전 방문한 수제맥주업체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제1 브루어리는 발효 중인 맥주가 풍기는 비릿하고 달콤한 향기로 가득했다. 발효조 20여개와 거대한 저장조가 일렬로 늘어선 발효·숙성실에선 대표제품 '노을 수제에일'이 한창 익어가는 중이었다.
이곳에서 10~20도 온도를 유지하며 2주가량 발효 과정을 거친 맥주가 마트나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맥주 캔으로 변신한다. 커다란 저장조에는 원심분리기를 통과해 홉과 효모 찌꺼기를 걸러낸 맑은 맥주가 낮은 온도에서 숙성되고 있었다.
발효와 숙성은 수제맥주 특유의 아로마나 허브 향을 입히는 핵심 과정이다. 수제맥주 고유의 달콤쌉싸름한 맛이나 은은한 향기는 맥주를 숙성하며 넣는 '홉'이라는 열매를 얼마나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솔방울처럼 생긴 덩굴식물 열매인 홉은 품종과 생산 지역에 따라 다른 향과 맛을 지닌다.
차승현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생산물류팀 이사는 "수제맥주는 담금 과정에 이어 발효와 숙성 과정 중에 홉을 한 번 더 넣는다"며 "대량 생산하는 대기업 맥주와 수제맥주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숲 수제라거'·'진라거'와 같은 인기 수제맥주로 이름을 알린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맥주 제조 과정에 홉을 총 두 번 사용하고 있다. 맥주 원료인 맥아를 끓여 당을 생성하는 '담금' 과정에서 한 번,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또 한 번이다.
각 과정에서 홉 역할은 확연히 다르다. 담금 과정에서 홉은 70도에 이르는 뜨거운 맥즙에 들어가 맥주에 쓴맛을 녹여낸다. 발효와 숙성과정에서는 저온 상태인 맥즙에서 열매 특유의 향을 저온에서 천천히 스며들게 한다. 맥주의 쓴맛과 향을 좌우하는 핵심 원료가 홉인 셈이다. 여러 종류 홉을 섞은 맥주와 달리 한 종류만 사용한 맥주는 '싱글 홉' 맥주라고 부른다.
홉은 맥주 가격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꽃 향과 과일 향으로 유명한 '첫사랑'은 생산 원가에서 홉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을 정도다. 비용뿐만 아니라 두 번에 나누어 작업하는 홉 첨가 공정도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대량으로 생산하는 맥주가 수제맥주 특유의 맛과 향을 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국내 맥주 제조사 가운데 가장 많은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공식 등록한 레시피 종류도 60종을 넘는다. 오비맥주 '카스'와 하이트진로 '테라'와 같이 주력 제품에 투자하는 대형 업체와 달리 수십 종류를 소량씩 선보이는 전략으로 수제맥주만의 장점을 발휘하고 있다
현재 가동 중인 제1 브루어리 역시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만의 강점을 최대로 살린 공간이다. 이곳에서 현재 생산 중인 제품 종류는 캔 11종과 케그 9종에 이른다. 맥주 원료인 맥아 보관창고에는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25㎏짜리 맥아 포대 10종류가 가득 쌓여 있었다. 캔 포장 디자인도 맥주 종류에 따라 손쉽게 바꿀 수 있도록 스티커를 붙여 눈길을 끌었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지난 2016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맥주 펍으로 시작한 수제맥주사다. 작은 양조장을 겸한 이곳에서 선보인 '첫사랑'·'성수동 페일'과 같은 수제맥주가 입소문을 타며 단숨에 성수동 '핫플'로 떠올랐다. 2019년에는 경기도 이천에 월 최대 150톤을 생산할 수 있는 4959㎡(약 1500평) 규모 제1 브루어리를 열었다.
내년에는 더 큰 도약을 앞두고 있다. 상반기 중 제1 브루어리 바로 맞은 편에 기존 생산 물량 3배에 달하는 제2 브루어리를 가동할 예정이다. 제2 브루어리는 1 브루어리와 달리 '서울숲 수제라거·'노을 수제에일'·'진라거'와 같은 주력 상품만 대량으로 생산하는 공장으로 운영한다. 기존 2.5톤에서 10톤 사이였던 맥주 발효조 크기도 대용량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지난 6년간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제2 브루어리에서 한 달에 생산할 수 있는 맥주는 최대 750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6000톤 수준이다. 제1 브루어리 연간 최대 생산량(2000톤)의 3배에 달한다. 차승현 이사는 "현재 공장 부하가 많이 걸려서 양산 체제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운영 중인 성수동 양조장은 펍 겸 신제품 테스트베드로 이용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시장성을 검증한 제품은 제1 브루어리에서 생산하고, 히트 상품은 제2 브루어리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순환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설명이다. 실패율을 줄이고 신선한 맥주를 시장에 더 빠르게 내놓기 위한 전략이다.
차 이사는 "성수동 양조장은 신제품 초기 실험실로 운영하고 반응이 좋은 제품은 제1 브루어리에서 생산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상품성을 한 차례 더 검증한 상품은 앞으로 제2 브루어리에서 대량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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