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영양사에서 '개발자'로 변신…허선희 W컨셉 CTO의 무한도전
대형병원 임상영양사에서 개발자로 변신
이베이코리아 거쳐 W컨셉 CTO로…혁신 DNA 수혈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졸업, 대형 병원 임상영양사, 최고기술책임자(CTO)…
한 사람의 경력이라고 하기엔 스펙트럼이 너무 넓다. 영양사에서 IT전문가로 변신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점도 상상을 제약한다.
하지만 이는 두달 전 국내 디자이너 쇼핑 플랫폼 'W컨셉'의 CTO(최고기술책임자) 자리를 꿰찬 허선희 상무 얘기다. 지난 24일 그를 만나 '리얼스토리'를 들어봤다.
"임상영양사를 왜 그만뒀냐구요? 일이 어렵다기 보다는 적성에 맞지 않았죠. 수학 공식처럼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좋더라고요."
그는 대형병원 '임상영양사'였다. 일은 곧잘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일을 그만뒀다. 그러던 도중 2000년대 초반 IT 열풍으로 우리나라가 들썩였다. 전직을 고민하던 그도 직장을 그만두고 IT업계에 몸담고 있는 지인의 권유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다. 학창시절 수학·과학 등 답이 있는 학문을 좋아했던 그에게 개발자라는 직업은 그야말로 '운명'이었다.
"임상영양사라는 직업이 제 적성과 맞지 않았어요. 평생의 업으로 가져가야하는 데 고민 끝에 제가 내린 결론은 '아니다'였죠. 그러던 중 직장을 그만 두고 진지하게 미래를 고민하던 제게 컴퓨터공학을 전공해 검색엔진 회사에 입사한 친구가 '컴퓨터 교육을 받아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하더라고요."
◇임상영양사에서 개발자로…'맨땅에 헤딩'
멀쩡한 직장을 박차고 나온 허 상무는 정부 과정의 컴퓨터 교육을 받으며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을 했다. 하지만 빠른 습득력으로 "전공자들보다 잘한다"는 칭찬을 들으며 두각을 드러냈다. 결국 컴퓨터를 배운지 1년여 만에 그는 SI(시스템 통합) 업체에 입사했다.
"그때 당시만 해도 정부가 삼성·LG 등 대기업과 함께하는 개발자 과정이 많았어요. 그 교육을 이수하고 SI 업체에서 3년을 근무했죠. 그러다 한 회사에서 오퍼를 받았어요. 처음엔 인터파크인줄 알고 갔는데 아니더라고요. 그 회사가 지금의 '이베이코리아'였습니다."
지난 2005년 허 상무는 지금의 이베이코리아인 G마켓으로 자리를 옮겼다. 직원이 200명도 채 안 되는 회사였지만 2009년 이베이코리아와의 인수합병(M&A)을 거쳐 1000여명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이후 국내 1위 오픈마켓으로 성장해 회사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도전'에 목말랐다. 젊은 시절 15년 간 몸담은 회사가 빠르게 성장해 기뻤지만, 회사가 안정기에 접어들자 또 다른 도전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중 단시간 내 고성장을 이뤄내며 기술 인프라 혁신을 이끌 전문가가 절실한 'W컨셉'을 만났다.
"W컨셉의 성장세는 '두 자릿수'에요. 두자리 성장세는 G마켓 상장 이후 처음 본 숫자죠. 이런 성장세를 보니 잘나가는 회사에서 한창 일에 열정을 불태웠던 때가 생각나더라고요. 막 성장하는 회사에서 열정을 갖고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또 다시 얻은 셈이죠."
◇"'시스템 안정화' 숙제…인재 영입 총력"
이처럼 허 상무는 W컨셉의 가능성을 엿봤다. 특히 '뭐든지 다 파는' 오픈마켓과는 달리 패션·여행·숙박 등 세분화·전문화한 쇼핑 플랫폼의 성장세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과거 오픈마켓은 뭐든지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을 기반으로 성장했어요. 하지만 시장이 성장하면서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전문화된 플랫폼이 나오다보니 패션 전문 플랫폼인 W컨셉이나 마켓컬리·호텔스닷컴 등의 플랫폼이 성장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허 상무는 세분화된 이커머스 시장에서 W컨셉이 승기를 잡을 대안으로 '시스템 안정화'를 꼽았다. 특히 W컨셉이 가진 '디자이너 브랜드 쇼핑 플랫폼'이라는 강점에 비해 아직은 부족한 '모바일 고객 경험'을 적정 수준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고객 관점에서 편리하게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것이 제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에요. 고객들의 모바일 경험 관련해 개선작업도 필요해요. 개인화 추천 서비스 향상도 꼭 필요하고 이 서비스를 잘하는 플레이어가 결국 '위너'가 될 수밖에 없죠."
이 같은 숙제를 풀기위해 허 상무는 W컨셉으로부터 개발과 더불어 우수한 인재 채용이라는 '특명'을 받았다. W컨셉이 '온라인' 태생의 쇼핑 플랫폼인 만큼 향후 뛰어난 개발 인력을 대폭 충원하고 함께 시스템 고도화에 나설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다.
"W컨셉에 입사하면서 개발과 함께 인재 채용 관련 임무를 받았어요. 물론 지금의 W컨셉의 기존 개발 인력으도 플랫폼 서비스를 충분히 유지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얻으려면 결국 인력에 대한 충분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W컨셉서 '인생 2막'…자신만의 경험 수혈
허 상무는 15년 간 이베이코리아에서의 긴 직장 생활을 마치고 W컨셉에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남들보다 빨리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안정된 직장에서 꿈을 펼쳤다면, 이제는 막 성장하기 시작한 W컨셉에서 새로운 '변화'에 도전하는 셈이다.
"W컨셉으로 자리를 옮긴 뒤 조직 문화에 놀랐어요. 사실 저도 전 직장에서 굉장히 빨리 승진했고 젊은 분위기의 조직이라고 생각했지만, W컨셉은 훨씬 더 젊은 분위기에요. 임원 분들부터 팀원들까지 젊다보니 저 역시 활력이 넘치는 것 같아요."
그는 15여년 간 직장생활에서 얻은 노하우를 W컨셉에 수혈할 예정이다. CTO라는 직책으로 W컨셉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개발 관련 업무 뿐 아니라 회사 생활에서 겪은 '경험'이나 '문화'를 바탕으로 회사 발전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이전까지 회사생활에서는 안정적인 시스템 안에서 정해진 제 역할만 잘하면 됐어요. 하지만 CTO로서 W컨셉에 온 만큼 '리더' 역할을 잘해내야 하죠.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인 만큼 제가 먼저 경험했던 부분을 바탕으로 이 회사에 기여하고 싶어요."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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