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K뷰티④]세계 극강 기술력 갖춘 한국콜마·코스맥스 '숨은 주역'

세계 1·2위 ODM 모두 한국에…K뷰티 '대박' 브랜드 지속 '일등공신'

편집자주 ...K뷰티로 대표되는 한국 화장품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좋은 화장품=수입품'이란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실제로 해외 명품 브랜드 화장품 상당수가 국내에서 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매년 30% 가까이 화장품업체가 늘어나는 등 창업 열기가 가장 활발한 분야다. 최근 '스타일난다'가 6000억원대에 로레알에 인수되면서 제2의 스타일난다를 꿈꾸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앞서 글로벌 생활뷰티기업인 유니레버는 토종화장품 브랜드 'AHC'로 유명한 카버코리아를 3조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전통의 강자와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K뷰티 산업의 역사를 어떻게 바꿔나가고 있는지 살펴본다.

코스맥스 차이나 (상하이) 법인 전경(위) 한국콜마 세종공장 전경ⓒ News1

(서울=뉴스1) 김민석 정혜민 기자 = 'AHC 리얼아이크림포페이스(크림)' 'JM솔루션 꿀광로얄프로폴리스(마스크팩&크림)' '16브랜드 아이매거진(아이섀도)' '랑콤&YSL 쿠션 파운데이션류'

최근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핫 아이템들이다. 이들 제품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와 같은 한국의 ODM(제조자개발생산) 업체가 만든 제품들이다.

전문가들은 'K뷰티'가 전세계로 영토를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ODM업체를 꼽고 있다. 세계 1·2위를 다투는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물론 중소형 업체들까지 포진해 있는 '화장품 생태계'가 K뷰티 저력의 원천이라는 평가다.

브랜드 이름과 콘셉트만 기획하면 ODM사들이 모든 생산공정을 도맡아 해준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대박 신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는 셈이다. 화장품 사업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젊은피'가 계속 공급되고 있다. 한국의 뷰티 산업이 성장을 거듭할 수 있는 또다른 이유다.

'스타일난다(3CE)' '지피클럽(JM솔루션)' '코스토리(파파레서피)' 등 신흥 강자가 계속 등장하는 것도 ODM업체들이 브랜드 컨설팅부터 용기 디자인과 라벨 추천, 임상시험 전문기관 의뢰, 포장 등 필요한 모든 뒷받쳐 주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이를 바탕으로 비화장품기업이라도 ODM에 생산을 맡기면 투자비용뿐 아니라 실패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윈윈'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로레알그룹, 에스티로더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 유니레버 등 글로벌 업체들의 제조 의뢰도 늘어 ODM 생산량은 계속 늘고 있다.

◇브랜드사, ODM 맡기면 실패리스크 줄여 '윈윈'

31일 식약처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따르면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ODM사의 화장품 품질 지원을 바탕으로 지난해 한국 화장품 제조·판매업체 수는 1만1834개로 1년 전(8175개)보다 44.75% 늘었다. 4년 전 3884개에서 약 3배 급증했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제조 의뢰를 받아 생산하는데 그치지 않고 독창적인 특허 기술을 보유·개발하고 있다. 이들의 제조기술은 품질과 속도 모두 탁월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기획부터 판매까지 전 공정은 짧으면 2~3개월, 길어도 6개월이면 완성된다.

생산과 판매, 마케팅에 이르는 플랫폼이 잘 갖춰져 있어 히트 아이템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는 브랜드들이 계속 등장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최근 글로벌 화장품 시장 트렌드는 '이노베이션'과 '스피드'"라며 "화장품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남과 다른 제품, 예전에 없던 제품을 원하고 있는 만큼 속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 한 관계자도 "한국 화장품 전문 제조회사들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K뷰티 성공 비결은 판매사와 제조사의 협업 생태계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왼쪽)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News1

◇화장품 ODM 첫 도입 한국콜마, 코스맥스 기획까지 OBM

화장품 전문 ODM·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시스템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건 윤동한 회장의 한국콜마다. 한국콜마가 설립된 1990년 이전까지만 해도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 한국화장품, 한불화장품(현 잇츠한불), 코리아나 등 국내 주요 화장품 업체들은 제조와 판매를 모두 직접 챙기는 사업방식을 고수했다.

한국콜마가 상품 기획·개발부터 완제품 생산·품질관리까지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국내 화장품 업계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한국콜마 창업주인 윤동한 회장은 "미국·일본 등 선진 시장에서는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제조와 판매를 구분하고 있었다"며 "그때 전문제조기업의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강학희 한국콜마 기술연구원장(세계화장품학회장)은 "화장품 브랜딩 및 마케팅 업체와 ODM사 간 협력 체계가 잘 구축돼 균형 발전을 이뤄왔다"며 "이같은 K뷰티만의 경쟁력을 잘 살린다면 앞으로도 따라오기 힘든 수준의 기술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콜마의 전체 직원 중 30%는 연구 인력이다. 매년 R&D에 매출 5% 이상을 투자하고 100명 이상 신입 사원을 뽑고 있다. 이 가운데 40% 이상을 연구 인력으로 선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등록된 특허는 300개에 달한다. 국내 최초로 'ISO 022716 국제 우수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시스템 인증'을 획득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도 1994년 당시 한국미롯토를 설립하고 어렵사리 공장을 세웠다. 이 회장은 "공장을 세우기 전 일본에서 시장 조사를 해보니 선진 화장품 시장으로 발전하면 우리나라 역시 생산과 유통이 분리될 것으로 예상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990년대 중반부터 미샤, 더페이스샵 등 브랜드숍이 화장품 유통 채널을 석권하면서 이들에 제품을 공급하는 화장품 ODM 기업들이 급성장했다. 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대기업도 ODM사와 손을 잡으면서 화장품 산업을 전문화하는 양적 토대가 됐다.

화장품 브랜드사는 생산공장이 없어도 우수한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어 마케팅과 판매에 집중하고 ODM사는 연구개발과 생산에 집중하는 협업 생태계가 형성되면서 한국 화장품 산업 전체가 성장하는 효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코스맥스는 ODM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신규 비즈니스인 'OBM(Original Brand Manufacturing:제조자브랜드개발생산) 모델'을 구상해 글로벌 시장은 선제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또 해외 영업 조직을 개편해 한국, 미국, 중국 법인을 하나로 묶는 GAM(Global Account Management)을 만들었다. GAM은 고객사의 브랜드를 만들어준 후 전체적으로 컨설팅하는 조직이다.

코스맥스는 연구혁신(R&I) 센터를 통해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을 융합한 랩(LAB) 조직을 구축해 다양한 제형·소재·기술 관련 특허 출원 및 등록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인도 등에서 100건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다. 또 세계 600여 브랜드사에게 화장품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이경수 회장은 "최근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 화장품 채널 중 가장 활발한 신규 진입의 모습을 보이는 곳은 온라인과 모바일 채널"이라며 "OBM 사업은 브랜드 개발부터 시작해 제품 생산, 마케팅까지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어서 성공한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deae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