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푸드, 4년째 적자…감사법인 "기업 존속능력 의문"

노세일 정책 실패…"해외 시장에서 돌파구 모색"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스킨푸드의 적자폭이 두 배로 확대됐다. 한 때는 브랜드 숍 3위까지 승승장구했지만 옛 '추억'이 된 지 오래다. 홀로 고수해 오던 노 세일(No Sale) 정책이 실패한데다 사드 악재가 겹쳤던 탓으로 분석된다.

국내 화장품 시장이 브랜드별 로드숍에서 헬스앤뷰티(H&B)숍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별도의 유통망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만큼 새로운 브랜드가 시장에 진입하기 쉬운 구조가 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스킨푸드는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이미 해외 법인도 자본잠식 상태다. 스킨푸드가 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스킨푸드의 영업손실은 98억원(연결 기준)을 기록했다. 전년(52억원 손실)에 비해 적자가 89% 늘었다.

매출은 1269억원으로 역시 전년(1690억원)에 비해 25% 줄었다. 스킨푸드는 2014년부터 4년 연속 수십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연결재무제표를 감사한 안세회계법인은 강조사항을 통해 "(스킨푸드의)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는 "2017년 순손실 109억8100만원이 발생했고 보고기간 말(2017년 12월31일) 현재로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46억8900만원 더 많다"고 설명했다.

◇노세일 정책 실패 탓…"충성고객 뺏기는 결과"

업계는 스킨푸드가 이처럼 적자에 허덕이는 이유로 '노세일 정책'을 꼽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로 브랜드숍 시장이 커지며 경쟁이 심화하며 마케팅 경쟁과 세일 경쟁이 치열해졌다.

현재 연중 120일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브랜드가 있을 정도다. '할인 행사를 염두에 두고 실제 판매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출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비자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스킨푸드는 이런 업계 관행에 반해 노세일 정책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는 충성 고객을 타사에 빼앗기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직함을 추구하는 스킨푸드의 노세일 실험은 차별화되는 지점이었기는 했지만 세일 정책에 힘입어 타 브랜드가 크게 성장하면서 밀리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2015년부터는 결국 스킨푸드도 백기를 들고 할인을 시작했다. 지금은 매월 전 회원을 대상으로 최대 30% 할인하는 '멤버십 데이'와 50% 할인하는 '빅세일', 품목별 세일을 진행 중이다.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 영향도 있었다. 지난해 스킨푸드의 중국 법인(스킨푸드화장품무역유한공사)의 제품 매출은 전년(72억원) 대비 45% 줄어든 50억원을 기록했다.

부진한 실적과 관련해 스킨푸드 관계자는 "사드 여파 영향 등 대외적인 이슈가 화장품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국내 시장 정체' 판단…해외에서 돌파구 모색

스킨푸드는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2016년에는 미국 최대 규모 화장품 멀티숍 얼타(ULTA)에, 지난해에는 글로벌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에 입점했다.

올해 2월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도 1호점을 오픈하는 등 중화권 시장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 중이다.

스킨푸드 관계자는 "한국 화장품 시장은 시장 포화와 경쟁 심화로 정체 국면에 있다고 판단,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6년과 2017년 스킨푸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스킨푸드 중국 법인 뿐만 아니라 미국 법인(미국스킨푸드USA)도 적자누적으로 인한 자본잠식 상태로 지분법 적용이 중단된 상태다.

이에 대해 스킨푸드 관계자는 "중국 법인은 2015년부터 자본잠식 상태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법인만 놓고 보면 자본잠식은 아니지만 스킨푸드의 본사 투자 금액 대비해서 보면 자본잠식이 맞긴 하다"고 입장을 전했다.

heming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