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화장품 도입 주장한 화장품 업계, 발 빼는 이유는?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구체적 계획 없다"
맞춤형화장품 소비자 반응 미미…기성품 다양화가 대안될 수도
- 정혜민 기자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맞춤형 화장품'을 도입했지만 법안 도입을 앞두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와 손잡고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 시범 사업을 진행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맞춤형 화장품 입법에 따른 사업계획 질문에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맞춤형 화장품을 추가 출시할 계획은 없다"면서 "투톤 립 바 서비스(맞춤형 화장품 시범 사업) 안착에 집중하면서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전할 수 있도록 고객 반응을 살필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 역시 "세럼(맞춤형 화장품 시범 사업) 외 스킨케어나 색조 분야에서 맞춤형 화장품을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는 하나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시범 사업에 소비자 반응 미미…제도도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여
업계에 따르면 맞춤형 화장품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소비자 반응은 탐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화장품 시장은 브랜드와 제품이 워낙 다양하고 소비자 선택폭이 넓어 맞춤형 화장품에 대한 니즈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인종과 피부색이 다양한 서구권에서는 기성품으로 여러 고객의 색조 수요를 맞추기 힘들어 맞춤형 화장품 사업이 발전해 왔다. 그러나 한국 시장의 소비자 피부 타입은 다소 비슷하기 때문에 국내 맞춤형 화장품 시장 성장은 서구권보다는 더딘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에서 맞춤형 파운데이션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며 맞춤형 화장품 시장의 포문을 열었던 로레알의 랑콤 역시 관련 제품이나 기기를 국내에 도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심상배 아모레퍼시픽 전임 대표이사가 "고객의 피부에 최적화된 맞춤 색조화장품을 매장 내에서 혼합해 판매하려 하나 현행법상 어려운 면이 많다"며 "매장에서 가능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하게 건의하면서 식약처가 맞춤형 판매업 제도 도입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도 도입의 한 방편으로 식약처는 지난해 3월부터 맞춤형 화장품 판매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시범사업으로 아모레퍼시픽 라네즈는 고객이 선택한 컬러로 두 가지 컬러의 립바를 만들어주는 '마이 투톤 립 바'와 '마이 워터뱅크 크림'을 출시했다.
라네즈 관계자는 "평소 자신의 피부 톤이나 어울리는 립 컬러를 잘 몰랐던 고객분들이 매장에서 직접 기기로 테스트해보고 진단을 통해 어울리는 컬러를 찾을 수 있어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 CNP차앤박화장품은 맞춤형 세럼 'ReMede(르메디) by CNP'을 선보였다. 로레알 키엘은 시범 사업의 일환으로 '아포테커리 맞춤 에센스'를 판매 중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한 기업의 맞춤형 화장품 사업에 대해 "소비자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며 "립 제품은 원래도 소비자 선택지가 다양한 데다 화장품 제조에 40분이 걸리지만 결과물이 다소 조잡해 소비자들이 실망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맞춤형 화장품 판매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사업자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신고해야 하는 신고제의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조제자 자격시험 제도가 함께 도입되는 등 예상보다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여 업계에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조제 과정까지 허용하기 때문에 안전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개정안의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 신고제도와 함께 직접 혼합·소분하는 조제자의 자격시험 제도를 같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검토의견을 달았다.
◇위생·품질 나으면서 소비자 선택지 다양한 기성품 잇따라 출시
이런 상황에서 맞춤형 화장품을 도입하는 것보다 기성 화장품을 다양화하는 것이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는 이달 고객이 보습, 커버, 색상 정도를 고를 수 있는 '마이 파운데이션'을 출시했다.
보습 레벨 3단계, 커버 레벨 5단계, 색상 레벨 5단계를 조합해 총 50종류의 파운데이션 중에서 나에게 꼭 맞는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마이 파운데이션을 작은 용기에 담아 휴대성을 강화한 '마이 투 고 쿠션' 15종도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차별화된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선행적으로 선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에이블씨앤씨의 어퓨도 좀 더 고객 개개인의 피부 특성을 고려한 파운데이션 제품을 출시했다. 3가지 톤과 4가지 명도를 선택할 수 있는 파운데이션 제품 12종이다.
어퓨는 자신의 피부 유형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온라인 자가진단 서비스도 준비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면 본인에게 알맞은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은 물론 립 제품까지 추천받을 수 있다.
에이블씨앤씨 관계자는 "화장품 제조 기술 발전으로 기성 화장품의 종류 및 색상을 다양하게 늘리는 것으로도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기에 충분하다"며 "이것이 화장품 관리, 위생, 품질 측면에서 맞춤형 화장품을 매장에서 제조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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