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훈 K2대표 '다이나핏' 도약 꿈꾸지만…언더아머·데상트가 벽?

'기능성스포츠웨어' 도전장, 하필 겹친 언더아머 직진출
시장 선점 데상트도 강적…"이미 포화됐다" 시각도

정영훈 K2 코리아 대표ⓒ News1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정영훈 K2코리아 대표가 '다이나핏'을 러닝·트레이닝 기능성 스포츠브랜드로 특화해 3년 내 매장 160개를 열고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지만 실제 매장 확대 속도는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러닝에 특화된 기능성스포츠웨어 브랜드로는 '데상트' '아식스' 등이 선점하고 있는데다 직진출한 언더아머도 공격적으로 매장 수를 늘리고 있어 경쟁력이 약한 다이나핏의 성장 전망은 밝지 않다는 게 업계의 냉정한 평가다.

◇총매장 언더아머 69개 vs 다이나핏 21개…출발선 달라

26일 패션·유통업계에 따르면 전국의 롯데·신세계·현대 등 '빅3백화점'에 입점한 다이나핏 매장은 7곳에 그쳤다. 해당 매장들도 이달 초 롯데백화점 부평·인천·광주·마산·센텀시티·창원점과 신세계백화점 충청점에 입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능성스포츠웨어 브랜드 가치는 주요 상권에 있는 백화점에 많은 매장을 확보하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만큼 '가치가 높다'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해야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이나핏은 지방에 있는 백화점 위주로 매장을 늘려갈 계획으로 안다"면서 "주력이었던 스키용품을 볼륨화하기 어려워 러닝으로 영역을 넓혔는데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자리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이나핏 브랜드 사업을 확장해 2019년까지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다이나핏은 스키용품 전문 독일 브랜드로 K2코리아 살레와가 2003년 국내 라이선스를 확보한 바 있다.

또 올해 60개 매장을 열고 마케팅비용 100억원을 집행해 매출 3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단기 목표도 설정했다. 백화점 70%·대리점 30% 비중, 남성용 65%·여성용 35%,주 타깃 나이는 25세~35세다.

다이나핏 관계자는 "현재 21개 매장을 확보했고 3월까지 24개, 4월까지 31개를 오픈해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며 "의류시장에서 신규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이나핏이 매장 수와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언더아머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급성장한 언더아머는 조현준 효성 사장이 설립한 갤럭시아코퍼레이션을 통해 2012년 국내에 발을 들였다. 공교롭게도 정 대표가 다이나핏 브랜드를 키우겠다고 발표한 시점에 언더아머가 국내에 직접 진출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송호섭 언더아머코리아 대표 ⓒ News1

언더아머는 실제로 올해 1월 한국법인 언더아머코리아를 설립하고 직접 진출해 지난 2월 서울 강남에 브랜드하우스를 오픈했다.

현재 기준 백화점에 입점한 언더아머 매장 수는 롯데백화점(총 48개)서 28개·현대백화점(15개점)서 10개·신세계백화점(13개점)서 12개로 총 45개다. 올해 초에만 롯데백화점 잠실·분당·안양·구리·포항점에 입점했다.

송호섭 언더아머 대표는 "2019년까지 170여개 매장(대리점 포함)을 열고 5년에서 8년 내 8000억원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기준 직영점 2곳을 포함해 백화점과 아웃렛 등에서 6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데상트코리아의 경우 데상트 국내 매출이 일본 본사 매출을 넘어서 2015년 일본 본사로부터 글로벌 사업권을 넘겨받았다.

데상트의 현재 매장 수는 백화점 96개·직영점 7개·대리점 105개·아웃렛 25개로 총 233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데상트 국내 매출은 2013년 2174억원에서 2014년 2945억원, 2015년 3505억원, 지난해 3829억원으로 3년 만에 76% 증가했다.

다만 데상트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추신수 선수를 모델로 기용해 효과를 보다가 최근 추 선수가 부진에 빠지고 주춤하고 있다. 앞으로 언더아머의 공세를 방어해야할 상황이다.

ⓒ News1

◇'표범 심벌'이 차별화 포인트?…"타깃 소비자층 기능성 중시"

업계에서는 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다이나핏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자리를 잡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을 선점 중인 데상트 등과 공격적 확장 중인 언더아머와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여성 애슬레저 열풍을 타고 국내 스포츠웨어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지만 가격이 높은 기능성스포츠웨어를 찾는 소비자는 한정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다이나핏 라인(다이나 스피드·다이나 트레인·다이나 웨이브·다이나24) 중 3개의 라인은 기능성을 강조하고 있어 스포츠를 즐기는 남성 소비자를 주 타깃으로 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자인보다 기능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은 충성도가 높아 뺏아오기 정말 어렵다"며 "이렇게 한정된 파이를 놓고 경쟁하는 기능성스포츠웨어 시장에 많은 브랜드들이 뛰어 들고 있어 수년 내 사라지는 브랜드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많은 브랜드들이 생겨났다가 거품이 빠지며 함께 사라진 것처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패션 업계는 시장이 성장한다는 얘기만 나오면 우르르 몰려가는 경향이 없지 않다"면서 "아웃도어 시장의 거품이 꺼지자 골프웨어를 내세웠고 이도 시원찮자 이번엔 기능성스포츠웨어로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충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매장 확대 및 마케팅을 펼치지 못해 브랜드 차별화에 실패하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포지셔닝도 중요하지만 심벌이 주는 느낌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독일에서 다이나핏 심벌을 보고 굉장히 강렬하다고 느꼈고 성공을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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