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1위 삼성물산 '엠비오' 철수… 쪼그라드는 남성복 시장

"버틸 수가 없다"… 5개 브랜드 구조조정 선언
유통업계 '탈백화점' 현상 우려… '아이쇼핑' 골치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패션 업계 전반이 경기침체에 허덕이는 가운데 특히 남성복 시장의 규모가 줄고 있어 '패션 빅2'도 구조조정 및 사업개편에 착수했다.

국내 패션 업계 1위와 2위마저 대대적인 사업개편에 나서야 할 정도로 여건이 악화되자 유통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장기 불황에 '입는 것'부터 우선적으로 줄이는 소비 경향이 지속되면서 매출 1조 이상 기업들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칼을 빼들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LF는 올 상반기에도 부진한 성적을 이어갔다.

올 상반기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매출액 9159억원, 영업익 87억원을 올리는데 그쳤고 LF 매출액과 영업익 역시 지난해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오랜 역사의 남성복 브랜드 '엠비오'를 접는 등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LF는 올해 초부터 여성복 브랜드 '모그' '질바이질스튜어트'와 남성복 '일꼬르소' 매장을 백화점에서 철수시키고 있다. 편집숍 '어라운드더코너' 매장수도 대폭 줄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부진을 타개할 특단의 대책으로 론칭 21년 차 엠비오를 접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 브랜드는 20~30대 젊은 남성층을 타깃으로 성장해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갖췄음에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삼성물산은 또한 남성복 '로가디스'의 프리미엄 라인인 '로가디스 컬렉션'을 주력 브랜드 '갤럭시'로 통합하고 중저가 라인인 '로가디스 그린'은 '로가디스 스트리트'로 흡수·재편하기로 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이번 사업 개편은 선택과 집중의 의미"라며 "패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경영 내실을 다지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측은 사업개편이라고 표현하지만 업계에서는 각각의 브랜드가 확보한 백화점 매장을 철수해야하는 만큼 브랜드 중단이나 다름없다고 풀이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백화점에 대부분 입점해 있는 엠비오 70여개, 로가디스 컬렉션 60여개, 로가디스 그린 50여개 등 180개 이상 매장을 내년 2월까지 철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브랜드 정리에 나서면서 일부 업체들은 내심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도 한다"며 "백화점 입점을 노리는 일부 남성복 브랜드와 타복종 브랜드들이 이번 기회에 입점하고자 분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패션 시장 규모가 줄고 있고 그 중에서도 남성복 브랜드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으로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 지난해 하반기 시즌 남성복 구매율은 29.5%로 2010년 같은 기간 구매율 32.3%보다 2.8%p 하락했다.

1인당 평균 남성복 구매금액은 특히 24만1402원으로 5년 전 24만2939원보다 0.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평균 남성복 구매금액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는 각 직장에서 캐주얼 복장 착용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데다가 젊은 소비자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만족감)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의류 매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탈 백화점' 현상도 업계의 큰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통계청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매출은 2013년 29조8000억원에서 2014년 29조3230억원으로, 지난해는 29조2020억원으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의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만큼 백화점에서 의류 매출도 감소 추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온라인 채널과 홈쇼핑 등에서는 의류 매출이 가파른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아이쇼핑(윈도쇼핑)'을 목적으로 백화점을 찾은 후 온라인으로 결재하는 행태가 늘고 있다"며 "유통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패션 업체들도 온라인몰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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