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후판값 내려라" vs 철강사 "올려야 할판"…협상 진통

상반기 이어 하반기 협상도 팽팽
"글로벌 후판값 하락 추세 vs 전기료 인상으로 원가 상승"

(HD현대중공업 제공).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이 예상되면서 조선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철강업계는 전기료 인상과 업황 악화로 '후판 가격 인상'으로 가닥을 잡은 반면, 조선업계는 글로벌 철광석 가격이 하락세인 만큼 국내 후판값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는 철강 기업들과 조선용 후판 가격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의미하는 후판은 선박 원가의 20% 이상을 차지해 선박 제작에서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재료로 꼽힌다.

조선업계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차례에 거쳐 후판 가격을 협상한다. 통상 1위 기업인 HD현대중공업과 포스코가 후판 가격 협상을 완료하면 삼성중공업·한화오션 및 현대제철·동국제강 등 나머지 조선사와 철강사가 따르는 방식이다.

그러나 양측은 지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후판 값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 인하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철강업계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가 후판 가격 인하를 주장하는 이유는 국제 후판 가격 하락 때문이다. 2분기 철광석 가격 하락세로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후판 가격도 덩달아 내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중국산 철광석 수입 가격은 1톤당 105.1달러다. 이는 지난 1월 대비 19% 감소한 금액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국내산 후판 가격은 높은 단가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조선업계 입장이다.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은 90만~100만원선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톤당 120만원대까지 치솟았던 것을 감안하면 가격이 많이 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2020년에는 조선용 후판 1톤당 60만원 수준에 거래된 바 있다.

그러나 철강업계 입장은 조금 다르다. 후판 가격이 떨어져야 한다는 조선업계와 달리 산업용 전기료 인상으로 인한 원가 상승과 글로벌 철강업 부진 등 외부 요인을 고려해 후판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3차례 인상에 이어 올해도 1월 kWh당 13.1원 인상, 5월 kWh당 8원 인상이 이어지며 철강업계 부담이 커졌다. 철강업체들은 올해 인상분으로만 수백억원씩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게다가 글로벌 철강 시황 악화로 철강업계 실적도 부진하다. 국내 1위 철강 기업인 포스코도 지난 2분기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6.4% 감소한 8410억원으로 집계됐다.

후판값을 두고 조선사와 철강사들의 가격 줄다리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상반기에도 두 업계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통상 3~4월 매듭짓는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1개월 가량 연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전기료 이슈와 선가 인상 등 다양한 이슈가 겹치면서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입장차가 워낙 크다"며 "조선업계는 인하를 주장하는 반면 철강업계는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반대 입장인 만큼 협상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