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경부 입장휴게소 옆 그 타워, TK엘리베이터 공장 가보니
업계 최초 추락안전체험관 설립…간단하지만 효과적인 교육
글로벌기업으로 한국 정체성 노력…철 위에 입한 전통 자개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충북 천안 입장휴게소쯤 갔을 때 보였던 그 곳, TK엘리베이터(TKE) 천안 캠퍼스에 지난 9일 다녀왔다.
티센크루프는 지난해 8월 독일 티센크루프 그룹에서 분사한 뒤 올해 2월 사명을 TK엘리베이터로 변경하면서 엘리베이터 전문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기자가 천안 캠퍼스를 찾은 9일 TK엘리베이터는 천안 캠퍼스에서 협력사 관계자들과 함께 브랜드 선포식을 가졌다. 오는 8월까지 브랜드 변경 작업을 마무리하고 TK엘리베이터로 완전히 탈바꿈한다.
ESG경영이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국내 최초 추락안전체험관은 TK엘리베이터가 자랑하는 시설이다. TK엘리베이터는 지난해 4월 승강기 업계 최초로 체험관을 만들었다. 승강기 설치 및 유지보수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락사고를 방지하고 안전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이다.
간단한 체험이지만 서면이나 동영상을 통한 교육보다 한번 떨어져보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현재는 운영이 제한되고 있지만 기자는 천안 캠퍼스를 방문한 취재진 중 유일하게 고소추락실험과 안전벨트 체험을 모두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고소추락 체험은 약 2m높이에서 스펀지가 가득 차 있는 공간으로 떨어지는 체험이다. 안전모 착용·준비 운동을 거쳐 체험대로 올라가 발판 위에서 준비자세를 취하고 있을 때 TK엘리베이터 관계자가 느닷없이 추락 버튼을 눌렀다.
떨어지는 찰나 심장이 덜컹했고 그 느낌은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지금도 수십미터, 수백미터 높이에서 근무하는 현장 근로자들에겐 더욱 와닿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는 안전벨트 체험이다. 3.5m 높이에서 하네스(안전벨트)를 착용한 채 20센티 정도 추락하는 체험이다. 산업현장에서 안전벨트를 하고 추락했을 때 신체에 가해지는 충격을 체험해보기 위한 시설이다. 체험을 위해 하네스를 장착한 뒤 몸무게를 지탱하니 압박감이 상당했다.
이번에는 다행히 예고를 하고 떨어뜨렸다. 추락한 높이는 20cm에 불과했지만 벨트가 살을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다. 체험을 마친 뒤 '왜 더 떨어뜨리지 않냐'고 물었더니 신체에 가해지는 하중이 높아져 다칠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해보니 그럴 것 같았다.
생산라인에서도 안전에 관한 노력이 느껴졌다. 생산라인은 엘리베이터의 문과 천장, 도장, 전기제품을 생산하는 곳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 라인마다 매일 안전 점검을 포함한 SSQDC 미팅을 한다. SSQDC란 지속가능성(Sustainbility), 안전(Safety), 품질(Quailty), 납기(Delivery), 비용(Cost)를 뜻한다.
TK엘리베이터는 글로벌 엘리베이터기업이지만 한국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록 동양엘리베이터 시절이긴 하지만 천안 공장부터 거북선 모양으로 설계됐다. 공장 위에는 돛 모양 기둥도 있었는데 오래돼 안전 문제로 철거했다고 한다.
TK엘리베이터는 최근에는 장용복 자개 장인과 협업을 진행해 엘리베이터를 자개로 꾸미는 전통 예술의 대중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천안캠퍼스 쇼룸에는 산수화, 소나무 등 전통적 아름다움을 담은 엘리베이터 문과 벽이 전시돼 있었다. 나무가 아닌 차가운 철 위에 옻칠을 하고 자개 장식을 더하니 엘리베이터에서 따뜻한 느낌이 났다.
옻은 세균과 박테리아, 악취, 전자파를 차단하고 벌레를 막아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엘리베이터 내부를 위생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경부고속도로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TK엘리베이터 테스트타워에 올랐다. 테스트타워는 157m, 40층 높이로 1997년 준공될 당시 세계에서 제일 높은 엘리베이터 테스트타워였다.
테스트타워에는 중저속, 고속, 안전 등 분야를 시험할 수 있는 승강로 8개가 있는데 신제품 및 개발부품 양산테스트 등 각종 인증 테스트가 이뤄진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도 이곳에서 인증시험을 하기도 한다.
테스트타워 꼭대기까지 타고 가는 데 이용한 엘리베이터는 초속 4m로, 도착까지 40초 가량 걸렸다. 꼭대기에선 엘리베이터를 움직이는 권상기를 볼 수 있었다. TK엘리베이터가 최초로 개발한 '트윈'의 권상기도 설치돼 있었다.
트윈은 하나의 승강로에 두대의 엘리베이터가 독립적 운행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층간 이동이 잦은 고층 사무건물에 최적화 돼 있다. 승강로 설치 비용이 줄어드는 반면, 승강로 공간만큼 활용할 수 있는 면적이 넓어져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는 게 TK엘리베이터의 설명이다. 트윈은 현재 서울 여의도 파크원(Parc1)과 아모레퍼시픽, G-스퀘어, CJ E&M 등에 설치돼 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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