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머쓱한 실적 반토막…김교현 사장의 LC타이탄 딜레마
김 사장 재임 전성기…떠난 후 실적 부진 이어져
세무조사·연이은 사고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해
- 송상현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이 한때 수장을 맡았던 동남아시아법인 LC타이탄의 연이은 악재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김 사장은 LC타이탄을 이끌며 주요사업을 안정궤도에 올렸고 2016년 사상최대실적을 세웠다. 이 공로로 롯데케미칼 사장으로 승진했지만 그가 떠난 후 2017년 LC타이탄은 악재가 쏟아지며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불과 1년만에 상황이 완전히 급변하자 김 사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31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동남아시아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자회사 LC타이탄의 지난 상반기(1~6월) 영업이익은 141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215억원)에 견줘 16.1% 증가한 것이지만 2016년 상반기(2422억원)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2016년 5130억원이던 LC타이탄의 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 281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면서 침체에 접어들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0년 말레이시아 석유회사인 타이탄을 1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초기만 해도 LC타이탄은 저조한 모습을 보이며 실패한 인수합병(M&A)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김교현 사장은 2014년부터 LC타이탄의 대표이사(부사장)를 맡아 반전을 만들어갔다. 첫해 200억원에 불과했던 타이탄의 영업이익은 2015년 3276억원으로 급증했고 2016년에는 역대 최대인 5126억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7월 타이탄이 말레이시아증권 거래소에 4조원 규모로 상장할 수 있었던 것도 김 사장의 역할이 컸다.
이 공로로 김 사장은 2017년 정기인사에서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사장)로 승진한다. 당시 롯데그룹 화학부문 BU장으로 승진한 허수영 부회장과 함께 그룹 주력으로 올라선 화학부문 핵심계열사를 이끌게 된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김 사장이 떠나고 난 후 LC타이탄은 갖은 악재에 시달린다. 지난해 4월 공업용수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말레이시아공장 NCC(납사분해시설) 가동이 중단됐다. 같은 해 9월엔 NCC증설 도중 화재가 발생해 상업가동이 미뤄졌다. 이 증설 설비는 올해 초에도 문제를 일으키면서 말레이시아공장 전체 설비 가동률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말레이시아 환경부가 인근 해안가에서 발생한 악취의 원인으로 LC타이탄을 지목했다. 공장 가동 중지 명령이 내려지면서 LC타이탄의 환경 관리 문제도 불거졌다.
김 사장 역시 이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LC타이탄 대표 재임기간 외형성장에 치중해 사업장 안전관리 등 내실을 다지는데 미흡했다는 지적이 충분히 가능하다. 여기에 최근 롯데케미칼은 타이탄 때문에 국세청으로부터 716억5500만원의 세금추징도 통보받아 도덕성에 타격도 입었다. 타이탄이 끊임없이 사업의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타이탄이 주도하는 동남아시아 사업은 롯데그룹의 성장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롯데케미칼이 창사이래 첫 제작한 TV광고에서 타이탄공장을 가장 먼저 내세운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앞으로 타이탄은 인도네시아에 4조원대 화학단지 건설 등의 대형프로젝트들도 이끌어야한다.
업계 관계자는 "외형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 아직 성장성이 충분한 동남아시아 사업"이라면서 "김교현 사장의 승진도 '타이탄 전문가'였기 때문에 가능했고 앞으로의 역할도 타이탄의 성장을 이끄는데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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