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국내 최초 중고굴삭기 경매 가보니…현장 분위기 '후끈'
현대건설기계, 중고 건설기계 경매 개설…"연 3회 실시"
중고거래 활성화+신제품 구매 유도+해외 점유율 상승…'1석3조'
- 이철 기자
(충북 음성=뉴스1) 이철 기자 = "솔드(sold·팔았다)!"
경매사의 외침 후 장내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박수를 쳤다. 직원들은 마지막에 번호표를 든 고객(낙찰자)에게 가서 최종 확인을 받는다. 그사이 주변에서는 해당 제품을 싸게 샀는지, 비싸게 샀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뒤를 이어 다른 굴삭기가 들어오면서 구매 희망자들은 또다시 경매에 집중한다.
지난 26일 <뉴스1>이 방문한 충북 음성군 소이면 현대건설기계 음성공장은 때아닌 손님 맞이로 분주했다. 현대건설기계가 국내 최초로 개최한 '중고 굴삭기 경매'는 이렇게 진행됐다.
◇150여대 중고 굴삭기 출품…입찰 경쟁에 1000여명 관람객 '탄성'
입구에 들어서니 경매 입찰 등록을 기다리는 긴 줄이 보였다. 경매에 참여하고 싶은 고객은 입찰보증금(100만원)을 내고 번호표를 부여받는다. 또다른 쪽에 마련된 해외 수출 상담 코너에도 해외 딜러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이날 주최측이 추산한 입장객은 1000여 명이다.
본 행사장 안 전면은 뚫려있어 경매에 나올 굴삭기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경매가 시작되자 굴삭기들이 줄을 지어 왼편에 대기하고, 자기 차례가 되면 중앙으로 나온다.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운전수들은 굴삭기를 회전시키는 등 제품에 이상이 없다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참가자들 역시 경매 전 미리 받은 제품 목록에서 제품명, 연식, 주행거리, 경매 시작가 등을 파악해 구매할 굴삭기를 정하느라 분주했다.
경매는 각 제품마다 주최측이 부여한 최소 금액부터 시작됐다. 이후 참가자들이 번호표를 들면 50만원 단위로 가격이 올라가는 구조다. 특히 참가자들이 서로 가격 경쟁을 하기 시작할 때면 장내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특히 베트남, 홍콩, 대만 등 주요 신흥국의 대형 딜러들이 대거 참여한 것도 눈에 띄었다. 경매의 첫번째 제품(현대건설기계 14톤급 굴삭기 'R140W') 역시 베트남의 응어 쿠앙 뛰엔(Ngo Quang Tuyen)씨가 낙찰받았다. 특히 해당 제품은 2~3명의 입찰자가 서로 경쟁하면서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뛰엔 꽝씨는 "장비의 상태가 연식보다 좋아서 놀랐다"며 "낙찰가도 충분히 매력적이어서 내년에는 더 많은 장비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최고가는 현대건설기계 38톤급 'R380' 굴삭기로, 7900만원에서 시작해 8700만원에 낙찰됐다. 대부분의 중형 굴삭기들이 5000만원대에서 낙찰 됐으며 1000만~2000만원대 소형 굴삭기 역시 고객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서울에서 온 또다른 낙찰자는 "'눈치'를 잘 본 덕분에 괜찮은 제품을 경매 중반쯤 낙찰받을 수 있었다"며 "다음 경매에도 참여해 가성비가 뛰어난 굴삭기가 나오면 도전할 계획"이라고 웃었다.
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올해는 한번으로 끝나지만 내년부터는 경매 횟수를 연 3회로 늘릴 것"이라며 "한 회당 판매대수도 300여대로 2배 가까이 늘리는 등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고 굴삭기 거래시장 활성화 기대…"점유율 증대+신제품 구매 촉진"
이날 경매에서는 총 150여대의 굴삭기들이 출품됐다. 특히 현대건설기계뿐 아니라 두산인프라코어, 볼보건설기계 등 경쟁사의 제품도 같이 판매돼 눈길을 끌었다.
지금까지 중고 굴삭기를 판매하거나 구매하려면 동종 업계 지인들끼리 자체적으로 거래하거나 일부 판매상들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경매를 계기로 중고거래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전용 중고 굴삭기 거래 사이트를 개설하고 운영해봤지만 거래물량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번 경매를 통해 대규모 물량을 소화할 수 있게 된만큼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제조사 브랜드를 구별하지 않고 국내 중고 건설장비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며 "중고 굴삭기가 필요한 고객의 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판매자들도 빨리 처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해외 딜러들의 구매도 매력적이다. 국내에 쌓여있는 중고 물량을 소진하는 것과 동시에 해외 점유율을 높여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날 만난 공기영 현대건설기계 대표(사장) 역시 "낙찰 건당 소폭의 수수료를 받지만 경매 자체로는 오히려 손해가 난다"며 "중고 굴삭기를 판매한 고객들이 우리의 새로운 제품을 구매해주고, 해외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주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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