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사 가격 상승에 석유화학업계 '노심초사'

저유가에 유리한 NCC에 올인, 가스기반 ECC 등한시
미국에 ECC 공장 짓는 롯데케미칼은 다소 느긋

지난 한 달 간 납사·두바이유 가격($) 추이. 출처 : 유진투자증권 ⓒ News1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 NCC(납사크래커)에 올인하던 국내 석유화학업체가 갈림길에 섰다. 중동의 원유 감산 합의로 원유 가격이 오를 경우 NCC의 원료인 납사(naphtha) 가격도 함께 오르기 마련이다.

수년 전부터 북미는 셰일가스 기반의 에탄(ethane)을 원료로 한 ECC(에탄크래커)를 증설하며 현재 상황을 대비했다. 저렴한 납사 공급 덕분에 NCC에 의존해 높은 수익을 거뒀던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발등의 불이다.

◇ 저유가에 빛보던 NCC…납사 가격 상승으로 마진 축소 예상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7일 유통시장에서 납사 가격은 배럴 당 47.1달러를 기록했다. 한 달 전 40달러 초반에서 가격형성이 되다가 중동의 원유감산 합의 소식이 전해진 9월 말 이후 상승폭이 커졌다.

감산 합의 소식 이후 두바이유 가격도 40달러 초반에서 49달러로 상승하고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50달러를 넘었다.

납사가격의 상승소식은 NCC에 의존해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업계에 악재다. NCC 납사를 원료로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롯데케미칼과 한화케미칼, 대한유화, LG화학 등 4개사가 NCC를 가동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은 저유가 덕분에 납사가 저렴하게 공급되다보니 에탄을 원료로 한 ECC보다 납사를 원료로 한 NCC의 수익성이 좋았다는 게 해당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NCC를 기반으로 한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계는 지난 상반기 역대 최고실적을 올렸다.

국제유가 영향으로 원료가격 부담이 줄어든 반면, 판매가격은 높았던 것이 비결이었다. 석유화학업계 수익성의 척도가 되는 에틸렌 스프레드(제품 판매가와 원재료 가격차)가 계속 오름세였다. 스프레드가 클수록 석유화학 기업이 얻는 마진은 높아진다.

지난 2013~2015년 평균 납사-에틸렌 스프레드는 1t당 525달러였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이보다 30% 높은 686달러를 기록했다. 이 기간 에틸렌 가격은 1t 당 1000달러 선을 꾸준히 유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에틸렌의 수출은 줄고 있다. 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업체의 에틸렌의 수출량은 지난 2013년 112만203t에서 지난해 46만5437t으로 크게 줄었다. 수출이 줄었지만 높은 스프레드를 바탕으로 수익을 거둔 것이다.

문제는 에틸렌의 경우 생산 과잉에 대한 우려가 높아 향후 제품가격이 낮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관측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납사 가격까지 오르면 스프레드는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를 중심으로 한 ECC 업체의 추격이 매섭다. 오는 2020년까지 북미지역에서는 800만t 규모의 ECC 증설이 예정돼 있다.

ECC는 납사가 아니라 셰일가스나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에탄을 원료로 에틸렌을 생산한다. 중동의 감산합의로 원유와 납사가격이 오르면 NCC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ECC의 경쟁력이 올라간다.

◇ 다각도로 대비한 롯데케미칼…다른 곳은 ECC 포기로 아쉬움 남겨

국내 업계도 이런 상황에 대비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현재 롯데케미칼과 한화케미칼 등은 납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콘덴세이트 스플리터를 만들어 향후 원료수급을 준비하고 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NCC에 납사 뿐만이 아니라 LPG도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대비에 나서는 중이다. LPG는 가격이 납사 대비 95% 수준이거나 납사 대비 1t 당 50달러 가량 낮으면 대체 원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롯데케미칼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ECC에 대한 투자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미국 액시올과 합작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ECC 공장 건설을 짓고 있다. 2018년 상업생산이 목표다. 액시올 인수는 포기했지만 ECC 합작사업은 계속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LG화학은 고유가 상황이었던 지난 2011년 카자흐스탄 국영 석유화학업체 UCC 등 현지업체와 합작해 2017년부터 에틸렌 상업생산을 목표로 ECC 공장건설을 시작했다가, 올해 초 저유가를 이유로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한화케미칼도 지난 2013년 이라크 정부와 ECC 공장건설을 위한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한 바 있었지만, LG화학과 마찬가지로 저유가 탓에 사실상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강병준 한신평 연구원은 "원유가격이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설 경우 NCC를 통해 만든 에틸렌은 셰일가스 기반의 ECC 제품에 밀려 돈을 벌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NCC에 매달리는 이유는 원료인 납사를 해상운송을 통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ECC는 에탄의 수급이 어렵기 때문에 원료가 나오는 현지에 공장을 세워야 하는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를 중심으로 ECC가 느는 추세지만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ECC는 증설이 전무하다"며 "과거 북미(셰일)와 중동(원유) 사이의 경쟁처럼 우리도 ECC 공세에 맞서 치킨게임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뾰족한 수가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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