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연봉' 정유사들, 상반기 대졸취업문 '바늘구멍'

정유4사 지난해 대졸신입 130명 수준...빅3, 상반기 채용계획 '없다'

SK에너지 울산콤플렉스. ⓒ News1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지난해 대졸 신입공채 규모가 130여명 수준에 그쳤던 국내 정유사들이 대규모 적자에 따른 여파로 올 상반기 채용을 거의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유4사 가운데 유일하게 현대오일뱅크만 올 상반기 대졸 신입공채를 실시한다.

국내 정유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은 올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 없다. SK이노베이션은 매년 상반기에 인턴을 채용하고 하반기에 대졸 신입공채를 실시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상반기 인턴만 채용하고 하반기 대졸공채를 실시하지 않아,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은 상반기 채용한 인턴 10명이 전부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SK이노베이션은 올 상반기 인턴사원 채용도 하지 않기로 했다. 또 하반기 대졸 신입공채 여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아, 최악의 경우에 단 1명의 신입사원도 뽑지않은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을 23명 채용했던 GS칼텍스도 올 상반기에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는다. 하반기에 인턴과 함께 대졸 신입사원을 선발할 예정이지만,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0여명의 대졸 신입을 채용했던 에쓰오일은 올 하반기에만 대졸 신입공채를 실시하며 채용규모도 미정이다. 올 상반기 공채가 진행되는 곳은 현대오일뱅크가 유일하다. 지난해 60명의 대졸 신입을 채용했던 현대오일뱅크는 올해도 50~6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할 방침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정유사들이 경쟁력을 회복하기전까지는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늘리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며 "고연봉을 받는 기존 인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조직슬림화 등 구조조정이 더 급한 숙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유4사의 1인 평균 연간급여는 에쓰오일이 8972만원, SK에너지는 8847만원, GS칼텍스는 8402만원, 현대오일뱅크는 7900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체질개선에 들어갔다. 정유업은 인건비가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대표 장치산업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첫 인력 구조조정을 했다는 것은 쓸 수 있는 카드가 더이상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GS칼텍스는 경영지원본부를 폐지하는 등 임원단위 조직을 15% 축소했다. 에쓰오일은 10개 부서를 통폐합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통합된 부서의 임원을 퇴임 후 승진발령을 내지 않는 방식으로 조직슬림화를 꾀했다.

2014년 기준 SK에너지 연간 인건비는 2127억원, GS칼텍스 2652억원, 에쓰오일 2509억원이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0.5~0.8%에 불과하다. 따라서 인건비를 절반으로 줄여도 전체 비용에서 0.2~0.4% 정도 감소효과를 볼 뿐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인건비 비중이 낮음에도 구조조정 위기감이 높은 것만 봐도 업계 사정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 알 수 있다"며 "인건비를 비롯해 줄일 수 있는 모든 비용은 대부분 삭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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