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重, 7870억 규모 美 '잭팟 수주'…조현준 '뚝심 투자' 통했다(종합)

7870억 규모 美 초고압변압기 수주…韓 전력기기 사상 최대 규모
조현준 "특이점 온다" 내부 우려에도 美투자…직접 세일즈 뛰었다

조현준 효성 회장(효성그룹 제공)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효성중공업(298040)이 미국에서 7870억 원 규모의 초고압변압기 및 리액터 등 전력기기 공급계약을 따내는 '잭팟'을 터뜨렸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전력기기 기업 중 역대 최대 수주고다. 조현준 효성 회장의 '미국 투자' 뚝심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대형 유틸리티(송전망 운영사)로부터 765킬로볼트(㎸) 초고압 변압기와 리액터 등 전력기기 공급계약을 7870억 원에 체결했다고 10일 공시했다. 효성중공업 창사 이래 최대 단일 계약이자, 한국 전력기기 기업이 미국에서 따낸 수주 중 최대 규모 단일 프로젝트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한국 기업 최초로 765㎸ 초고압변압기, 800㎸ 초고압차단기 등 전력기기 '풀 패키지' 공급 계약을 미국에서 체결한 데 이어, 올해에도 대규모 수주를 이어가며 미국 765㎸ 초고압변압기 시장 내 압도적 1위 지위를 재확인했다.

재계에선 '미국통'으로 꼽히는 조 회장의 승부수가 통했다고 보고 있다. 조 회장은 미국 내 생산 거점이 향후 전력 인프라 시장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판단, 2020년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인수하는 베팅을 했다.

당시 내부에선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었지만, 조 회장은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른 싱귤래러티(특이점)를 확신하고 인수를 결정했다고 한다. 현재 멤피스 공장은 현지 공급망 주도권의 핵심기지로 자리 잡았다. 현재 진행 중인 증설이 완료되면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생산능력(CAPA)을 보유하게 된다.

조 회장은 "AI 및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인프라는 이제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산업이 됐다"며 "효성중공업 멤피스 공장과 초고압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전력망 안정화의 대체 불가능한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765㎸ 초고압변압기(효성 제공)

조 회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미국은 AI 데이터센터 건설, 전기차 보급 확대 등으로 전력 수요가 향후 10년간 25%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최대 에너지 시장이다. 이에 미국의 주요 전력사업자들은 765㎸ 송전망 구축을 앞다퉈 계획하고 있다. 765㎸ 송전망은 대용량 전력을 장거리로 보낼 수 있고, 기존 345㎸나 500㎸ 대비 송전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효성중공업은 현재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765㎸ 초고압변압기의 절반 가까이 공급했다. 특히 2010년대 초부터 미국 765㎸ 초고압변압기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800㎸ 초고압차단기까지 공급할 수 있는 독보적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조 회장은 이번 수주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 등 미국 에너지·전력회사 최고 경영층들과 개인적 친분을 쌓으며 '변압기 세일즈'에 직접 나섰다고 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빌 해거티 테네시주 상원의원과 여러 차례 회동하며 신뢰를 쌓았으며 스콧 터너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사프라 캐츠 오라클 CEO, 스콧 스트라직 GE 버노바 CEO, 빌 리 테네시 주지사와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스콧 터너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등 미 정재계 핵심 인사들과도 잇달아 만나며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한편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5조 9685억 원, 영업이익 7470억 원을 기록하며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글로벌 수주고는 11조 9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34% 증가했다.

효성중공업은 오는 2027년 입찰이 본격화할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 준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2027년 7월 완공을 목표로 창원공장에 HVDC 변압기 공장 전용 공장을 구축 중이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