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플레이션' 후폭풍, 디스플레이·센서 '가격 인하' 요구 직면
TV업체, LGD에 '40% 저렴한 보급형 OLED 패널' 공급 요청
"90% 또 올랐다" 金값 반도체에 부담↑…후방산업 단가인하 압력↑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반도체 가격이 치솟는 이른바 '칩플레이션(Chip+Inflation)'의 후폭풍이 디스플레이와 센서 등 다른 전자부품 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TV와 가전, 스마트폰 등을 생산하는 가전 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다른 부품의 가격 인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품귀 현상으로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가전 업체들이 다른 부품의 가격을 낮춰 생산 원가 인상을 최소화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판매 감소로 연결되기 때문에 원가 상승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TV업체들은 LG디스플레이에 최대 40%까지 저렴한 '유기발광다이오드 스페셜 에디션'(OLED SE) 패널 공급을 요청했다. 올 1분기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TV고객사에 납품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55형 등 주요 사이즈는 양산 중이고, 2분기에는 48형·77형·83형까지 모든 라인업으로 SE 패널을 확대할 예정이다.
'OLED SE'는 공급 가격을 액정표시장치(LCD) 수준으로 낮춘 보급형이다. 기존 OLED 대비 30~40% 저렴해 중국 업체들이 주력하는 미니LED와 비슷하다. 대신 패널 휘도(밝기)를 2000니트에서 1000니트로 낮추고, 빛 반사를 줄여 시인성을 높이는 편광판(Polarizer)을 제거했다.
다만 OLED 패널 고유의 강점 중 하나인 '퍼펙트 블랙'은 그대로 유지되고, 휘도도 LCD(평균 700~800니트)보다 비교적 높다. 중국 LCD 패널의 저가 공세에 대응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면서 '기술 우위'도 점할 수 있는 타협점인 셈이다.
TV업체들이 보급형 OLED를 요청한 것은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하면서 반도체 비중이 늘었는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폭등해서다. 올 1분기에도 전 분기 대비 최대 90% 폭등하면서 TV 제조 원가 부담이 확 커졌다.
TV 원가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5% 수준이었지만 최근 가격 상승으로 비중이 수직 상승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수급난이 극심한 반도체 대신, 원가 비중이 더 높은 디스플레이(40~50%) 단가부터 낮춘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SE 패널 양산 품목을 모니터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업계는 OLED 패널을 시작으로 가전업계 후방산업 전반에 걸쳐 '단가 인하' 압력이 고강도로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트 업체로서는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해야 하지만 중국 가전과 경쟁하려면 가격 인상에 한계가 있어서다.
스마트폰은 플래그십(최상위) 모델을 제외한 범용 라인업에선 1~2세대 이전 세대 카메라 모듈과 센서를 채택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의) 가격 압박으로 일부 부품은 이전 세대로 납품하는 경우가 잦다"며 "최신 부품을 전량 공급하기로 했다가 30% 정도는 (이전 세대로) 교체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다른 전자부품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로부터) 납품 단가를 재협상하자는 명시적인 통보는 아직 없었다"면서도 "메모리뿐만 아니라 원부자재 가격이 모두 오르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뚜렷하기 때문에 이르면 상반기 내에 (단가 인하) 압력이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가전은 부품업체든, 세트업체든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에 그치는 박리사업이다. 이마저도 경기 둔화와 소비심리 위축, 미국 관세 등으로 상당수 기업이 지난해 적자를 본 상황이다.
삼성전자 가전·TV 사업을 맡고 있는 DA·VD 사업부는 지난해 2000억 원의 적자를 봤다. LG전자 생활가전(HS 사업본부)은 지난해 매출 26조 1259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영업이익률은 4.9%(1조 2793억 원)에 그쳤다. 삼성전자와 애플을 주요 고객사로 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각각 8.1%, 3.03% 수준이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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