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 글라스' 30년 34배 폭풍 성장…韓·中 디스플레이 누가 웃나
"AR 글라스 출하량, 올해 95만→2030년 3211만대"
中 LCD AR 글라스 선점…OLED "기술적 한계 극복해야"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증강현실(AR) 글라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메타(Meta)가 첫 제품을 내놓으며 포문을 열었고 삼성전자와 애플도 본격 참전하면서 AR 글라스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까지 30배 이상 폭증할 전망이다.
이에 K-디스플레이는 AR 글라스가 차세대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고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타가 첫 제품에 중국 옴니비전의 LCD(액정표시장치)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면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주력인 K-디스플레이는 시장 선점에 실패했다. 다만 스마트 글라스 시장은 막 첫발을 내디딘 만큼, LCD가 주류가 될 것이란 전망은 시기상조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8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AR 글라스의 글로벌 출하량은 전년(62만 대)보다 53.2% 증가한 95만 대에 달할 전망이다. AR 글라스는 연평균 세 자릿수 성장해 2030년에는 출하량이 34배 늘어난 3211만 대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AR 글라스는 실제 배경 위에 3D 가상 정보를 보여주는 안경 형태의 웨어러블 AI 디바이스다. 디스플레이 없이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만 탑재해 음성 AI로 정보를 듣는 제품은 'AI 글라스',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시각 정보까지 볼 수 있는 제품은 'AR 글라스'로 분류된다. 두 제품군을 총칭해 '스마트 글라스'로 부른다.
첫 출발은 미국 거대 기술기업 '메타'(Meta)다. 메타는 지난해 안경 제조사 레이벤과 협업한 스마트 글라스 '레이벤 메타' 시리즈를 출시했다. 메타는 뜨거운 시장 반응에 힘입어 6개월 만에 주문량을 늘렸는데, 이중 AR 글라스 주문량은 최근 87.5% 증가한 15만 대를 기록 중이다.
HSBC는 스마트 글라스 사용자가 2035년 2억8900만 명에 이르고, 2040년에는 시장 규모가 2000억 달러(약 29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블룸버그는 메타가 스마트 글라스 생산 목표를 최대 3000만 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전자(005930)와 구글, 애플, 오픈AI 등 모바일·빅테크 기업들도 앞다퉈 스마트 글라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확장현실(XR) 기기인 '갤럭시 XR'을 내놓은 데 이어, 구글·와비파커·젠틀몬스터와 손잡고 AI 기반 스마트 글라스(갤럭시 글라스·가칭)를 개발 중이다. 첫 시제품은 이르면 연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갤럭시 글라스가 '경량 AI 스마트 글라스'→'AR 글라스' 순으로 출시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콘퍼런스콜에서 "확장 가능한 멀티모달 AI로 풍부한 몰입형 경험을 차세대 XR·AR 글라스 등 다양한 폼팩터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애플도 디스플레이 탑재 여부에 따라 두 가지 유형의 스마트 글라스를 추진 중이다. 자체 디스플레이 없이 아이폰과 연동되는 제품(코드명 N50)은 이르면 올해 생산이 예상된다. 오픈AI도 아이폰을 디자인한 조너선 아이브와 손잡고 스크린 리스 AI 단말기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시장의 관심은 디스플레이로 향하고 있다. 스마트 글라스가 '포스트 스마트폰'의 자리를 꿰차기 위해선 △선명한 화질 △가벼운 무게 △접근 가능한 가격이라는 3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중 디스플레이의 비중과 기술적 난도가 가장 높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초기 시장은 LCD가 차지한 상황이다. 메타는 AR 글라스(메타 레이벤 디스플레이)에 중국 윌 세미컨덕터의 미국 자회사인 옴니버스의 '엘코스'(LCOS·LC on Silicon)를 탑재했다. 엘코스는 실리콘 기판 위에 LCD를 두고 입사한 빛의 위상을 바꿔 출력하는 반사형 디스플레이다.
OLED가 압도적인 화질과 저전력 소모 등 LCD보다 기술적으로 앞선다. 하지만 투명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에는 LCD가 더 유리하다.
홍문표 고려대 디스플레이·반도체물리학부 교수는 "OLED나 올레도스(OLEDoS)가 LCD보다 해상도가 월등하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만큼 LCD보다 구동소자(트랜지스터)가 훨씬 많이 필요하다"며 "반면 엘코스와 같은 LCD는 구동소자가 매우 단순해서 투명화에 유리하다. 현재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경 렌즈처럼 투명한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려면 디스플레이 패널에 빛이 투과될 수 있는 공간을 넉넉히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OLED는 초고해상도를 구현하기 위해 트랜지스터와 커패시터가 패널 전체에 촘촘히 집적하기 때문에 빛이 통과할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OLED 디스플레이가 AR 글라스에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 AR 글라스가 대중성을 얻으려면 스마트폰에 준하는 고해상도가 필수적인데, OLED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특히 안경 렌즈처럼 얇고 가벼운 폼팩터를 구현하는 것도 OLED가 LCD보다 유리하다.
관건은 '기술 진보'에 있다. 홍 교수는 "OLED가 (AR 글라스에) 채택되려면 고대역폭메모리(HBM)처럼 트랜지스터를 적층해서 고해상도와 빛이 투과할 공간을 모두 확보하거나, 실리콘 웨이퍼가 아닌 글라스(유리 기판) 위에 올레드를 구현하는 '올레도지'(OLEDoG)에 도전해야 한다"며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과제"라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계는 연구개발(R&D)과 함께 시장 동향을 따져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글라스는 막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초기 시장"이라며 "과거 3D TV처럼 반짝 유행했다가 사장될 가능성, 소비자의 눈 건강 논란, 최종 소비자 가격 등을 종합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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