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힘주는 LG전자…반도체 DNA 복원, 휴머노이드 박차

독자 칩 DQ-C2 상반기 양산…CES에선 첫 '로봇 집사' 공개
中 추격에 힘 빠지는 백색가전…신성장동력 'ABC 전략' 가속

LG전자의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LG클로이드'(LG전자 제공)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LG전자(066570)가 미래 먹거리인 '피지컬 AI'에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30년 전 접었던 '반도체 DNA'를 깨워 자체 개발한 칩을 인공지능(AI) 가전에 이식하는 한편, 휴머노이드 AI 홈로봇까지 내놨다. 본업인 백색가전의 경쟁력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로봇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는 '투트랙 전략'이다.

독자 칩셋 양산해 AI가전에 탑재…휴머노이드 로봇까지 선봬

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자체 개발한 반도체 칩 'DQ-C2'를 올 상반기 양산할 예정이다. DQ-C2는 2022년 DQ-1과 지난해 DQ-C에 이은 3세대 칩이다. LG전자는 DQ-C2 칩을 올해 출시하는 TV, 세탁기, 로봇청소기 등 주요 AI가전에 탑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은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맡는다.

LG전자가 3년 만에 차세대 칩을 개발한 이유는 빠르게 고도화하는 AI가전 때문이다. 인터넷 없이 기기 자체로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가 필수 요소로 부상했다. 하지만 엔비디아·퀄컴 등 빅테크 칩은 가격이 비싸고 가전제품에 쓰기엔 불필요한 기능이 많아 독자 개발에 나선 것이다.

LG전자가 '독자 칩'을 개발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과거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며 축적한 저력에 있다. LG그룹은 1999년 '반도체 빅딜'로 SK하이닉스의 전신인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겼다. 하지만 가전 제어용 칩 설계를 담당하던 맞춤형 반도체(ASIC)센터(현 시스템온칩(SoC)센터)를 남긴 덕에 빛을 보게 됐다.

LG전자는 6~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집사 'LG클로이드'(LG CLOiD)를 선보이며 피지컬 AI 경쟁 속도를 끌어올렸다.

LG클로이드는 머리와 두 팔, 10개의 손가락, 바퀴(휠)를 갖춘 '세미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물건을 집거나 옷감을 개는 것은 물론, 집 안을 돌아다니며 가사를 볼 수 있다. 'AI홈 허브'를 탑재했기 때문에 AI가전을 통합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실상 미래형 '가사 로봇'의 프로토타입이다.

LG클로이드에는 DQ-C 라인업과 별개의 휴머노이드 전용 칩셋이 적용됐다. 기존 칩셋에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시각언어모델(VLM)과 시각언어행동(VLA) 기술을 적용했다. 엔비디아의 범용 휴머노이드 추론 모델 '아이작 GR00T'을 기반으로 한 피지컬 AI 모델도 융합됐다.

LG전자는 '가전형 로봇' 사업을 공격적으로 넓힌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HS사업본부 산하에 HS로보틱스연구소를 신설하고, CES 2026에선 LG클로이드와 함께 로봇용 액추에이터 브랜드 'LG 액추에이터 악시움'을 공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탑재하는 고성능 반도체도 독자 개발할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DQ-C2는 휴머노이드용이 아닌 AI가전용 칩셋으로 설계됐지만, (LG클로이드를 시작으로) 자체 로봇용 칩셋 개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광모 ㈜LG 대표(LG 제공). ⓒ 뉴스1 ⓒ News1 박주평 기자
'백색가전' 1등 영원할 수 없다…ABC 전략 가속

LG전자가 '피지컬 AI'를 가야 할 길로 낙점한 배경엔 주력 사업인 백색가전 시장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AI 기술 고도화와 저가(低價) 공세로 무장한 중국 가전업체들의 거센 추격 앞에 기존 가전 경쟁력만으로는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는 매출액 23조5748억 원, 영업손실 76억 원이다. 전 사업부 차원의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 영향이지만, 사업 포트폴리오의 질적 성장이 요구된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까지 지휘봉을 잡았던 조주완 전 LG전자 사장이 '기업간거래(B2B), 비(非)하드웨어(Non-HW), 구독, D2C(소비자 직접 판매) 4대 축으로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로봇으로 대표되는 AI 사업 역시 LG전자가 추구하는 '포트폴리오 대전환'의 한 축이다.

류재철 LG전자 사장도 전날(5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LG클로이드 사진을 공유하면서 "클로이드는 진공청소기 사업을 통해 구축한 가정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제 환경에서 이미 적용된 베어 로보틱스의 검증된 내비게이션 기술을 결합한 휠 기반 모빌리티 시스템을 사용한다"며 LG클로이드의 기능과 물리적·보안적 안정성을 홍보하기도 했다.

피지컬AI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추진하는 ABC(AI·바이오·클린테크) 전략의 하나이기도 하다. LG AI연구원이 지난해 공개한 '엑사원(EXAONE) 4.0'은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 AI 모델로 글로벌 AI 성능 평가에서 한국 1위, 세계 10위권을 기록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달 22일 임직원들에 띄운 신년사에서 "선택한 그곳에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수준까지 파고들어야 한다"며 "우리는 지금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변곡점에 서 있으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자 기회"라고 발 빠른 혁신과 사업 전환을 주문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