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타결 안도 잠시, USMCA 개정"…끝나지 않는 통상 리스크
UMSCA 내년 7월 개정 도래…트럼프 '탈퇴 카드' 만지작
'원산지 규정' 강화 땐 공급망 재편 불가피…'美 여론' 관건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안도하던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복병을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 탈퇴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무관세 혜택을 노리고 캐나다와 멕시코에 생산 거점을 마련했던 전자·자동차·배터리 기업들엔 비상이 걸렸다.
'원산지 기준 강화'라는 기존 변수에 더해, 미국과 캐나다·멕시코 간 개별 무역협정 체결 가능성 등 새로운 돌발 변수에 내년 사업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USMCA 탈퇴 시나리오는 항상 존재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유리한 협정만 원한다"고 밝혔다. 그리어 대표는 미국이 USMCA에 탈퇴해 캐나다·멕시코와 별도 협정을 체결할 가능성도 거론했다.
USMCA는 트럼프 1기인 2020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해 발효된 협정이다. USMCA 협정국 내에서 생산된 소재와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상품에만 무관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사실상 대(對)중국 견제용 협정이다.
깐깐한 기준을 충족하면 '무관세'로 미국 수출이 가능하다는 혜택 때문에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가전기업은 물론 현대자동차(005380),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북미 사업 비중이 큰 국내 기업들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기지를 구축해 왔다.
문제는 USMCA가 내년 7월 개정된다는 점이다. USMCA는 체결 당사국들이 6년마다 협정 이행 사항을 검토하기로 돼 있는데, 내년 하반기에 첫 시점이 도래한다. 이미 USTR은 지난 3~5일(현지시각) 이해관계자 공청회를 여는 등 개정 절차에 돌입했다.
USMCA 재검토는 '원산지 규정'을 더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힐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USMCA를 '중국 압박 카드'로 활용하겠단 뜻을 노골적으로 밝혀온 만큼, 개정 협상이 중국의 우회 수출을 봉쇄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란 게 산학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멕시코에서 미국향(向) 가전·TV·모니터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입장에선 이런 움직임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두 회사 모두 중국과 동남아 공장에서 만든 중간재를 상당 부분 멕시코로 수입해 최종 조립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산하 기아차도 멕시코에서 만든 차량을 미국에 수출한다.
멕시코 공장을 경유하는 외국 중간재가 차단될 경우,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을 전면 재편해야 한다. 업계에선 신규 설비투자(CAPEX)만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이 들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가 "USMCA를 연장해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USMCA를 탈퇴하고 캐나다·멕시코와 개별 무역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을 열어둔 점도 변수다. 강금윤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미국-캐나다·미국-멕시코 간) 양자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원산지 규정이 강화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관건은 '미국 내 여론'에 달렸다.
미국자동차정책위원회(AAPC)는 USMCA 내 원산지 규정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철강협회(AISI)는 중국산 부품 및 원부자재 조달을 원천 봉쇄하는 수준으로 원산지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자국 산업계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이견이 팽팽한 셈이다.
원산지 규정 강화가 미국 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트럼프 행정부로선 외면하기 어려운 '정치적 변수'다. 강금윤 수석연구원은 "USMCA 관세 혜택이 축소되면 최종 소비자 가격에도 반영된다"며 "미국은 제조품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물가 상승에 따른 파장이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업계는 USMCA 개정 방향성을 저울질하며 '플랜 B' 수립에 분주하다. 삼성전기는 지난 7월 멕시코에 전장용 카메라 모듈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가, 최근 검토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dongchoi89@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