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에 미술품?"…업계 "황당규제 개선 환영, 추가 개선을"
정부, AI 분야 규제합리화 로드맵 발표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상주 인원이 거의 없고 외부인 출입도 철저히 통제되는 데이터센터에 수천만 원대 미술품을 걸어야 하거나, 극도로 청정한 환경을 유지해야 하는 반도체 공장(fab)에 햇빛과 먼지 유입 가능성이 있는 창문을 의무 설치해야 하는 등 비합리적 규제가 사라진다.
27일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인공지능(AI) 분야 규제 합리화 로드맵'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내 미술작품 및 승강기 설치 의무 완화 및 전력계통영향평가 개선 △반도체 공장 소방관 진입창 설치 기준 및 방화구획 설정 기준 완화가 담겼다.
먼저 팹과 관련, 정부는 현행법상 11층 이하 건물에 일률적으로 적용됐던 소방관 진입창 및 방화구획 설정 기준을 손질하기로 했다. 반도체 공장처럼 층고가 높아 사다리차가 닿지 않는 구간은 설치 기준을 완화하고, 클린룸 등과 같이 창문 설치가 어려운 경우에는 수평거리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토록 했다.
층간 방화구획 설정 기준도 완화한다. 반도체 공장은 설비 배관이 크고 많아 일률적 방화구획 시공이 어렵다는 점을 반영해 단기적으로는 방화구획 예외로 덕트샤프트를 추가하고, 장기적으로는 유연한 설계가 가능한 성능 기반 설계 도입을 검토한다.
데이터센터는 고가의 미술품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했던 '황당 규제'가 사라진다. 현재 연면적 1만㎡ 이상 건축물에는 건축비의 일정 부분에 해당하는 범위에서 미술품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또 거실 면적 3000㎡마다 각 1대의 승용 승강기도 설치해야 한다.
정부는 상주인력이 적고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데이터센터의 특성을 고려해 미술작품 설치 장소 및 설치 금액을 조정하기로 했다. 또 승강기 설치 의무 면적 산정 기준에 전산실 면적은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데이터센터 입지 선정과 관련된 규제도 개선한다. 정부는 에너지 지역 분산정책 및 전력계통영향평가의 합리적 적용 등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AI기업의 부담·제약을 줄여주는 규제개선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업계는 규제 완화를 반기는 입장이다. 산업 특성상 법규를 지킬 수 없었던 '규제 사각지대'가 사라지고, 팹의 공기(工期)를 단축하는 등 현장 갈증을 해소하게 됐다는 것이다.
클린룸 창문 설치 규정 완화가 대표적이다. 반도체 생산 공정의 '심장부'인 클린룸은 극도의 청정 환경 유지가 생명이다. 먼지 한 톨이 유입되거나 내부 온도가 변하면 치명적인 수율 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빛으로 웨이퍼 회로 패턴을 새기는 노광 공정도 외부 빛 파장 관리가 필수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은 창문을 낼 수 없는 공장인데도 법은 의무적으로 창문을 달게 돼 있어 규정과 현실의 불일치가 심각했다"며 "획일적이고 비합리적인 규정이 바로잡혀 다행"이라고 말했다. 실제 반도체 공장 소방 규제 완화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팹 건설 기간이 2개월가량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예컨대 데이터센터까지 미술품을 의무 설치해야 했던 황당 규정이 사라진 점은 다행이지만, 획기적인 비용 절감이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긴 다소 무리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술품이나 승강기 설치 의무를 완화한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이에 따라 기대할 수 있는 비용 절감은 수천만 원으로 총투자액 대비 미미하고, 추가 확보되는 서버룸 면적도 유의미하진 않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날 정부 발표를 마중물 삼아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과 화학물질관리법에서 중복 규제하는 '이중 규제'의 문제나,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도 이론상으로 존재하는 위험 때문에 금지되는 규정들이 여전히 현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추가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이나 데이터센터는 속도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인허가 문제를 더욱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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