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본딩 '대세'…반도체 후공정 '기술 각축전' 활활
美 어플라이드, 업계 최초 '통합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공개
HBM5부턴 하이브리드 본딩 뜬다…불붙는 한미·한화·LG 기술 경쟁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반도체 후공정 업체들의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내년 상용화하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마지막으로 현행 주류인 열압착(TC)본더 시대도 점차 막을 내릴 전망이다. 일부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차별화된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를 공개하며 고지전에 돌입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전날(26일) 하이브리드 본딩 통합 시스템 '키넥스'(Kinex)를 국내 시장에 공개했다. 키넥스는 칩렛·HBM·고밀도 3D 패키지 시장을 겨냥해 네덜란드 장비 제조사 베시와 협력해 업계 최초로 개발한 '다이 투 웨이퍼' 하이브리드 본더 통합 시스템이다.
하이브리드 본딩에 필요한 플라스마 처리→정렬→접합→열처리→계측 등 6단계 모듈을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한 장비로 이해하면 쉽다. 키넥스는 공정 간 대기시간(Q타임)을 13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여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제품 출시 기간(time to market)도 단축할 수 있다는 게 어플라이드가 강조하는 차별점이다.
인공지능(AI) 산업이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면서 AI칩에 들어가는 HBM의 세대 진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업계의 초점도 웨이퍼 회로 선폭의 미세화(전공정)보다는 D램 패키징·전력공급·열 방출 등 '고적층'에 필요한 후공정으로 옮아갔다.
업계는 이르면 7세대 HBM4E 16단, 늦어도 8세대 HBM5 20단부터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주류가 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연말 HBM4를 양산해 내년 상반기 엔비디아에 납품할 전망인데, 직후 세대 HBM부터는 하이브리드 본딩 전환이 필수적이다.
기존 TC본딩은 D램을 쌓을 때 납과 같은 돌기(범프)를 사용한다. 하지만 범프 피치가 20마이크로미터(㎛) 아래로 내려가면 쇼트 등 전기적 결함이 증가한다. 시장조사업체 그로쓰리서치는 지난 24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현재의 범프 방식(TC본딩)으로는 더 이상 증가하는 I/O(입출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새롭게 부상한 기술이 '하이브리드 본딩'이다. 이 기술은 범프 없이 구리-구리를 직접 접합하기 때문에 피치(pitch·간격)를 1㎛ 이하로 줄일 수 있다. 그로쓰리서치는 "범프를 사용하지 않는 해당 기술(하이브리드 본딩)은 약 1000배 수준의 밀도 향상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했다.
업계는 어플라이드가 초기 하이브리드 본딩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허영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디렉터는 "HBM 주요 플레이어는 모두 하이브리드 본딩을 개발 중"이라며 "현세대(HBM3E)보다 빠르면 1세대 후, 늦어도 2세대 후쯤 (하이브리드 본딩 적용 고객사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미반도체(042700)와 한화세미텍, LG전자(066570) 등 국내 업체들도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양산 목표 시점으로는 한화세미텍(2026년 초)이 가장 빠르고, 한미반도체(2027년 말), LG전자 생산기술원(2028년) 순이다. 구리와 구리를 접합하는 데 필수적인 '고압 수소 어닐링'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HPSP도 국내 선도기업으로 꼽힌다.
그로쓰리서치는 "AI의 가파른 성장을 위해 HBM, HBF(고대역폭플래시메모리), 3D-IC(3차원 집적회로) 등 적층 기술이 등장했지만 이들조차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며 "하이브리드 본딩이 피할 수 없는 선택지가 됐다"고 분석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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